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에 건강보험, 왜 안되나요?” 고려대병원 서수홍 교수를 만나다

김현선 2026. 2. 23. 14:59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파이낸셜뉴스] <탈모 전문가 100인 인터뷰>에 출연한 심우영 박사는 고려대학교병원 피부과 전문의인 서수홍 교수를 다음 인터뷰 타자로 지목했다. 서수홍 교수는 <한국형 원형탈모 중증도 분류 기준(2024)>을 마련하고 <소아 원형 탈모가 환아와 그 가족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2023)>을 연구하는 등 환자 중심의 연구를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다.

“탈모에 건강보험, 왜 안되나요?” 고려대병원 서수홍

많은 의사가 ‘탈모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가 아니다’ ‘건강보험을 적용하기에는 이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달랐다. 그저 탈모라는 단어로 치환하고 일반화하기에는 생존을 위협하는 종류의 탈모도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강조하는 탈모, 전신의 털이 모두 빠지고 탈모 외에 다른 병증을 수반하기도 하는 악랄한 탈모는 바로 ‘원형탈모’다.
파이낸셜뉴스 헬스&뷰티 기획 <탈모 전문가 100인 인터뷰>
정상적으로 있어야 할 것들이 부재할 때 그것은 상실을 불러옵니다. 우리에게 깊고 무거운 상실을 일으키는 존재, 시대 문제의 화두로 떠오른 탈모. 탈모를 바로 마주하고 극복하기 위해 탈모 치료 1세대 개척자인 의학박사를 시작으로 100인의 탈모 전문가를 만납니다. ‘탈모’라는 두 글자 뒤 펼쳐질 새로운 이야기들을 기대해 주세요.

이하 인터뷰에서 기자는 '김' 서수홍 교수는 '서'로 표기합니다.
'원형탈모' 다른 탈모와 반드시 구분 돼야

고려대학교병원에서 피부과 전문의로 재직 중인 서수홍 교수. 그는 피부암과 백반증, 원형탈모 등을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 [탈모 전문가 100인 인터뷰]

김: 원형탈모 관련 연구와 활동을 많이 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원형탈모란 무엇인가.

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원형 또는 타원형으로 탈모반이 생기는 경우다. 원인이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하나, 또는 여러 개의 탈모반으로 시작되어 심한 경우 머리털 전체, 전신의 털이 모두 빠지기도 한다.

김: 그렇게 심하게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니 안타깝다. 가장 유관하다고 여겨지는 원인에는 무엇이 있나.

서: 지금까지 연구에 따르면 원형탈모는 면역과 연관이 크다. 사람은 태어나면 ‘면역 특권’을 가진다. 외부와 싸워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바이러스 감염, 약물, 스트레스 등 다양한 원인으로 특권에 균열이 생기면 몸이 스스로를 공격한다. 모낭이 공격을 받으면 원형탈모가 생기는 것이다.

김: 자가면역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다른 병증도 동반할 것으로 보인다.

서: 그렇다. 원형탈모가 있는 환자 중 백반증을 동반하는 환자도 많다. 백반증 역시 몸의 멜라닌 세포가 자가 면역에 의해 파괴되는 것. 아토피를 동반하는 환자도 많다.

김: 한 가지 병으로도 고통스러운데, 여러 증상이 동반되면 환자도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환자들을 많이 겪어서인지 대한모발학회가 진행하는 <한국형 원형탈모 중증도 분류 기준> 수립에 참여했다.

서: 원형탈모 환자들의 증상은 천차만별이다. 환자 중 작은 탈모반이 1개 생긴 환자와 전신의 털이 다 빠지는 환자가 있다고 가정하자. 두 환자는 중증도 측면에서 분명히 차이가 난다. 치료 과정은 물론이고 예후에서도 차이가 크다. 환자들이 겪는 심리적 압박은 또 어떻겠나. 환자가 더 체계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한 것이다.

김: 중증도를 분류하는 기준이 궁금하다.

서: 먼저 윗머리, 뒷머리, 양쪽 옆머리까지 모발이 자라는 구역을 네 구역으로 나눈다. 네 구역 전체를 100%로 보았을 때, 원형탈모가 20% 정도 일어났다면 경증, 20%에서 50% 사이라면 중증으로 본다. 50%가 넘어가면 매우 심각한 상태다. 분류 기준에 ‘한국형’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한국에서는 20~50% 구간에 해당해도 치료 반응이나 예후 등을 고려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그럴 때 중증도 분류 기준이 도움이 된다.

심각한 탈모에는 마음까지 다스려야, 정신과 협진도

서수홍 교수는 탈모로 심각한 스트레스에 놓인 환자의 경우 정신과 협진을 추천하기도 한다. 우울증 등 다양한 문제로 탈모 치료에 저항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신과 치료를 함께했을 때 탈모 치료 효과가 좋아지기도 한다. [탈모 전문가 100인 인터뷰]

김: 인터뷰를 위해 사전 조사 했을 때, 지금까지의 족적이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실제 체감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짐작되는데, 진료실에서 바라보았을 때 탈모가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

서: 크다. 아주 크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사람이 받을 수 있는 스트레스가 100이라고 가정했을 때, 때로 90에 육박하게 스트레스받는 환자들도 많다.

김: 그 스트레스가 탈모에 다시 영향을 주는, 말하자면 악순환이 계속되기도 하나. 진행한 연구 중 ‘탈모 환자들이 탈모로 우울증이나 불안을 겪을 때 치료에 저항이 생긴다’라는 결과도 있었다.

서: 당연하다. 앞서 원형탈모는 면역 특권에 균열이 갔을 때 생긴다고 설명했는데 면역에 균열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가 스트레스다. 탈모가 생기면 스트레스가 동반되고, 또 탈모가 악화하는 악순환이 생긴다.

김: 그럴 때는 어떻게 하나. 탈모 치료에 매진하는 것만이 방법인가.

서: 탈모 치료를 약물 치료라고 하면, 약물 치료 외에도 다양한 치료를 병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실제로 치료 환자 중 몇은 정신과에 진료를 다니고 있다. 반대로 탈모로 정신과를 찾은 환자가 있다면 정신과에서 피부과로 의뢰하기도 한다. 협진했을 때 우울증 등 다양한 척도가 개선되어 환자 삶의 질이 좋아지는 것을 자주 목격했다.

김: 교수 본인은 환자에게 어떻게 힘을 실어주나. 정신과 진료가 필요할 정도는 아니지만 심리적으로 지친 환자들도 있을 텐데.

서: 막연한 위로보다는 현실적으로 희망을 주려고 노력한다. 최근 좋은 약이 많이 출시되고 있지 않나. 새로 나온 약에 대해 설명하고 ‘한번 해 보자’라며 독려한다. 끌고 가면 함께 환자도 함께 따라온다.

좋은 약 권해도 '안 할래요' 비용 문제로 포기하는 환자 볼 때 안타까운 마음

김: 좋은 약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원형탈모 약값이 비싸다고 들었다.

서: 매우 비싸다.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약은 약값만 한 달에 6~70만 원 정도다. 효과가 좋은 약이라고 해도 환자들이 약값을 듣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김: 효과가 좋은 약이란 ‘잭(JAK)억제제’를 말하는 건가.

서: 그렇다. 잭억제제가 주된 약재다. 우리나라에서 원형탈모 치료에 처음으로 승인을 받은 잭억제제는 릴리의 ‘올루미언트(바리신티닙)’인데, 관련한 논문에 따르면 중증 원형탈모 환자가 해당 약물을 복용하고 경증으로 완화되는 경우가 1년 이내에 40%에 달한다. 아주 획기적인 수치다.

김: 40%면 꽤 높은 수치다. 잭억제제가 이전의 원형탈모 치료약과 구분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서: 이전에는 원형탈모에 포커싱된 약이 없었다. 몸의 면역 전체를 다루는 약만 있었을 뿐이다. 스테로이드, 사이클로스포린과 같은 약인데 장기 이식을 후 면역을 억제하기 위해 복용하는 약을 원형탈모에도 복용해온 것. 합병증이나 부작용이 많았다. 잭 억제제는 전신의 모낭에만 작용해 몸의 면역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원형탈모 환자 중에는 눈썹이나 속눈썹이 빠진 환자도 있는데 그런 환자들도 효과를 보고 있다.

원형탈모, 마음은 물론이고 몸까지 무너지는 병... 건강보험 필요

원형탈모는 건강보험 적용을 두고 여러차례 논의가 진행되었지만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단계는 아니다. 환자들은 좋은 약을 두고도 비용 때문에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서수홍 교수는 '좋은 약이 나왔을 때 좋은 혜택을 제공해 준다면 환자에게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탈모 전문가 100인 인터뷰]

김: 효과도 좋고 안전한데 약값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을 보면 안타까울듯 하다. 최근 탈모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문제로 여러 의견이 있었다. 중증 원형탈모 환자를 자주 접하는 의사로써, 남다른 생각을 가지고있을 듯한데.

서: 소위 ‘탈모’라고 하면 ‘대머리’ 그러니까 안드로겐성 탈모로 통칭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건강보험을 적용한다고 했을 때 생명과 직결된 문제가 아니라며 반발을 사는 것. 그러나 원형탈모는 다르다. 온몸의 털이 빠지기도, 다른 질환을 동반하기도 한다고 설명하지 않았나. 외모적인 문제가 아니라 몸의 문제가 함께 수반되고 있으나 약값이 비싸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이 많다. 환자의 재정적인 부담을 덜어서 하루빨리 적극적으로 치료할 수 있기를 바란다.

김: 환자의 삶을 걱정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서: 원형탈모 환자들은 진료 중 갑자기 목 놓아 울기도 한다. 정신과를 함께 다니기도 하고. 호르몬제를 넘어서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고, 모발 이식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을 때 거울을 보는 심정은 오죽하겠나. 비단 거울을 볼때뿐 만아니라 몸이 망가지고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좋은 약이 나왔을 때 충분한 혜택을 제공해 준다면 이 지난한 싸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원형탈모는 건강보험 적용에 대한 논의가 이미 여러 번 언급된 바 있다. 건강보험 적용에 있어서 원형탈모만은, 다른 탈모보다 우선순위로 논의해 주었으면 한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 문득 가슴에 달린 명찰에 눈이 머물렀다. 언제 찍은 사진이냐 물으니 아주 젊고 앳된, 20여 년 전 전문의 시절이란다. ‘저 청년이 환자들과 동고동락하며 머리가 하얗게 샌 어른이 됐구나’라는 생각에 미쳤다. 모두가 'no'라고 하는 건강보험 문제에도 'yes'라고 하는 이유가 사진 한 장으로 십분 이해가는 순간. 그 사진은 20년 묵은 관심과 사랑, 걱정을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kind@fnnews.com 김현선 기자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