[사설] 복원 R&D 예산 지역 분권 병행해야 실효성 있다
연구개발 예산은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투자다. 대통령이 "돈이 없어 연구를 멈추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밝힌 것은 R&D 예산 축소 논란으로 위축된 과학기술계를 의식한 발언이다. 이는 정책 기조의 전환 신호로 읽힌다. 그러나 선언만으로 R&D 생태계가 복원되지는 않는다.
정부는 기초연구 예산 17% 확대, AI 단과대학 신설 지원, 이공계 연구자 안전망 구축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AI와 에너지 전환을 국가 전략 축으로 삼겠다는 방향성도 분명히 했다. 대구·경북은 철강, 이차전지, 반도체, 의료기기, 로봇 등 제조 기반 산업과 연구 인프라가 결합된 구조를 갖고 있다. 국가 R&D 기조 변화는 지역 산업 지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포항의 첨단소재·배터리 연구, 구미의 전자·반도체, 대구의 의료·AI 산업은 모두 국가 예산과 연동돼 있다. 기초연구 확대는 지역 대학과 연구소의 과제 수주 여건을 개선하고 신진 연구자 유출을 막는 효과를 기대하게 한다. 에너지 전환과 수소 산업 역시 동해안 산업벨트와 맞닿아 있다. 정책 방향만 놓고 보면 지역에 기회 요인이 적지 않다.
그러나 핵심 쟁점은 예산의 배분 구조다. 수도권과 상위 연구기관으로 자원이 집중될 경우 지역은 상대적 박탈을 겪을 수 있다. 이미 지역 대학은 연구 인력과 인프라에서 열세에 놓여 있다. 청년 인구 유출과 이공계 감소는 구조적 위기다. R&D 복원이 지역 균형 전략 없이 추진되면 수도권 인재 블랙홀 현상은 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지방 국립대와 산학협력단, 테크노파크에 대한 별도 지원 트랙을 제도화해야 한다. 국가산단이 연구 고도화를 통해 첨단소재, 차세대 배터리, AI 공정 자동화로 전환하도록 정책적 유인해야 한다. 지역이 연구 거점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장기적 재정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도 필수다.
R&D 정책은 단기간 성과를 기대하는 사업이 아니다. 일관성과 축적이 생태계를 만든다. 정권 변화에 따라 흔들리는 예산 구조로는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지역 균형과 산업 전환을 함께 설계할 때 대구·경북도 실질적 수혜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