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최대 마약 카르텔 두목 ‘엘 멘초’ 사살...도시 곳곳 마비

멕시코군이 악명 높은 마약 밀매 집단의 우두머리 일명 ‘엘 멘초’를 사살했다. 멕시코 전역에서 차량 방화와 도로 봉쇄가 잇따르며 치안 불안이 확산됐다.
로이터·에이피(AP) 통신과 현지 주요 일간 ‘엘 솔 데 멕시코’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각) 멕시코 정부가 군사작전을 벌여 전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마약 밀매 집단 ‘할리스 신세대 카르텔’(CJNG)의 수장 네메시오 오세게라(60·엘 멘초)를 사살했다.
멕시코 서부 할리스코주 타팔파에서 수행된 작전에서 부상을 입은 엘 멘초는 수도 멕시코시티로 이송 중 사망했다고 멕시코 국방부는 자료를 내어 밝혔다. 이번 작전에서 멕시코군은 4명을 현장에서 사살했고, 엘 멘초를 포함한 3명은 부상 후 숨졌다. 이외 2명은 체포됐고, 장갑차, 로켓 발사기, 기타 무기 등이 압수됐다. 이 과정에서 멕시코군 3명이 다쳐 치료받고 있다.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은 2000년대 후반에 할리스코주를 중심으로 형성된 멕시코 조직범죄 집단으로 코카인·메스암페타민(필로폰)·펜타닐 등 마약을 생산과 밀수를 해, 미국 내 마약 유통에 관여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인신매매, 연료 절도, 강제 노동 등 다른 범죄도 저지르고 있다. 이 카르텔은 군사 장비와 드론 같은 장비도 사용하며 매우 잔혹한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이 조직은 최근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멕시코 마약 범죄 집단인 시날로아 카르텔과 함께 멕시코 최대 규모의 마약 카르텔로 성장했다.
단기간에 급속도로 성장한 조직을 이끌어온 엘 멘초는 시날로아 카르텔 우두머리인 호아킨 구스만(일명 ‘엘 차포’)이 2016년 체포 이후 멕시코에서 가장 강력한 마약왕이 됐다. 미국은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을 외국 테러 조직으로 지정했고 엘 멘초에게 1500만달러(약 217억원)의 현상금을 걸기도 했다.

그는 19살이었던 1986년부터 범죄에 손을 대 1990년대 활발하게 마약 밀매 활동을 해왔다. 엘 멘초는 마약 관련 범죄로 수차례 체포돼 미국에서 복역한 뒤 멕시코로 강제 송환됐다. 이후 그는 할리스코주 내 도시 곳곳에서 경찰관으로 근무하며 경찰 내부 운영 방식에 대해 배우게 된다. 짧은 경찰 생활을 청산한 이후에는 밀레니오 카르텔에 합류해 조직의 핵심 인물로 성장했다. 2010년께 밀레니오 카르텔이 붕괴·분열되면서 독자적인 세력을 형성했고,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을 조직해 최고 지도자로 군림했다.
이날 유명 카르텔 수장 엘 멘초의 사살 소식에 멕시코 내 마약 카르텔들이 북부와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 6개 이상의 주에서 차량을 불태워 도로를 봉쇄하는 사태가 수 시간 동안 이어졌다. 이는 정부의 군사작전을 저지하기 위해 카르텔들이 흔히 사용하는 수법이다. 소셜미디어에는 이 지역의 관광도시 푸에르토 바야르타 상공에 검은 연기가 올라오는 모습과 공항에서 사람들이 혼란 속에 뛰어다니는 모습 등이 담긴 영상 다수가 올라왔다.
할리스코주는 치안 불안에 23일 휴교령을 내렸다. 주민들에게도 집에 머물 것을 권고하고 대중교통 운행도 중단했다. 미국과 캐나다 당국은 멕시코에 체류하는 자국민들에게 안전한 곳에 머물 것을 당부했다. 미국 항공사 알래스카, 유나이티드, 사우스웨스트와 캐나다 항공사 웨스트젯, 에어캐나다 등도 할리스코주로 향하는 항공편 운항을 중단했다.
멕시코에서 열릴 예정이던 주요 국제 행사에도 차질이 생겼다. 멕시코-아이슬란드 축구 국가대표 친선경기와 멕시코 프로축구 리그 ‘리가 엠엑스(MX) 경기’ 등이 잇따라 취소됐다. 할리스코주 주도 과달라하라는 올해 여름 한국 대표팀의 경기를 포함한 올해 북중미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이날 군사작전이 벌어진 타팔파는 과달라하라에서 자동차로 2시간 거리에 있다.
이번 멕시코군의 작전을 두고 카르텔 지도부를 제거하는 ‘킹핀 전략’이 카르텔 분열을 야기해 오히려 폭력 사태를 촉발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도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 게시물을 통해 “모든 주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우리는 상황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며 침착함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엘 멘초 제거 소식에 미국은 곧바로 환영했다. 크리스토퍼 랜도 미 국무부 부장관은 자신의 엑스에 “멕시코 치안 당국이 가장 피비린내 나고 잔혹한 마약왕 중 한 명인 엘 멘초가 죽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이는 멕시코와 미국, 라틴아메리카, 그리고 전 세계에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지속적인 마약 밀매 조직 퇴치를 압박해 왔다.
미군 주도로 지난해 말 출범한 ‘합동 범정부 카르텔 대응 태스크포스’도 멕시코의 작전을 지원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해당 태스크포스가 이번 작전에서 역할을 했지만, 이번 군사 작전은 멕시코군 독자적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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