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전략 다시 짠다”… 인도, 무역 협상단 訪美 연기
美·中 지정학적 줄타기 심화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부과한 징벌적 관세 정책에 무효 판결을 내리자, 미국과 무역 협상을 벌이던 주요 국가들은 일제히 득실 계산에 들어갔다. 당장 인도 정부는 이번 주 예정했던 워싱턴 방문 일정을 연기하며 관망세로 돌아섰다.
그동안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해 천문학적 대미 투자를 약속했던 한국과 일본, 대만 등도 기존 합의를 재검토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트럼프 행정부 거센 압박에 서둘러 맺은 무역 합의가 오히려 자국 경제에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결과다. 애초에 시간을 두고 무역 협상을 진행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라는 뒤늦은 후회도 감지된다.

22일(현지시각) 인도 현지매체 힌두스탄타임스 등에 따르면 인도는 당초 양국 간 임시 무역 협정을 마무리 짓기 위해 다르판 자인 수석 협상단과 대표단을 미국에 파견할 계획이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사와 만나 기존 25%에 달하던 상호 관세를 18%로 낮추는 방안을 논의할 참이었다. 인도는 이달 초 미국과 관련 내용을 담은 임시 합의안을 도출하며 협상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20일 미국 대법원 판결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1974년 무역법 122조를 전격 발동하면서 상황이 완전히 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 수입품에 일괄적으로 10% 관세를 매기겠다고 발표한 뒤, 몇 시간 만에 이를 다시 15%로 인상했다. 이에 인도는 최근 전개된 상황과 파급 효과를 제대로 평가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회담 일정을 상호 편리한 날짜로 연기했다.
무역 전문가들은 인도가 미국과 맺은 이전 협상 틀이 사실상 의미를 잃었다고 진단했다. 현재 상황대로라면 인도는 기본 최혜국 대우 세율인 2~3%에 추가로 15% 관세를 부과받게 된다. 아제이 스리바스타바 글로벌무역연구이니셔티브 설립자 겸 전 인도 무역 협상 대표는 CNBC 인터뷰에서 “임시 무역 협정은 이제 사라졌으며 양측 모두 전략을 재고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6일 두 나라가 발표한 공동 성명문에는 ‘어느 한 국가가 합의된 관세를 변경할 경우 다른 국가 역시 약속을 수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인도 주요 매체들은 이 점을 들어 인도 정부가 무역 전략을 전면 수정할 명분도 충분하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무기로 휘두르던 무역 협상 주도권이 대법원 판결로 흔들리면서, 오히려 합의를 서두르지 않거나 섣불리 거액을 약속하지 않은 국가들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과 일본 등은 수출 중심 산업 타격을 막기 위해 서둘러 관세율을 낮추는 합의를 맺었다. 이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투자 외에도 미국발 제재나 국가 안보 문제, 핵심 광물 조달 경로를 미국 정책에 맞추겠다는 약속까지 내걸었다. 자국 내에서조차 지나치게 많은 것을 양보했다는 정치적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일본은 가장 먼저 미국과 협상에 나서 8차례 회담 끝에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관세를 27.5%에서 15%로 낮추는 대가로 미국 내 프로젝트에 5500억 달러 자금 조달을 약속했다. 17일에는 360억 달러 규모 추가 투자도 발표했다. 일본 현지 매체들은 “일본 정부가 첫 번째 5500억 달러 투자 약속은 이행할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3월로 예정된 다음 자금 조달 발표를 그대로 진행할지는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한국 역시 알루미늄, 철강, 자동차 부문에 부과된 가혹한 관세를 피하고자 35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하고 상호 관세율을 15%로 낮추기로 했다. 한국 정부는 현재 새 법안을 통해 투자 펀드를 조성하겠다며 합의 자체를 전면 부인하는 조치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만은 25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하는 무역 합의를 맺었지만, 뚜렷한 주요 후속 조치를 내놓지 않았다.
폴 나도 전략국제문제연구소 객원 연구원은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이번 대법원 판결이 향후 무역 협상 역학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에 지렛대로 쓸 만한 요소들이 크게 약해졌다”며 “주요국 정부들이 섣부른 행동을 자제하고 트럼프 행정부 정책 변화 추이를 살피며 새로운 무역 전략을 세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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