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News] 마카오에서 즐기는 시티 라이프

2026. 2. 2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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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시티에서 ‘럭셔리와 패밀리 시티’로 변화하다

분주한 슬롯 머신, 포커 테이블 위로 피어 오르는 자욱한 담배 연기, 환호와 탄식이 어우러지는 묘한 분위기의 공간. 마카오 하면 카지노가 떠오르고, 카지노 하면 연상되는 이미지와 사운드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마카오는 겜블링 비즈니스 위에 엔터테인먼트를 덧씌우고 있다.

마카오 스튜디오 시티 호텔 전경
‘마카오=카지노’라는 오래된 선입견

지난 연말에 아내와 아들과 함께 떠날 여행지를 찾고 있었다. 추운 계절에 떠나니 조금 따뜻한 곳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족이 있는 호주 시드니로 가볼까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비행 거리가 멀었다. 베트남은 지난 여름에 다녀왔고 방콕이나 발리도 떠올렸지만 의외로 물가가 비싸진 데다 하이 시즌이라 더 비쌌다.

도쿄나 교토를 고려하기도 했지만 물 좋아하는 7살짜리가 수영장 없는 곳에서 견딜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섰다. 그때, 지인이 마카오에 대해 말했던 게 문득 생각이 났다. “공항에서 호텔까지 차로 10분이면 가고, 호텔 안에 무엇이든 다 있어서 아기를 데리고 가기에 최상의 여행지”라는 것이었다.

마카오의 유명 관광지 성 바울 성당 유적(사진 픽사베이)
보통 마카오를 이야기할 때면 꼭 카지노가 수식어처럼 달라붙는다. 마치 과거의 라스베이거스가 그랬던 것처럼 화려함과 그 이면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엄청난 돈의 회전에 대한 것들이다. 하지만 라스베이거스는 이제 그와 같은 딱지를 떼어내고 완벽한 엔터테인먼트형 도시로 거듭났다. 매년 그곳을 방문하는 수많은 관광객이 카지노를 완전히 제외하고도 즐길 거리가 즐비한 도시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솔직히 나는 카지노에 문외한이며 관심조차 없는 사람이다. 심지어 가족여행이었다. 그러니 카지노를 건너 띄고 즐길 거리가 많아야 했다. 마카오도 대략 10여 년 전부터 카지노라는 우선 순위 비즈니스에 다른 것을 첨가하면서 변화하려고 시도하는 분위기다.

스튜디오 시티 호텔 전경
그럼에도 마카오는 홍콩을 메인 관광지로 정한 이후 옵션으로 생성되는 서브 관광지의 느낌이 컸다. 앞서 말한 것처럼 카지노가 주요 목적이 아닌 사람 대부분은 마카오가 ‘홍콩을 여행하며 한번쯤 둘러보면 좋은 곳’이라는 인식이 컸기 때문. 하지만 지금의 마카오는 며칠 동안 그곳에만 머물러도 꽤나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변했다.

그렇게 탐색하며 찾아낸 호텔이 스튜디오 시티라는 곳이었다. 검색을 하면서 느낀 건 스튜디오 시티라는 거대한 복합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생겨나면서 마카오 관광의 목적에 이 같은 변화가 시작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었다. 스튜디오 시티는 쉽게 말해 용산의 드래곤 시티, 인천의 파라다이스 시티 등과 유사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거대한 공간 안에 호텔이 여러 개 있고, 그 속에 모든 위락 시설이 공존하는 형태 말이다. 이런 차원에서 본다면 마카오의 스튜디오 시티는 정말 거대한 복합 시설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카지노는 안으로, 외부는 엔터테인먼트

익힌 구이덕 조개 요리(사진 스튜디오 시티)
올해로 문을 연 지 10년을 맞은 스튜디오 시티(Studio City, 이곳에는 4개의 호텔과 유명 레스토랑,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함께 공존한다)는 카지노 시티라는 선입견을 ‘럭셔리’와 ‘패밀리’라는 두 개의 단어로 대체한다. 대부분의 마카오의 호텔 밀집 지역은 도보로 접근이 가능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마카오의 유명 호텔인 파리지앵, 베네시안, 런더너(내부에 유명한 에그 타르트 가게가 있는 그 호텔이 맞다) 등에 한 번씩 다녀왔다.

이들 대부분의 호텔에서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두 눈에 강렬하게 들어오는 것은 바로 카지노였을 것이다. 마카오의 태동 자체가 카지노를 목표로 했던 과거이기에, 또 라스베이거스를 모티브 삼아 옮겨온 도시이기 때문에 ‘마카오=카지노’라는 등식은 일찌감치 성립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우리가 숙소로 삼은 스튜디오 시티 역시 카지노가 비즈니스 측면에서 중요할 것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카지노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살포시 내부에 위치시켜 두었다. 카지노를 찾는 사람들이 그 길을 찾지 못할 일은 없을 테니 말이다.

2023년 4월에 문을 연 스튜디오 시티 내 에픽 타워 호텔 객실 전경
‘거대하다’는 말로도 표현이 쉽지 않은 스튜디오 시티가 내부를 카지노로 잘 포장해뒀다면 그 외부에는 무엇이 있을까? 여기에서 바로 스튜디오 시티를 마카오의 대부분 호텔과 차별화시키는 특징이 표출된다. 그건 바로 할리우드 거대 영화 스튜디오(예를 들어 워너브라더스, 파라마운트 등을 스튜디오라고 부른다)의 스튜디오를 모티브로 삼았다는 것이다.

그 작명에서도 느낄 수 있듯 스튜디오 시티는 영화를 그들의 정체성으로 삼고, 영화가 전하는 엔터테인먼트를 그들의 슬로건으로 삼은 듯하다. 그래서 로비 이편저편에는 할리우드 스타들의 밀랍 인형이 전시된 공간들도 있고, 투숙객 혹은 방문객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들도 마련되어 있다. 앞서 스튜디오 시티를 럭셔리와 패밀리라는 키워드로 표현했는데, ‘럭셔리’라는 용어는 스튜디오 시티의 호텔에서 곧바로 드러난다.

이곳은 10년 전에 문을 연 스타 타워, 셀러브리티 타워의 두 호텔을 보유하고 있다. 또 2023년 4월과 9월에 각각 문을 연 에픽 타워와 W 마카오라는 신상 호텔까지 함께 한다. 그러니 스튜디오 시티 내부에는 총 4개의 타워가 있고, 그 속에 수많은 위락 시설이 공존하는 셈이다. 그리고 이러한 엔터테인먼트 시설들은 ‘패밀리’라는 키워드와 자연스레 접합된다.

‘식도락과 아이들 물놀이’의 천국

내가 경험한 스튜디오 시티는 어른과 아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시설들로 가득했다. 일단 가족 중 어른을 위해서는 다양한 식도락을 경험할 수 있는 파인 다이닝, 유명 체인 레스토랑, 굉장히 많은 수의 중국 전통 및 스트리트 푸드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들로 꽉 채워져 있다. 미쉐린 1스타인 ‘펄 드래곤’과 같은 파인 다이닝도 있고, ‘딘타이펑’과 같은 대중적인 음식점도 있다. 심지어 맥도널드와 파이브 가이즈까지 존재한다.

또 국내에서도 라부부 등의 캐릭터로 인기가 많은 ‘팝마트’는 물론이고 다양한 브랜드의 숍도 즐비하다. 일본 여행에서 꼭 들렀던 그 욕망의 ‘돈키호테’가 스튜디오 시티 내부에도 있다. 우리 가족도 새벽까지 운영하는 돈키호테 덕에 야식을 사러 매일 이곳에 들러 시간을 보내곤 했다. 스튜디오 시티는 쇼핑에의 욕망도 충분히 충족시킨다는 이야기다.

아이들을 위해서는? 가히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형 키즈 카페인 ‘슈퍼 펀 존’이 일단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7살 아들도 맑은 눈을 반짝이며 이곳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또 물놀이의 끝판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대형 워터파크가 있다. 겨울이라 실내만 오픈 해둔 상태였지만, 그 실내 사이즈만 하더라도 엄청났다. 더욱이 한국에서는 120cm 키 제한에 걸려 한번도 타보지 못했던 다양한 워터 슬라이드(이곳은 110cm가 넘으면 대략 다 탑승 가능했다)에 탈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아이의 움직임은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보통 유명 시티에는 런던 아이 등과 같은 대관람차가 상징적으로 존재하기 마련이다. 스튜디오 시티에도 있다. 행운의 숫자로 많이들 언급되는 ‘8’자 모양의 거대한 대관람차 ‘골든 릴’이 바로 그것. 이렇게 언급한 것들 한 가지씩만 해도 스튜디오 시티 밖을 나갈 이유가 하나도 없을 정도다. 그만큼 이곳은 카지노를 제외하고도 성인과 아이가 즐길 것이 많은 공간이라는 말이다.

스튜디오 시티의 모 기업은 멜코 리조트 앤 엔터테인먼트다. 이곳은 마카오에서 스튜디오 시티 이외에, 역시 거대 호텔과 레스토랑,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갖춘 시티 오브 드림스(City Of Dreams, 이하 ‘COD’)도 운영 중이다.

COD를 지금 소개하는 이유는 이곳에 ‘마카오에서 꼭 보아야만 하는’ ‘이것을 보기 위해 마카오를 방문’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 지상 최대의 수상 공연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House Of Dancing Water, 이하 ‘HODW’)’다. 2025년에 리뉴얼하여 다시 재개한 HODW는 보는 이로 하여금 ‘우와’ 하는 탄성을 내지르게 할 만한 요소들로 가득하다.

홍콩 여행의 옵션에서 이제 ‘오로지 마카오’로

‘하우스 오브 댄싱워터’ 공연 장면
일단 무대 세팅 자체가 압도적이다. 물과 뭍이 공존하는 바닥이 첫 번째다. 보고 있는 내내 대체 어떻게 깊은 수심의 물이 되었다가 모터사이클이 달릴 수 있는 튼튼한 바닥이 되는지 궁금해질 정도다. 두 번째는 다이빙과 아크로바틱으로 인간 신체의 역동성과 수려함을 동시에 표출하는 공연 자체다.

HODW는 남녀노소 누구나 보며 감탄사를 연발할 수밖에 없는, 나 역시도 근래 본 공연 중 최고였다 해도 과언이 아닐 무대였다. 실제 나는 이 공연을 7살 배기 아들과 함께 관람했다. 아이에게도 HODW는 실로 숨막힐 정도로 압도적인 공연이었던 듯했다. 종료 후 아이가 자기 등에 손을 좀 넣어보라고 했다. 굉장히 긴장한 듯, 아이의 등은 땀으로 흥건했다. 이후 마카오에서 어떤 게 제일 기억나냐고 했을 때 아이는 HODW를 주저 없이 일순위로 꼽았다.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 공연 장면(사진 멜코 리조트 앤 엔터테인먼트)
이렇게 카지노를 완전히 제외하고도 마카오에서의 시간은 쏜살같이 흐른다. 일단 스튜디오 시티 내부를 오가는 것조차 완벽한 도보여행이 된다. 가는 곳곳마다 발걸음을 멈추게 할 요소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맛난 것을 찾아 떠나는 식도락 여행을 하기에도 충분하다. 마카오에 3박 5일간 머물면서 홍콩을 가볼까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대부분을 호텔 내부에서 즐겼고, 마카오 구시가지 관광을 하며 또 다른 마카오의 모습을 즐겼던 것 같다.

마카오는 굉장히 작은 지역이다. 그러니 외부 관광에 굉장히 많은 시간을 할애할 필요가 없다. 밖으로 나가는 건 하루면 족한 듯하다. 물론 도박을 하기 위해, 환락의 도시를 즐기기 위해 마카오로 간다는 옛말에 신경 쓸 필요도 없다. 라스베이거스에 스피어와 같은 명물이 생기고, 원래부터 유명한 F1 그랑프리 경주 등으로 사람들이 밀집하는 것처럼, 마카오 역시 과거의 이미지에서 탈피하려 노력하는 중이다. 그러니 한번쯤 가족여행 계획을 마카오로 잡아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 이주영(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픽사베이, 멜코 리조트 앤 엔터테인먼트]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18호(26.02.2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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