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선 주연 ‘레이디 두아’ 인기몰이…“인생도 명품도 가짜, 진짜는 욕망뿐”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습니다. 왜 하필 제가 어둠입니까.”
서울의 한 백화점 명품관에서 ‘목가희’라는 이름의 여자(신혜선)가 일을 하고 있었다. 그는 명품 가방을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보며 언젠가 이 가방의 주인이 되겠다고 다짐하곤 했다. 어느 날, 그가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 매장에서 5천만원어치 물건을 도난당했다. 도난 사건이 발생하면 해당 시간 근무자가 금액을 물어내야 한다는 게 백화점의 규칙. ‘고객용 화장실은 갈 수 없고 직원용 화장실은 너무 멀었다’는 항변은 통하지 않았다. 백화점 임직원 세일에서 싸게 산 명품에 웃돈을 붙여 되파는 수법으로 변제할 돈을 모으려 했지만, 그럴수록 더욱 궁지에 몰렸다. 명품처럼 빛나는 인생을 살겠다는 욕망과 달리 현실은 그로부터 멀어지기만 하자 그는 유서를 남긴다. 빛과 어둠 중 왜 내가 어둠이어야 하냐는 한탄을 담아서.

넷플릭스 8부작 시리즈 ‘레이디 두아’가 지난 13일 공개 후 넷플릭스 비영어 쇼 부문 3위로 직행하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레이디 두아’는 가짜 명품 브랜드를 만들어낸 한 여자의 대형 사기극을 통해, 욕망의 이면에는 결핍이 자리한다는 사실과 이 사실을 십분 활용해 몸값을 높이는 명품 시장의 생리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한 명품 매장 앞 하수구에서 신원 불명의 여성 주검이 발견되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날은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의 자리를 넘보는 하이엔드 브랜드 ‘부두아’가 새 시즌 상품을 발표하는 날. 강력수사대 형사 박무경(이준혁)은 주검 옆 명품 가방의 주인이 부두아 아시아지사장 ‘사라 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사라 킴의 주변인을 조사하던 중, 무경은 사라 킴의 인생이 온통 가짜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처음엔 백화점 명품관 직원 목가희로 살다가, 어느 순간 잠적 후 ‘두아’라는 이름으로 술집에서 일하고, 사채업자와 결혼해 ‘김은재’로 신분을 세탁한다. 또 한번 자취를 감췄다가 부두아라는 가짜 명품 브랜드를 만들고 이 브랜드의 아시아지사장 사라 킴으로 변신한다. 모든 것이 가짜인 가운데 유일하게 진실한 것은 명품처럼 살고 싶다는 욕망이다. 이를 위해 그는 서울 신월동 지하 공장에서 탄생한 가방에 ‘유럽 왕실에만 납품하는 브랜드’ ‘일반인은 모르고 알 만한 사람만 아는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입힌다. 원가 18만원짜리 가방이 1억원에 팔리자 그는 말한다. “진짜와 구별할 수 없는데 가짜라고 볼 수 있나요?”

주변 인물 또한 결핍을 채우고 욕망하는 바에 다가가고자 명품에 집착한다. 사라 킴의 절친 정여진(박보경)은 자신의 뷰티 브랜드를 격상시키고 스스로도 ‘졸부’ 딱지를 떼고 싶어 한다. 부두아와 협업하면 자신도 상류 사회에 진입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백화점 회장 최채우(배종옥)는 이미 많은 것을 가졌지만 젊음은 손에 넣지 못했고, 그런 만큼 트렌드에 민감하다. ‘요즘 대중문화계는 부두아 백을 든 사람과 안 든 사람으로 나뉜다’는 말은 뒤처지기 싫어하는 그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레이디 두아’를 연출한 김진민 감독은 지난 10일 제작발표회에서 “사람의 욕망을 드라마로 만든 작품”이라며 “욕망을 좇는 사람과 욕망을 좇는 사람을 쫓는 사람, 이 두 사람을 보는 재미로 꽉 차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사회풍자적 메시지뿐 아니라 회차를 거듭할수록 주인공의 정체를 궁금하게 만드는 이야기 구조 또한 흡입력을 높인다. 이를 두고 김 감독은 “살인 사건의 범인을 쫓는 과정에서 주인공의 정체가 다시 궁금해지는 이중 미스터리 구조”라고 설명했다. 각본을 쓴 추송연 작가는 사라 킴의 다양한 페르소나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사라 킴을 하나의 캐릭터로 정의 내리는 것이 아닌, 악함과 선함, 혐오와 이해 등 복합적인 감정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살아 있는 인물로 그리고자 했다”고 전했다.

신혜선의 열연은 사라 킴의 다양한 얼굴을 더욱 흥미롭게 보이게 한다. 가난한 백화점 직원의 얼굴과 대담한 사기꾼의 얼굴,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이에게 연민을 느끼는 모습과 그를 가차 없이 이용하는 서늘한 모습을 모두 보여준다. 신혜선은 지난 20일 언론 인터뷰에서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오히려 공허해지는 느낌, 열정적인 동시에 텅 빈 상태, 그 모순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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