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기후대응 돕는다? “빅테크 기업 주장 그린워싱”

화석연료를넘어서(Beyond Fossil Fuels) 등 국제 환경단체 연합은 17일 'AI 기후 사기(The AI Climate Hoax)'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빅테크 기업과 국제에너지기구(IEA) 등이 제시한 'AI의 순 기후 혜택' 관련 주장 154건을 분석했다.
여기서 '순 기후 혜택'은 AI 도입으로 늘어나는 전력 사용과 화석연료 수요보다 감축 효과가 더 커, 결과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줄어든다는 주장을 뜻한다.
분석 결과, 학술 논문을 근거로 제시한 경우는 26%에 그쳤고, 36%는 아예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동료심사(peer-reviewed)를 거친 연구에 기반한 주장은 많지 않았으며, 상당수는 기업 보고서나 2차 자료에 의존하고 있었다.
"전력 많이 쓰는 생성형 AI는 숨기고... 'AI 기후 기여' 홍보?"
보고서는 "AI가 온실가스를 줄인다"는 주장 대부분이 전통적 AI 사례에 관한 것인데도, 이를 에너지 사용이 많은 생성형 AI 확장과 함께 묶어 홍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교적 전력 소비가 적은 전통적 AI의 기여를 앞세워, 전력 소비가 큰 생성형 AI까지 기후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설명하는 건 '미끼 바꿔치기(bait-and-switch)'에 가깝다는 평가다.
보고서 저자인 케탄 조시(Ketan Joshi)는 "빅테크 기업들이 에너지 소비가 큰 데이터센터 운영의 불투명성을 이용해 AI 사업을 계속 키우면서도, 이를 기후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적 AI는 미래 수요를 예측하거나 이미지·영상 데이터를 분석하는 등 특정 목적에 맞춰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술이다. 반면 생성형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글·이미지·코드 등을 새로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이는 많은 연산을 필요로 해 주로 대형 데이터센터에서 운영된다.
보고서는 생성형 AI 확산이 전력 수요 증가와 맞물려 있다고 지적했다. 2030년 기준 생성형 AI의 전력 소비는 전통적 AI보다 6~14배 많을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25년 4월 발표된 'Energy and AI'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2024년 기준 전체 전력 사용의 약 1.5% 수준이며, 2030년에는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기업이 AI 배출 정보 투명하게 공개해야"
구글은 2021년부터 AI가 2030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을 5~10%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24년 지속가능성 보고서에서는 데이터센터 확장 등으로 2019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이 약 48%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발표된 유엔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 보고서 역시 2020~2023년 사이 마이크로소프트(182%)·아마존(155%)·메타(145%) 등 AI 중심 빅테크 기업들의 간접 배출이 크게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11월에는 1,000여 명의 아마존 직원들이 공개서한을 통해 AI 확장과 데이터센터 구축이 기후 목표를 해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국내 에너지·환경 분야 전문가들은 생성형 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와 기업의 에너지 관리 체계를 함께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준범 한국환경경영학회 부회장(프랑스 트루아공대 환경정보기술학과 교수)은 생성형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재생에너지 확대, 폐열 활용 체계 구축,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연계 등 구체적인 에너지 관리 방안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관련 국가 단위 목표는 있지만 기업 차원의 구체적인 수치와 단계적 계획은 잘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이 에너지 사용량과 감축 계획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정부가 이를 점검하는 체계가 마련돼야 실질적인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성 한국환경정보연구센터 회장은 AI의 양면성을 짚었다. 그는 "AI 고도화는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 저감 방안을 효율적으로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생성형 AI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확대가 병행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감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 구조와 감축 계획을 충분히 공개하지 않는 점도 문제"라고 짚었다. 이어 "글로벌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면, 어떤 에너지원으로 전력을 조달하고 있는지, 배출을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