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중 ‘절윤’ 논의 거의 없었던 국힘 의총... ‘당명 개정’으로 시간만 끌었다
23일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선 장동혁 대표를 둘러싼 당내 절윤(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요구 등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당명 개정 여부와 대구·경북 행정 통합 등이 주로 논의 대상에 올랐다가 아무런 결론 없이 ‘맹탕’으로 끝났다. 회의 시간 중 절반 이상이 당명 개정에 대한 당 지도부 설명으로 채워져 이에 반발해 회의 도중 퇴장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10시 40분 송언석 원내대표의 공개 발언으로 의원총회를 시작했다. 송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을 겨냥해 “범죄자가 판치고 떵떵 거리는 게 ‘범죄자 주권 정부’라는 이재명 정권의 특징 같다”고 말했다. 발언 직후인 10시 51분부터 비공개 회의로 전환됐고, 의원총회는 점심 식사 시간을 거른 채 오후 1시 35분까지 진행됐다.
당초 이날 의원총회는 당명 개정 여부에 대한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민주당의 입법 강행 처리 등에 대한 당 대응 방침을 논의할 목적으로 송 원내대표가 소집했다. 그러나 장 대표가 지난 20일 1심 법원이 내란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자 “아직 1심으로, 무죄추정의 원칙은 누구에게나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 처음 열리는 의원총회인 만큼 장 대표의 입장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의원들의 성토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김수민 브랜드전략 태스크포스(TF) 단장이 비공개 의원총회 초반에 연단에 올라 의원들에게 당명 개정 업무와 후보군 제시, 채택 취지 등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브랜드전략 TF는 당명 후보를 ‘미래연대’와 ‘미래를 여는 공화당’ 두 가지로 압축해서 보고했다.
그런데 김 단장을 포함한 TF 관계자들의 설명 시간이 1시간이 지나도록 지나치게 길게 이뤄졌다는 게 다수 의원들의 얘기다. 이에 김미애·김승수 의원 등은 TF 측에 “취지를 알겠으니 조금만 짧게 설명해달라”고 요청했지만, TF 측은 계속 발언을 이어갔다고 한다.

결국 조은희 의원은 의원총회 도중 회의장을 박차고 나왔다. 조 의원은 회의장 앞에 있던 기자들에게 “당명 개정에 대한 설명을 짧게 해달라고 했는데도 1시간 20분 가까이 하고 있다”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금 중요한 게 무엇인가. (의원들이 장 대표에게 노선 변화를) 말할 기회가 없다”고 했다.
이후 조은희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그는 “오늘 의원총회에서 (장 대표의 20일 입장대로) ‘부정선거 음모론’과 ‘윤석열 수호’ 노선으로 지방선거를 치르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 국회의원 비밀 투표와 전(全) 당원 투표를 제안하고자 했다”면서 “(그러나) 이를 논의하는 걸 막기 위한 ‘입틀막’ 의원총회와 다름 없었다”고 했다.
조경태 의원도 의원총회 도중 나와 “(회의장 안에서) ‘윤석열 내란 수괴범’과 절연하지 않으면 우리 당은 (지방선거에서) 참패한다는 얘기를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 전 대통령의 순장조냐고 반문했다”고 말했다. 조경태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절윤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하는데 (당 지도부가) 다른 얘기로 시간 끌기를 하는 것 같다”고 했다.
배현진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대구·경북 행정 통합 얘기를 1시간 넘게 하고 있다. 오늘도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율이) 대폭락한 것으로 아는데, 이렇게 한가한 시기인 줄 모르겠다”고 했다. 한지아 의원도 “당명 개정이나 행정 통합도 물론 중요한 문제다. 그런데 우리 당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 지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회의 진행) 순서 자체를 이렇게 짠 것이 의도적이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반면 장동혁 지도부 비판을 자제하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나경원 의원은 “민주당이 사법 파괴를 하고 삼권분립 체계를 흔드는 상황에서 당내 갈등이 자꾸 문제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당내 갈등보단 대여 투쟁을 강도 높게 하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은 “국민의힘이 국민과 역사 앞에 속죄하고 내란 프레임을 벗어나서 선거 체제로 가야 한다”며 “이를 이끌어야 하는 건 장동혁 대표와 현 지도부”라고 했다.
이처럼 의원들간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다보니 이날 의원총회에서 결론을 내리기로 했던 당명 개정 여부, 당 대응 방침 등에 대한 의원들의 총의는 모으지 못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의원총회가 끝날 때쯤 되니 남아있는 의원들이 겨우 30명남짓이었다”며 “오후에 의원총회를 다시 열어도 결론이 나올 것 같지도 않다”고 했다.
장동혁 대표는 의원총회 말미에 연단에 올라 당내 ‘절윤’ 요구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5분정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는 의원들에게 “(지난 20일 발표한) 기자회견문 전체를 읽어봐 달라. 언론에 일부 소개되는 맥락과 표현들보다 전체를 읽어보면 당대표로서의 고민과 생각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일부 강성 지지 세력에 휘둘리는 게 아니라 여러 여론조사 결과 등을 참고하면서 당 전략을 짜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장 대표는 국민의힘이 당 운영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 지지 성향이 강한 세력까지 포괄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국민의힘 지지층의 71%가 공감한다’고 답한 MBC 여론조사 결과 등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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