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시범도’ 제주, 전도민 수당 150만원으로 시작

# '기본사회 시범도'로서 제주
이재명 정부는 기본사회를 국정운영의 주요 기치 중 하나로 설정하고 있다. 기본사회가 무엇이냐를 정립하기 전에 기본이 무엇이냐부터 시작해 보자. 기본! 누구도 이 기본이라는 개념을 무조건 거부하거나 무시하기 어렵다. 기본 없이는 응용이 어려워 보이고 발전이나 비약도 거의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본 없이는 모든 게 사상누각일 것이기에.
우리의 일상 삶에서 기본은 무엇일까. 의·식·주·통(교통통신)이 아닐까. 우리네 일상에서 절대 필요로 하는 위의 4가지 물품과 서비스를 조달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기본소득론은 특히 AI 시대에 부응해 삶의 기본을 보장해 주기 위한 맞춤형 기획이다. 기본소득은 누구에게나 주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보통선거와 같은 보편성을 그 특성으로 한다. 선별적이거나 시혜적이 아니라는 데에 기본소득의 정치경제적 함의가 있다.
기본소득은 인본주의적이면서 미래지향적인 시대 요청의 사안이다. 창발적인 협업형 대책의 하나이다. 그런데도 기본소득론은 이미 논쟁이 첨예화되어 버려 쉽게 정책 비전으로 내걸기가 어렵게 되어 버렸다. 장애인 등 특정의 사유가 없는 데에도 그냥 돈을 주는 것에 대해 일단 거부하려는 의식이 강하다. 누구에게나 무조건적으로 돈을 주다가 다들 아무 일도 안하면 어떻게 하려고. 정부에 의존적인 자세를 부추기는 게 가당키나 한 것인가. 모든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하자는 취지는 고상하다. 그러나 그에 소용되는 천문학적인 재원은 결코 쉽지 않다. 소득 보전은 미미한 채 괜스레 세금만 올리고 말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왜 기본소득론이 계속 운위되고 있는 것일까. 그 가장 큰 이유는 AI 시대라는 세상의 대격변일 것이다. 이미 오래전 바둑 알파고에서 위력을 보여준 AI다. 이제 AI는 우리가 하는 일을 바꾸는 데 머물지 않는다. AI는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방식을 전면 재조정하고 있다. 아니 어쩌면 인류의 존립 자체까지도 바꾸어 나갈지 모른다. 당장은 일하고 싶어도 일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노동 무임금이면, 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생성형 AI와 로봇 등의 기능 대체로 인간의 노동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 사회의 도래가 확실하다. 그렇다면 미리 대책을 강구해 나가야 하지 않겠나. 그건 할지 말지의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이 점에서 기본소득은 인류생존의 당면 과제이다.
기본사회는 이렇게 찬반으로 첨예화되어 있는 기본소득의 논쟁을 우회하기 위한 대처다. 기본소득의 취지를 보다 부드럽게 또는 세련되게 하고자 내건 게 기본사회다. 언젠가부터 기본소득은 사라지고 온통 기본사회가 정치권의 화두를 장악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에 코드를 맞추기 위해서인지도 모르겠다, 광명시가 지자체로서는 2025년 10월 처음으로 기본사회 조례를 제정했다. 제주도의회에서도 김경미 의원의 대표발의로 기본사회 조례가 준비 중이다. '도민행복 실현을 위한 기본사회 기본조례'가 그것이다. 위성곤 의원도 얼마 전 도지사 출마의 변에 '기본사회를 통한 일터·삶터 대전환'을 주요 정책 비전으로 내걸고 있다.
기본사회를 어떻게 끌고 가든, 기본소득이 없는 기본사회 정책 비전은 그야말로 앙꼬 없는 찐빵이다. 기본사회로 치장했다고 해도 그 핵심은 기본소득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달려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제주형 기본소득의 1단계로 70만 전 도민에게 연 15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자고 주창하려 한다. 그렇다면 왜 전도민 수당 150만원인가, 그리고 그에 소요되는 1조원대의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 연 150만원 도민수당
제주는 한라산을 가운데 두고 동서남북 1850㎢ 면적의 섬이다. 사이즈가 꽤 괜찮은 섬이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가 모델로 삼고있는 싱가포르보다 2배가 넘는다. 인구는 70만이지만, 연 1500만명의 관광객이 오가는 국제관광지다. 이는 제주도민의 생활 방식과 행복 지수가 1500만 관광객에게 무언가 직간접으로 시사점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체험·교육 현장이 바로 제주라는 것을 뜻한다. 노무현 정부가 제주를 특별자치도로 지정한 것은 바로 현장으로서의 제주의 장점에 주목한 것이라고 본다. 제주에 와서 보고 느낄 수 있는 행복도시의 시범이기를 요청하고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그 수단으로서 특별자치를 내건 것이고. 그러니 제주도민들은 특별자치도 지정에 쌍수를 들고 환영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20년 지내보니 특별자치에 기본이 없다. 도민이 빠지고 기초자치가 없다. 중앙정부로부터 이런저런 법적 권한을 가져오려는 데만 신경쓰는 자칭 '특별한' 도정만 바쁘다. 제주 특유의 활력을 높여나가려는 스스로의 노력은 없다. 특별은 특혜가 아니다. 그런데도 특별을 들먹이면서 중앙정부의 특혜만 쳐다보고 있다. 도민들마저도 중앙정부의 지원만 기다리면서 논쟁으로 시간만 보낼 뿐이다. 그 패표가 성산 제2공항이다. 그래서야 어디 도민의 삶이 개선되겠는가. 그런데도 복잡다단한 도민생활의 이모저모를 제왕적 도정이 도맡아 처리하겠다는 고집은 여전하다. 그건 오만이자 욕심일 뿐인 데도 말이다.
2026년 이후 앞으로 4년은 고우나 미우나 이재명 정부와 함께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국민주권을 내걸고 있으니, 지방자치의 버전은 도민주권일 것이다. 어느새 3특의 하나로 전락한 제주특별자치도이지만, 그래도 특별자치는 특별한 도정이 아닌 특별한 도민주권이어야 할 것이다. 제주형 기본소득은 바로 특별하게 도민주권을 고양하고 실현시켜 나가는 데 도움이 되도록, 이른바 물적 토대를 조성하자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다다익선인 만큼, 기본소득도 많을수록 좋을 게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70만 도민 모두에게 10만원이라도 주려면 엄청난 돈이 든다. 여기서는 제주형 기본소득 시작으로서 연 150만원의 수당을 전 도민에게 지급해 주는 설계도를 제출해 보고자 한다.
150만원 도민수당은 하나의 제안이다. 그건 월 10만원씩 120만원 줄 수도 있고, 분기별로 30만원씩 지급할 수도 있다. 30만원 상당의 문화 쿠폰은 덤이다. 너무 지나치게 150만원 액수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다만 이 정도 수준에서 시작해 보자는 것이다. 이후 도민의 만족도와 재원 조달상의 여유, 그리고 AI 시대의 진전 상황을 예의 유의하면서 액수는 조정해 나가면 될 터이다.
경기도 연천군이 2026~2027년 2년간 기본소득 시범을 한다. 자격요건 중의 하나로 90일 실거주를 내걸고 있고, 또 연천사랑상품권을 통해 매월 15만원을 지급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럴 필요가 있을까. 제주형 기본소득에서는 주민등록을 통한 제주도민이면 누구든 그에 맞추어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포함 기본소득권까지 부여하기로 하자. 읍면동 사무소에서 제주로 전입 신고를 할 때 본인 명의의 통장까지 신고하도록 하면 된다.
제주에 주민등록을 하는 순간, 따로 신청하지 않아도 지동적으로 기본소득이 현금으로 입금된다. 기본소득권은 도민이면 누구나 받을 권리이다. 동시에 그 돈을 본인이 알아서 쓸 자기결정권까지 포함해야 한다. 그래야 기본소득이 보편적인 도민주권이 될 터이다. 지엽적이지만, 그러면 괜스레 이런저런 행정비용이 따로 들어가지 않아서 좋다. 행정의 절차나 자격 등의 개입을 최대로 줄이는 데에서 도민주권이 생성되고 발전하리라 볼 것이다. 그게 특별자치의 모습이다. 1500만 관광객이 제주에서 보고 느낄 그 무엇이다. 자랑스럽고 만족스러운 제주의 선도성이 바로 이것이다.
연 150만원 수당 중에 굳이 30만원을 문화 쿠폰으로 용도 지정하는 이유가 있다. 그건 먹고사니즘이라는 기본소득론에 덧붙여 일상에서 문화·예술도 함께 향유하는 제주도민의 질적인 삶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음악, 미술, 독서, 체능 등 도민이 원하고 좋아하는 분야에서, 생각만 하다가 놓친 어느 문화·예술 영역의 한 부분을 맛보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건 기회의 제공이다. 기회가 누적되는 만큼 제주도민의 일상에서 문화예술의 비중도 높아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 문화예술의 섬 제주가 모습을 드러내리라는 기대도 있다. 이 점에서 문화 쿠폰 역시 특정 용도로의 제약이 아니라 충분히 열려있는 도민주권의 하나로 바라볼 것이다.
# 1조원 재원
150만원 도민수당을 제안할 때 꼭 뒤따라야 할 논의는 재원이다. 즉, 도민 70만x150만원=약 1조원의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이다. 크게 3가지 측면의 재원 조달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제주도 도민기업의 수익에서 3000억~4000억원 △제주도정의 예산 지출에서 4000억~6000억원 △기본소득 시범 지정에 따른 이재명 정부의 기본사회 정책 비전에서 4000억~5000억원 등이다. 1조원 이상 충분히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제주도민의 단합된 의지이고, 제주도정의 결심이며, 이재명 정부의 화답이다.
① 도민기업 수익에서 3000억~4000억원
제주도에 삼다수, 풍력 등을 이용해 돈 버는 공사가 몇 있다. 그 중 삼다수만 흑자다. 도정이 돈을 벌려고 하는 게 합당한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돈을 벌려고 공사를 세웠으면 돈을 벌어야 한다. 왜 잘 안될까. 돈을 벌어 어디에 쓸지, 그리고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합의된 비전과 방책이 없어서가 아닐까. 이른바 도민주주기업이 없다는 것도 그 하나다. 이와 관련해서는 기본소득 재원 확보를 위해 3~5개 내외의 도민주주기업을 발굴해 나갈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삼다수가 도민기업인 지는 조금 애매하다. 도민주주기업은 아니기 때문이다. 공식 명칭이 제주개발공사라는 데서 보듯 공기업이다, 그렇다고 삼다수 수익을 제주도정이 마음대로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도민은 드물다. 바로 이 지점에서 삼다수 등 공기업의 수익 용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제주형 기본소득을 찾아나서는 현시점에서 삼다수부터 시작할 수 있음에 그 창시자인 故 신구범 지사에게 고마움을 전해야 하겠다. 삼다수 말고는 그 이후 30년이 지나는 동안 번듯한 공기업이 없다. 그만큼 제주도정의 용틀임과 결기가 부족했다는 것이기도 하다.
20년 전 쯤인가 우근민 전 지사가 저가항공사 창설을 추진했다. 제주도정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저가항공사는 우여곡절 끝에 애경그룹으로 넘어가 버렸다. 제주항공이 그것이다. 재주는 제주도가 부리고, 그 이후 우후죽순으로 등장한 티웨이, 진에어 등 저가항공사는 나름 왕서방이 될 수 있었다. 험한 길은 제주도가 다 닦아주었다는 의미이다. 그 때 공기업이든 도민주주기업이든, 우근민-김태환 지사가 좀 더 대범하게 나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10여 년 전쯤 또 한 번의 제주발 공기업 논의는 에너지에서 왔다. 제주에너지공사가 그것이다.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열기에 편승해 에너지공사가 설립됐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에너지공사가 수익을 창출해 도민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바는 없다. 무엇이 문제일까. 에너지 수익의 주민 환원 모델로 각광받고 있는 신안군 모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신안군은 2018년 '신재생 에너지 개발이익 공유 등에 관한 조례'를 만들었다. 발전사업비의 30%를 주민과 신안군이 지분을 갖도록 했다. 그에 따라 신안군의 주민 배당은 2025년 120억원에 이른다. 2026년에는 137억원이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단순히 조례 제정만이 아니다. 에너지공사에 대한 대대적인 재정비가 요청된다. 중요한 것은 에너지 수익의 도민 환원을 바라보는 제주도정의 인식 전환이다. 기본소득 500억~1000억원을 마련하는 방향으로의 목표 전환이 필요하다. 제주도정이 2025년 '바람·햇빛연금'을 추진한다고 한다. 늦었지만, 반가운 일이다. 2026년 지방선거에 즈음해 국민주권 도민행복 실천본부 발 '기후연금' 제안도 고무적이다. 제주도 신재생에너지의 공공성 확보는 가능할 뿐만 아니라 당위이다. 올 지방선거 이후 기본소득 추진에 청신호나 다름없다.
기본소득 재원의 하나로, 다시 삼다수로 돌아가 보자. 삼다수는 도민의 공유재산이다. 해서 그 수익을 도민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건 지당한 일이다. 제주개발공사의 연매출 3500억원 가운데 1000억원은 기본소득으로 한다고, 제주도정이나 개발공사 이사회가 제동을 걸 여지는 없을 것이다. 여기서 내친김에 삼다수를 파는 제주개발공사에 대해 한마디 덧붙이면, 제주개발공사라는 이름부터 바꾸어야 한다. 무얼 개발하는 지도 잘 모르는 무취색의 개발공사보다는 그냥 국내외적으로 더 유명한 삼다수 브랜드명으로 가는 게 더 맞아 보인다. 무슨 공사니 기업이니 하는 접미사를 꼭 붙여야 한다는 고지식도 그만두기로 하자. 하나하나의 유연성과 변신에서 삼다수의 도민행복 지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터이다.
삼다수 임원진도 도지사의 대표 임명 외에 감사는 도의회가 추천한 2~3인 중에 도지사의 임명으로 구성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삼다수는 도지사의 것이 아닌 도민의 것이기에 그렇다. 도정 감시의 책임을 맡고 있는 도의회가 감사 추천권을 갖는다는 것은 전혀 억지가 아니다. 또한 삼다수가 도민 기본소득인 1000억원을 순이익으로 벌어들이지 못하면, 삼다수 임원진의 성과 수당은 없는 것으로 해야 한다. 무노동 무보수 못지않게 무실적 무성과급이라는 원칙도 모든 기업에 해당하는 것일 것이기에.
삼다수를 모델로 해 한라산 케이블카(곤도라) 도민기업 창립을 적극 검토할 때다. 이는 단순히 1000억원을 기본소득으로 도민에게 환원하기 위한 돈벌이 차원이 아니다. 도민주주 케이블카 사업은 50% 이상 도민이 투자하도록 한다. 그렇게 되면 케이블카 수익이 도 밖으로 나가는 걸 대폭 막을 수 있다. 또한 케이블카 설치·운영 등에서 도의회의 감시와 도민 주주단의 감독을 받도록 한다. 그러면 환경단체가 우려하는 환경파괴 등의 부작용도 최대로 줄여나갈 수 있으리라 본다. 삼다수에 이어 케이블카가 수익 나눔과 운영 등에서 도민과 함께하는 모범적인 도민기업으로 등장하길 기대한다.
이렇게 2026년 이후 도민기업 수익에서의 3000억~4000억원을 만들어내는 게 그다지 어려운 게 아니다. 삼다수, 케이블카, 풍력 등 에너지 외에도 카지노, 바이오 등도 있다. 아이템 발굴과 담대하고 창의적인 전략으로 기본소득을 마련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항차 도민기업 2~3개를 어떻게 만들고 운영해 나갈 것인지는 3탄 '도민기업' 편에서 보다 자세히 다루기로 한다.
② 제주도정의 결심이면 4000억~6000억원
기존의 도민기업과 새로운 도민주주기업 창립 외에 제주도정의 결심으로 가능한 기본소득 재원을 몇 가지 제시해 보면 다음과 같다. 무엇보다도 2026년 7.8조에 달하는 제주도 예산 중 복지 예산이 25%인 2조원에 달한다. 2조원에 달하는 복지예산 중 2000억원을 전도민 수당인 기본소득으로 쓰자는 제주도정의 결심은 도의회가 동의하면 실현 가능하다. 복지 예산 운영에 대한 도정의 치밀함과 인식의 전환이면 가능하다.
제주도는 특별자치도로 지정되면서 사실상 시·군이 폐지되었다. 이에 정부는 제주도 기초자치 운영 비용이 절감되는 것을 감안해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제주특별계정에 4000억원을 책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1000억~2000억원을 기본소득으로 쓰자는 것이다. 이는 기초자치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상실해 버린 도민에게 보상 차원에서 직접 수당으로 지급하자는 주장에 다름 아니다. 참정권은 도민이 상실했는데 그 보상 받은 돈은 제주도정이 쓴다는 것. 그것은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가져간다'는 전형적인 불공정에 해당한다. 제주도정이 도민을 상대로 왕서방이 되어서는 안 된다.
얼마 전 강원도와 전라북도가 특별자치도가 됐다. 제주도만의 특별자치가 이제 '3특'으로 변화했다. 항차 충청북도가 특별자치도가 되면, 세종특별시 포함 '5특'이 될 전망이다. 다 좋다. 맨날 제주도만의 특별대우를 요구할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형평성 문제는 지적해야 한다. 기초가 없는 제주도만의 특별자치에서 남다른 건 무어냐다. 이 지점에서 이재명 정부에 '기본소득 시범도'로서 제주 특별자치의 시범성을 제고해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제주도에는 곳곳에 14만개가 넘는 토지·건물 등 9조원에 달하는 공유재산이 있다. 9조원에 달하는 공유재산을 적극 활용해 여기서 나오는 수익의 1000억~2000억원을 도민수당으로 돌리자는 것이다. 이는 공유재산 이용에 대한 도민의 당연한 권리행사이다. 지금까지 방치해 있는 9조원의 재산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단순히 기본소득 재원 확보 차원만은 아니다. 공유재산의 도민이용권 확충을 위해서라도 다음 도정에서 긴급히 다뤄야 할 사안이다.
③ 이재명 정부의 화답으로 3000억~5000억원
기본소득 재원 확보를 위한 도민의 의지와 도정의 결심에 이어 이재명 정부의 화답도 중요하다. 아니 중요할 뿐만 아니라 가능성이 크다는 데 희망이 있다. 주지하다시피 기본소득은 이재명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 가운데 하나다. 실제로 이재명 정부는 2026~2027년 지방소멸 위기에 처한 연천, 정선, 옥천, 영양 등 10개 군지역에 월 1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 시범을 시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제주가 광역자치 수준에서 자발적으로 기본소득 시범을 보이겠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해야 하지 않겠는가. 아예 제주도를 기본소득 시범지로 해서 1000억~2000억원 지원을 해 주겠다는 것은 기본소득을 주창하는 이재명 정부로서는 기본이다. 6년 전인 2020년에 이미 당시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제주에 와서 '기본소득을 제주에 시범 실시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고맙게도, 고물가-저임금의 제주도민의 삶의 어려움을 언급하면서. 이제는 우리가 제주에서 붐을 일으켜야 할 차례다.
제주도는 한국마사회에서 운영되는 말 사육 두수의 50%를 담당하고 있다. 그래서 선거 때가 되면 마사회의 제주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곤 지만, 아직 성사되지 않고 있다. 2026년 이후 수도권 주택단지 조성을 이유로 과천경마장 이전이 확실시된다. 이에 따라 경기도 화옹-경북 영천—제주도 등 지자체 간의 경합이 만만치 않은데도, 여전히 제주도의 대응은 한가해 보인다. 항상 제주가 그렇다. 중앙에서 알아서 해 주길 바라는 의사 표시를 넘어서지 못한다. 제주경제를 살리는 길 하나라도 어떻게든 갖고 오려는 치열함이 없다.
한국마사회 제주 이전 요구와는 별개로 정부에 7조8000억원에 달하는 마사회 수익 가운데 1000억원은 도민수당으로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마사회의 엄청난 매출에서 제주의 기여 비중이 얼마인지를 조사하면, 이러한 요구는 전혀 억지가 아닐 터이다. 제주의 기여와 그에 상응하는 제주로의 보답은 그 자체가 하나의 공정이다.

이렇게 도민의 의지, 도정의 결심, 정부의 화답이면 연 150만원 제주 도민수당 재원으로 최소 1조원~최대 1조5000억원 조달이 가능하다. 그렇다고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이건 시작일 뿐이다. 항차 제주에서 도민수당 150만원이 지급되는 것을 보면서 1500만 관광객 가운데 10만 정도가 제주로의 이주를 꿈꿀 가능성이 높다. 제주 밖에서 들어오는 이들을 환영하기 위해 제주는 더욱 분발해야 한다. 그리고 제주의 기본소득 시범을 계기로 주민수당을 촉구하는 마을 운동이 곳곳에서 벌어지길 기대해 본다. / 양길현 전 제주대 교수
* 사족: '차 없는 세상을 꿈꾸는 트램'(1탄)과 'AI 시대를 대비하는 도민수당'(2탄)에 이어 3탄에서는 도민기업을 키워드로 도민이 주주가 되는 제주도민주식회사의 미래 가능성을 제안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