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리스 힐튼이 고백한 ‘거절민감성’...어떤 사람에게 흔한가 봤더니

지해미 2026. 2. 23.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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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 민감성, 공식 질환 아니지만 실제로 정서적 고통 유발…감정 조절 어려움이 핵심
거절 민감성을 가진 사람은 비판이나 거절을 실제보다 더 위협적으로 해석하고, 강한 수치심이나 분노, 방어적 태도로 반응하는 경향을 보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미국 방송인이자 사업가인 패리스 힐튼이 한 팟캐스트에서 '거절민감성(rejection sensitivity dysphoria, RSD)'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진단 사실을 공개한 바 있으며, 이번에는 거절에 대한 극단적인 정서 반응이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혀왔다고 털어놨다. 이를 두고 '마치 마음 속 악마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RSD, 공식 진단명은 아냐

RSD는 현재 정신의학 진단 체계에 포함된 질환은 아니다. 영국 랭커셔대학교 발달신경과학 선임강사인 조지아 크로나키는 비영리 학술 매체 더 컨버세이션에 기고한 글에서, RSD는 독립된 병명이라기보다 '감정 조절의 어려움'과 '거절 민감성'이라는 두 가지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감정 조절은 상황에 맞게 자신의 감정을 관리하는 전반적인 능력을 말한다. 누구나 순간적으로 감정이 격해질 수 있지만, 이를 스스로 진정시키고 균형을 되찾는 과정이 가능하다면 비교적 건강한 감정 조절 능력을 갖춘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조절 능력이 취약할 때다. 비판이나 거절을 실제보다 더 위협적으로 해석하고, 강한 수치심이나 분노, 방어적 태도로 반응할 수 있다. 상대방이 명확히 거절하지 않았는데도 '거절당할 것 같다'는 생각만으로 깊은 상처를 경험하기도 한다.

감정 조절 능력은 타고난 기질뿐 아니라 성장 과정의 경험에도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반복적으로 비판을 받으며 자랐다면 자존감이 낮아질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타인의 부정적인 평가를 내면화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험은 이후 관계에서도 비판에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게 만드는 배경이 될 수 있다.

넓은 의미에서 감정 조절은 다양한 정서 반응을 다루는 능력을 가리키며, 거절 민감성은 그 안에 포함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ADHD와 감정 조절의 연관성

ADHD는 흔히 집중력 저하와 과잉행동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서 조절의 어려움 역시 적지 않게 동반된다. 연구에 따르면 ADHD 아동의 약 25~45%, 성인의 30~70%가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고된다.

이들은 갈등 상황에서 최악의 결과를 먼저 상상하거나, 타인의 말 속에서 부정적인 의미를 과도하게 읽어내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 감정을 억누르다 갑자기 폭발하거나, 반대로 관계를 스스로 끊어내는 양상도 나타난다. 이런 일이 반복될 경우 인간관계는 물론 학업과 직장 생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뇌가 위협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

크로나키 연구팀은 6~11세 남아을 대상으로 ADHD 유무에 따른 뇌파 반응을 비교했다. 참가자들은 화난 목소리, 행복한 목소리, 중립적인 목소리를 들었는데, ADHD가 있는 아이들은 특히 화난 목소리를 들을 때 뇌파가 더 강하게 활성화되는 반응을 보였다. 이는 위협적 자극에 과도하게 경계하는 대응으로 표현될 수 있다.

2018년 발표된 또 다른 연구에서는 또래로부터 거절당하는 상황에서 ADHD 청소년의 뇌 반응이 더 크게 나타났고, 반대로 수용될 때는 반응이 상대적으로 약했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사회적 평가에 대한 민감성이 신경학적 수준에서도 관찰될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반복적인 스트레스나 위협 경험이 많은 9~13세 아이들은 ADHD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났다는 연구도 있다. 이 그룹에서는 특정 뇌 영역의 차이도 관찰됐다. 정확한 인과관계는 여전히 연구 중이지만, 발달 과정에서의 경험이 정서 반응 체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ADHD만의 문제 아냐

거절에 대한 과민 반응은 ADHD에서 두드러질 수 있지만, 자폐스펙트럼장애, 경계성 성격장애, 우울증, 불안장애 등에서도 관련성이 보고된다. 다만 나타나는 양상은 다르다. 감정 조절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ADHD에서는 감정이 급격히 고조되는 경향이 두드러질 수 있는 반면, 자폐스펙트럼장애에서는 위축되거나 회피하는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

'교정'보다 '환경'에 주목해야

ADHD 치료에 사용되는 일부 약물은 거절 민감성과 관련된 정서적 고통을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거절 민감성을 근본적으로 없애는 치료법은 아니다.

크로나키는 생물학적 차이를 교정하려 하기보다, 개인의 강점과 흥미를 살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인간중심 치료처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존중받는 경험은 자존감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과거 비판이나 평가에 상처받은 이들에게는 이러한 경험이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아동의 경우 놀이를 통해 감정을 표현하도록 돕는 치료가 정서적 안정에 긍정적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도 있다. 반면 인지행동치료는 행동 조절에는 도움이 되지만, 감정 조절 문제 개선에는 제한적일 수 있다.

거절에 유독 큰 상처를 받는다면 이를 꼭 성격 문제만으로 단정할 필요는 없다. 감정 조절의 취약성과 성장 과정의 경험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주 묻는 질문]

Q1. 거절민감성(RSD)은 정신과 진단명인가요?

아니다. RSD는 DSM 등 공식 진단 체계에 포함된 질환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감정 조절의 어려움'과 '거절 민감성'이라는 심리적 특성으로 설명한다.

Q2. ADHD가 있으면 모두 거절에 예민한가요?

그렇지는 않다. 다만 연구에 따르면 ADHD 아동의 25~45%, 성인의 30~70%에서 감정 조절 어려움이 보고된다. 이로 인해 비판이나 거절에 더 강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

Q3. 거절 민감성은 치료할 수 있나요?

일부 ADHD 약물은 정서적 고통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인간중심 치료나 놀이치료처럼 정서적 안정과 자존감 회복에 초점을 맞춘 접근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지해미 기자 (pcraemi@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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