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모델로 경쟁하는 시대 지나 … 운영 노하우가 성패 좌우 [기고]

2022년 말 챗GPT가 촉발한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은 전 세계를 '모델 경쟁'의 시대로 이끌었다. 빅테크 기업들은 파라미터 규모를 겨뤘고, 각국은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 확보에 집중했다. 그러나 2024년을 기점으로 경쟁의 본질은 분명히 이동하고 있다. 이제 핵심은 더 뛰어난 모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모델을 구동하고 확장할 수 있는 인프라를 누가 장악하느냐에 있다.
가트너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퍼블릭 클라우드 지출은 72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AI 학습과 추론을 위한 인프라 부문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매출 급증은 전 세계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AI 서버 확보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1000TWh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AI는 더 이상 소프트웨어 산업이 아니라 반도체·전력·네트워크가 결합된 복합 인프라 산업으로 전환되고 있다.
오픈소스 확산으로 모델 접근성은 높아졌지만, 이를 산업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고성능 GPU, 대규모 저장장치, 안정적 전력, 보안 네트워크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인프라는 단기간에 구축하기 어렵고, 일단 확보되면 장기적 경쟁력을 만든다.
현재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은 소수 빅테크가 주도하고 있다. AI 연산 수요가 증가할수록 특정 사업자에 대한 의존도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 지점에서 '소버린 AI'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모델은 국경을 넘지만, 인프라와 데이터는 물리적 기반을 가진다. 유럽의 가이아-X, 중국의 동수서산 프로젝트는 AI 인프라를 전략 자산으로 인식한 사례다.
AI 경쟁은 이제 기술 우위를 넘어 인프라 주권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한국 역시 AI G3 도약을 목표로 GPU 확보와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 육성, 국가 AI 컴퓨팅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어떤 모델을 만들 것인가'를 넘어 '어떤 인프라 위에서 AI를 운영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필요하다.
AI 인프라는 서버 증설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력·용지·반도체뿐 아니라 자원을 통합·가상화·통제하는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계층이 함께 설계돼야 한다. GPU와 NPU 같은 이기종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산업별 워크로드를 분리 운영할 수 있어야 전략적 통제력이 확보된다. 따라서 소버린 AI는 하드웨어 확보를 넘어 국산 클라우드 소프트웨어(SW)와 운영 기술의 내재화까지 포함해야 완성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네오클라우드(Neocloud)'는 범용 퍼블릭 클라우드를 대체하는 개념이 아니라, 이를 보완하는 AI 워크로드 특화형 2세대 클라우드 아키텍처를 의미한다. 기존 퍼블릭 클라우드가 범용성과 글로벌 확장성 중심으로 발전해왔다면, 네오클라우드는 특화 AI 학습과 추론에 최적화된 구조를 전제로 한다.
즉, 네오클라우드의 핵심은 데이터 주권 기반의 AI에 특화된 물리·논리 아키텍처의 재설계에 있다. 다만 이러한 AI 특화 클라우드를 국가 전략 차원에서 구축할 경우, 데이터 위치 통제나 운영 주체의 국내화 같은 소버린 구조를 결합할 수 있다. 이 경우 네오클라우드는 민감 산업과 공공 영역에서 전략적 완충지대로 기능할 수 있다. 나아가 국산 AI 반도체, 클라우드 SW, 전력·냉각 기술, 산업별 실증 환경과 결합된다면, 네오클라우드는 단순한 인프라가 아니라 AI 산업 생태계의 중심축으로 발전할 수 있다. 한국이 추격자를 넘어 일부 영역에서 선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개별 사업이 아니라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이를 '코리아 AI 패키지(Korea AI Package)'로 정리할 수 있다. 이는 국산 NPU 반도체, 클라우드 SW, AI 서비스 및 국제 협력을 통합하는 전략 프레임이다.
최근 중동 국가들이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이 설계·구축·운영 역량을 결합한 패키지형 모델을 제시한다면 단순 정보기술(IT) 공급을 넘어 '디지털 인프라 파트너십'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있다. 모델은 빠르게 바뀌지만, 인프라는 축적된다. 그리고 그 인프라를 통제하는 소프트웨어 계층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AI 경쟁의 2막은 이미 시작됐다. 대한민국이 설계자가 될지, 세입자로 남을지는 지금 어떤 인프라 구조를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 네오클라우드는 그 전략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신윤수 아이에이클라우드 최고전략책임자(C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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