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 수필 ]②산에서의 행복 - 가을
나무가 주는 가르침, 도종환 시인의 단풍 드는 날
[<사람과 산> 황대연 객원기자] 상서로운 구름이 흐른다는 서운산(瑞雲山).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오르다 보니 금세 정상이다. 산의 높이는 해발 547.4m로 그리 높지 않으나 금북정맥 산줄기에 당당히 자리하고 있다. 평야 지대에 우뚝 솟아 평택과 진천, 안성 일대를 굽어보고 있다. 산우는 이 산 남쪽 기슭에 청룡사라는 사찰이 있는데, 이 산에 대한 전설이 전해 온다며 썰을 푼다.
"청룡사의 애초 이름은 대장암이었다. 고려 공민왕 때 나옹대사가 중창하면서 청룡이 서기가 가득한 구름을 타고 내려오는 것을 봤다고 한다. 그로부터 절 이름을 청룡사(靑龍寺), 산 이름을 서운산(瑞雲山)이라 했다."
이름 그대로 상서로운 구름이 흐르는 걸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역시 가을 하늘은 푸르고 높다. 높고 파란 하늘에 목화 송이 같은 흰 구름 한 덩이가 덩그러니 떠 있다. 그런데 서기가 감도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정상 언저리는 이미 가을이 깊어져 나무들은 다가올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단풍의 고운 추억을 간직한 채 한 잎 한 잎 잎들을 내려놓기 시작한다. 세속에 쌓인 무게를 덜어내며 내공을 다지려는지 알몸이 되어간다. 가을에 나무가 주는 가르침, 방하착(放下着)의 교훈이 담겨있는 도종환 시인의 시, '단풍드는 날'의 아름다운 시구(詩句)가 떠오른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하산 길에 들어선다. 숲속 어느 나무는 단풍 들 생각조차 하지 않 고 누렇게 물든 마른 잎을 달고 있다. 또 어느 성질 급한 나무는 이미 잎을 다 떨어뜨리고 알몸으로 서 있다. 남들 밥 반 그릇 먹기도 전에 뚝딱 한 그릇 비우고는 멀뚱멀뚱 앉아 있는 나의 급한 성질과 빼어 닮았다. 떨어진 낙엽은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떠나는 가을이 아쉬운지 '바스락~바스락' 귓가에 속삭이듯 노래한다. 최선을 다한 삶에 후회는 없다며 후일을 기약하는 듯하다.
이제는 단풍과 헤어져야할 시간이다. 저만치에서 유난히 곱게 물든 단풍이 바람에 살랑거린다. 마치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가까이 오라고 손짓하는 것만 같다. 가까이 다가가 단풍잎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린다.
"꽃보다 더 아름다운 너를 일 년 후에나 볼 수 있다니, 너와 나는 견우와 직녀처럼 일 년에 한 번씩 만나야 하는 숙명인가 보다."

완연한 가을의 정취를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도록 곱게 물든 단풍은 가을이 선사하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자연이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색, 가을을 가슴 한편에 차곡차곡 그려놓았다.
봄꽃보다 아름다운 단풍, 단풍 같은 산우와 함께 가을에 흠뻑 취한 행복한 산행이었다. 산행을 마무리하며 소회를 주고받는다.
"오늘 산행은 날씨도, 단풍도, 안성맞춤이었습니다."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글.사진 황대연 객원기자 │ 백두대간 종주 등 2,900여 개의 국내 산과 킬리만자로 등 9개의 해외 산에 올랐다. 저서 『백두대간에 서다』, 『은퇴산꾼 고산에 서다』, 『헤어날 수 없는 사랑』, 『맹물에 조약돌을 삶아 먹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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