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에서 돈 냄새 맡은 그들의 거침없는 진격 [사모펀드의 덫➄]

강서구 기자 2026. 2. 23.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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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일상 파고든 사모펀드 5편
쓰레기 소각장에 쏠리는 시선
수도권 종량제 봉투 직매립 금지
턱없이 부족한 폐기물 소각시설
폐기물 처리업체 인수한 사모펀드
사모펀드 진출 활발해지고 있지만
산업 육성보단 배당에만 열올려
관련 비용 시민에게 전가될 수도

최근 사모펀드가 노리는 시장은 다소 뜻밖이다. 쓰레기를 취급하는 '생활폐기물 소각·매립' 시장이다. 공익적 차원에서 '생활폐기물'을 다루겠다고 나선 걸까. 당연히 아니다. 생활폐기물 소각·매립 시장에서 돈 냄새를 맡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모펀드의 이같은 진격이 우리 일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폐기물 처리 사업에 뛰어드는 사모펀드가 증가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람이 먹고 쓰고 생활하는 과정에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발생하는 것이 있다. 생활폐기물, 바로 쓰레기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한사람이 한해 동안 배출하는 쓰레기는 2024년 기준 459㎏, '하루'로 환산하면 1.2㎏에 이른다.

그럼 우리나라 인구의 4분의 1이 모여 사는 서울시에선 얼마나 많은 생활폐기물이 발생할까.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2024년 서울에서 발생한 생활폐기물(재활용 가능·음식물 쓰레기 제외)은 125만6746톤(t), 하루 평균 3443t이나 됐다.

이렇게 막대한 서울시의 생활폐기물을 지난해까지 그냥 매립해왔다. 서울 시민들이 쓰레기를 종량제 봉투에 담아 내놓으면 지자체가 이를 수거해 매립지에 묻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에서 발생한 생활폐기물의 종착지는 인천에 있는 수도권매립지다. 서울뿐만 아니라 인천광역시와 경기도에서 발생한 쓰레기도 여기에 묻힌다.

그런데 올해 1월 생활폐기물 처리 방식에 변화가 생겼다. 정부가 종량제 봉투의 직매립直埋立을 금지하면서다. 2021년 환경부(현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종량제 봉투에 담긴 생활폐기물을 선별·소각 없이 매립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을 공포했다.

그 결과, 서울시를 포함한 수도권에선 2026년부터 직매립을 금지했다. 다른 지역은 2030년부터 금지한다. 쉽게 말해, 수도권의 생활폐기물은 현재 소각하고 남은 '재灰'만 매립할 수 있는 셈이다.

최근 서울시의 문제는 바로 여기서 시작됐다. 정작 생활폐기물을 소각할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서울시가 2026년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 생활폐기물은 2905t(하루 평균).

그중 2016t은 양천구·노원구·강남구·마포구에 있는 소각장에서 소각할 예정이다. 나머지 30%에 해당하는 889t의 생활폐기물을 소각할 방법이 없다. 서울시 주요 자치구가 매립지에 반입할 수 없는 생활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 민간업체와 계약을 체결한 이유다.

■ 돈 냄새 맡은 사모펀드 = 이렇게 쓰레기 소각·매립장이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자 곳곳에서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수도권 쓰레기의 직매립을 금지한 만큼, 소각·매립 시장이 커질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사모펀드가 생활폐기물 처리업체에 투자한 금액은 2023년 6000억원에서 2024년 3조3000억원으로 450% 증가했다. 최근 투자 규모는 더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일례로 홍콩계 사모펀드인 거캐피털은 올해 1월 7500억원을 들여 코엔텍(폐기물 소각·매립)을 사들였다.

[사진|연합뉴스] 
혹자는 '쓰레기가 돈이 되면 얼마나 되겠어'라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2015년 13조5000억원이었던 생활폐기물 시장은 2025년 23조7000억원으로 두배 가까이 성장했다.

생활폐기물 처리 비용도 상승세다. 2020년 7만원대였던 t당 생활폐기물 소각 비용은 지난해 13만원대로 수직 상승했다. 최근 서울시 주요 자치구가 민간 소각시설과 맺은 계약 금액은 t당 13만~16만원에 달했다. 단순 계산으로 서울시가 처리하기 힘든 889t(하루 평균)의 생활폐기물만 처리해도 한해 420억~520억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 시장의 기대와 우려 = 이 때문에 사모펀드의 폐기물 산업 진출이 더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근거는 세개다. 첫째, 생활폐기물 산업은 규제가 강해질수록 돈이 되는 시장이다. 삼일회계법인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의 내용을 보자. "생활폐기물 산업은 규제가 강화되면 더 많은 비용을 내고서라도 폐기물은 적법하게 처리해야 한다. 적절한 폐기시설을 갖춘 사업자는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다." 이 보고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직매립을 금지한 올해가 '호기'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폐기물 소각장의 상각전영업이익률(EBITDA)은 40~50%에 달한다"며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폐기물 시장이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둘째, 생활폐기물 산업은 경기를 타지 않는다. 생활폐기물은 경기와 무관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

셋째, 인허가 등 진입장벽이 까다롭다는 것도 사모펀드를 유인할 만하다. 시장에 한번 진입하면 '안정적인 수입'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참고: 폐기물 처리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선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관할 행정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폐기물 처리시설은 승인 기관의 적정 여부 검토와 시설 검사 등을 거쳐야 허가를 받을 수 있다. 폐기물 매립시설은 단계별 매립계획과 매립·복토장비, 침출수 처리시설 설치 계획의 적정성, 기술 인력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물론 사모펀드가 폐기물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걸 나쁘게만 볼 순 없다. 중소형 업체들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던 폐기물 시장이 '선진화'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려할 점도 숱하다. 사모펀드라는 이름 뒤에는 따라붙는 탐욕이란 꼬리표 때문이다.

징후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2024년 사모펀드 IMM프라이핏에쿼티가 인수한 폐기물 소각·매립업체 에코비트가 대표적이다. 에코비트의 이전 주인은 미국계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였다. KKR(지분 50%)은 2021년 태영그룹의 지주회사인 티와이홀딩스(지분 50%)와 함께 에코비트를 설립했다.

문제는 그 이후다. 2021년 200억원을 시작으로 2022년 700억원, 2023년 729억원을 배당했다. 2024년엔 44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도 1875억원을 배당했다. 무리한 배당으로 에코비트의 재무구조는 직격탄을 맞았다.

2021년 144.2%였던 부채 비율은 지난해 상반기 181.3%로 치솟았고, 차입금 의존도는 같은 기간 40.1%에서 45.7%로 상승했다. 기업이 어찌 되든 '투자금 회수'에 골몰하는 사모펀드의 악습이 재연된 셈이다. 회사의 주인이 또다른 사모펀드로 바뀌었지만 과도한 배당 논란이 수그러들지는 의문이다.

정익수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최대주주 변경 과정에서 발생한 인수금융 이자 등이 배당을 통해 회사에 전가될 수 있다"며 "대규모 시설투자가 일단락됐지만 사모펀드인 주주의 투자전략과 배당성향에 따라 재무안정성 회복이 지연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사진|뉴시스] 
문제는 또 있다. 생활폐기물 업체를 인수한 사모펀드가 투자금 회수에 몰두하는 순간, 관련 비용이 서민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사모펀드가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폐기물 처리 비용을 인상하면 '종량제 봉투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사모펀드의 폐기물 시장 진출을 우려하는 이유는 수익 극대화 전략의 피해가 국민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올해부터 시행된 수도권 직매립 금지 등의 영향으로 폐기물 업체를 인수한 사모펀드의 입김이 세지면 처리 비용을 인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폐기물은 배출자부담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며 "결국, 국민들이 높아진 폐기물 처리 비용을 떠안을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생활쓰레기 매립·소각장까지 사들인 사모펀드는 과연 시장과 우리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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