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감정은 가장 강렬…“성별을 초월한 공감을 그려냈죠”

이승훈 특파원(thoth@mk.co.kr) 2026. 2. 23.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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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의 세포들’ 이동건 작가 인터뷰]
웹툰 드라마화로 일본서도 탄탄한 팬층
일본 만화의 감정 표현 방식은 배울 점
AI는 기회이자 위협…지금은 도구 역할
휴재기 속 “내가 뭘 좋아하는지 찾아야”
지난 21일 일본 도쿄 한국문화원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이동건 작가 [도쿄 이승훈 특파원]
드라마로 제작돼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웹툰 ‘유미의 세포들’의 이동건 작가를 최근 일본 도쿄 한국문화원에서 만났다. 그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개최한 ‘2026 K-웹툰 전시’의 토크 콘서트 참석차 도쿄를 찾았다.

남들 앞에 나서기를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라는 그는 토크 콘서트 내내 일본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에 다소 상기된 얼굴이었다. 콘서트 후 150명이 되는 참석자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 줄 정도로 낯선 이국땅의 팬들에 대한 애정도 각별히 드러냈다.

그는 올해를 ‘안식년’이라고 표현했다. 정기적인 연재를 중단하고 쉬고 있는 시기라는 의미다. ‘유미의 세포들’에 이은 작가의 후속작인 러브 코미디 ‘조조코믹스’는 지난해 10월 시즌5를 끝으로 연재가 종료됐다.

이동건 작가는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다음에 무엇을 그리고 싶은지 찾는 순간”이라며 “차기작에는 더욱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도록 매일 그림 연습은 빼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작품에서는 연출의 변화를 시도하고 싶다고 했다. 얼굴 중심 클로즈업에서 벗어나 몸과 배경이 더 살아 있는 구도를 그리고 싶다는 얘기다.

그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를 보면 주인공이 도망치는 장면이 굉장히 재미있게 묘사되어 있다”며 “이러한 만화적 재미를 좀 더 탐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지난 21일 일본 도쿄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에서 이동건 작가가 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1981년생인 이동건 작가는 어릴 적 일본 만화를 즐겨 본 세대로 꼽힌다. ‘이나중 탁구부’로 유명한 후루야 미노루 작가의 ‘시가테라’나 ‘괴짜가족’ 등을 소장할 정도로 좋아한다고 한다.

후루야 작가의 경우 감정을 직접 설명하지 않고 이미지를 통해 이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 인상 깊었다고 한다. 여기서 만화라는 매체가 가진 강점을 절실히 느꼈다는 설명이다.

이 작가는 “어릴 때는 ‘드래곤볼’을 읽으며 자랐다”며 “일본 만화에서 영향을 받았다기보다 그냥 일상의 일부였던 존재”라고 설명했다.

이동건 작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유미의 세포들’은 여성 직장인의 연예와 일상을 세포라는 의인화된 캐릭터를 통해 풀어낸 작품이다. 남성 작가가 여성의 내면을 섬세하게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연애 감정은 인간이 느끼는 감정 가운데 가장 강렬하다”며 “남성 독자도 이를 똑같이 느끼기 때문에, 성별을 초월한 공통 감정을 그리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세포’라는 아이디어는 아내와의 대화에서 출발했다.

“‘머릿속에 맷돌이 잘 안 돌아간다’는 표현이 있잖아요. ‘이것을 굴리는 작은 존재가 있다면 귀엽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세포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일본 도쿄 한국문화원에서 개최한 ‘2026 K-웹툰 전시’의 ‘유미의 세포들’ 전시 모습. [도쿄 이승훈 특파원]
‘유미의 세포들’은 김고은 배우가 주연으로 드라마로 제작돼 더욱더 화제를 모았다. 일본에서는 OTT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에서 이를 서비스하고 있는데, 방송 초기에는 시청률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 작가는 “드라마에서는 극본을 맡은 송재정 작가가 원작의 순서를 잘 재배치했다”며 “올해 방송되는 시즌 3도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이 전 사회에 충격을 주는 가운데 웹툰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AI와 관련해서는 위협인 동시에 기회라고 언급했다.

이 작가는 “PC에 자연스럽게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인 ‘와콤 신티크‘가 처음 등장했을 때도 웹툰 업계에서는 이를 사용할 것인가를 놓고 찬반양론이 갈렸었다”며 “지금 모두가 신티크를 사용하는 것을 볼 때 AI 역시 업계가 훌륭한 도구로 활용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AI가 스스로 창작해 웹툰을 만들 가능성에 관한 질문에 그는 “최초 아이디어 구상에서부터 대사 선택, 핵심 이미지 구성 등 창작자들이 고민하는 부분은 AI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며 “한계는 분명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일본 도쿄 한국문화원에서 개최한 ‘2026 K-웹툰 전시’의 ‘유미의 세포들’ 전시 부스에서 관람객이 한국어판 웹툰 서적을 읽고 있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올해 안식년을 갖는 이동건 작가의 복귀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는 “다음 작품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더 나은 모습으로 독자와 만나겠다”고 환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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