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중의원 선거 뒤흔든 외부 세력의 '조직적 여론 조작'… 中 선거개입?
생성형 AI 이미지와 정교한 일본어 수법으로 '스텔스화' 가속
![연립여당인 요시무라 히로후미 일본유신회 대표(왼쪽)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겸 자민당 대표[사진=로이터·연합뉴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23/552779-26fvic8/20260223134018975xfjr.jpg)
지난 8일 자민당의 압승으로 끝난 일본 중의원 선거 과정에서 외부 세력의 조직적인 정보 공작 정황이 구체적으로 포착되어 충격을 주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과 요미우리신문은 각각 독자적인 데이터 분석과 전문 기관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중국 정부와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수백에서 수천 개의 계정이 선거 기간 전후로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일본 사회 내 분단을 조장하기 위한 치밀한 심리전을 전개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사는 각 매체의 치밀한 분석을 통해 이루어졌다. 닛케이는 자체 분석팀이 '멜트워터(Meltwater)'와 '오디언스(Audiense)' 등 전문 분석 도구를 활용해 소셜미디어(SNS) X(구 트위터)의 데이터를 직접 정밀 분석했다. 반면 요미우리는 SNS 분석 전문 업체인 '재팬 넥서스 인텔리전스'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보도했다. 두 매체의 분석 결과 규모에는 차이가 있으나, 조직적 개입이 있었다는 결론은 일치한다. 닛케이는 약 400개의 중국계 계정을 특정했으며, 재팬 넥서스 인텔리전스의 조사를 인용한 요미우리는 그 규모가 최대 3000개에 달한 것으로 분석했다.
공작 계정의 생성 시점은 이들의 의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닛케이에 따르면 공작 계정의 약 76%는 선거 직전인 2025년 12월 이후 집중적으로 개설되었으며, 요미우리가 인용한 조사에서도 1월 19일부터 24일 사이에 다수의 계정이 한꺼번에 만들어진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는 특정 세력이 선거 시점에 맞춰 대량의 ‘유령 계정’을 투입했음을 시사한다.
이들 계정은 일반 이용자와 달리 프로필 이미지를 돌려쓰거나 규칙성 있는 사용자 ID를 사용하는 등 전형적인 공작 특성을 보였으며, X 측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계정당 게시글 수를 제한하면서도 여러 계정이 연동하여 특정 내용을 확산시키는 수법을 썼다.
공작의 주요 타깃은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였다. 해당 계정들은 ‘#국민의 배신자 다카이치 사나에’, ‘#다카이치 사나에 퇴진’ 등 공격적인 해시태그를 조직적으로 유포했다. 특히 이들은 다카이치 총리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구 통일교)의 유착 의혹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는데, 이 과정에서 국내 언론에서도 많이 소개된 ‘TM 특별 보고’라는 교단 내부 문건을 인용해 다카이치 총리가 교단으로부터 표를 매수했다는 식의 주장을 일본어로 작성해 퍼뜨렸다. 이는 선거 당시 야당이 정부 비판의 주요 소재로 삼았던 이슈를 정밀하게 파고들어 일본 내 여론 분열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기술적 고도화 역시 이번 공작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닛케이 분석 결과, 이들이 게시한 이미지 중 59개가 AI(인공지능) 생성물로 판정되었으며 이 중 70% 이상이 중국 기업의 AI를 통해 제작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되었다. AI 이미지들은 고령화로 인한 생활고, 오키나와 미군 기지 주변의 주민 갈등, 선거 부정 의혹 등 일본 국민의 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테마를 시각화했다. 요미우리는 이러한 활동에 대해 일본 사회의 분단을 부추기고 해외에서 일본에 대한 평가를 떨어뜨리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닛케이가 인용한 전문가들 역시 이는 특정 정치인에 대한 공격을 넘어 사회적 균열을 파고드는 고도의 심리전이라고 지적했다.
언어적 장벽 또한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과거 외부 세력의 정보 공작은 조잡한 일본어나 중국어·영어 게시가 주를 이루었으나, 이번 선거 기간 중에는 일본어 게시물이 급증하며 한때 중국어 게시량을 상회하기도 했다. 비록 일부 게시물에서 중국식 한자가 발견되기도 했지만, AI의 발전으로 인해 언어적 ‘스텔스화’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에 일본 정부는 이번 국회에서 내각정보조사실을 ‘국가정보국’으로 격상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등 인텔리전스 기능 강화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AI 시대의 정보 공작은 언제든 즉각 실행될 수 있는 만큼, 평상시에도 산·관·학이 협력하여 공작 사례를 공유하는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는 것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핵심 과제라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