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등 '상하이 석유 동지들'..트럼프 '일석이조' 작전 [여의도 Pick!]
백승기 기자 2026. 2. 23. 08:56
베네수엘라에 이어 이란까지 미국이 산유국들에 대한 군사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명분은 독재 정권이나 핵 개발에 대한 제재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들의 주요 고객인 중국을 곤경에 빠뜨리고, ‘페트로달러’ 시스템을 공고히 하려는 고도의 경제 전쟁이란 해석이 나옵니다.
수십 년 동안 국제 에너지 시장은 달러 중심으로 작동해 왔습니다. 1970년대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합의로 구축된 페트로달러 체제는 원유 거래를 달러로 결제하도록 만들며 달러 수요를 확대했고, 이는 미국의 금융·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는 기반이 됐습니다. 달러 결제 구조 덕분에 미국은 제재를 포함한 국제 경제 질서를 사실상 주도해 왔고, 글로벌 금융시스템 역시 달러 중심으로 고착됐습니다.
하지만 최근 변화 조짐이 뚜렷합니다. 중국이 주도하는 이른바 ‘페트로위안’ 움직임 때문인데요. 세계 최대 에너지 수입국인 중국은 러시아, 이란, 중동 국가들과 위안화 기반 장기 원유 계약을 확대하고 있으며, 상하이 국제에너지거래소를 통해 위안화 표시 원유 선물 거래도 키우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제재를 받는 국가들이 달러 결제를 우회하기 위해 위안화 결제를 선택하면서 탈달러화 흐름은 점차 속도를 내는 분위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강경 행보는 단순한 군사 작전 이상의 신호로 읽힙니다. 베네수엘라에 이어 이란까지 사실상 제압될 경우, 미국은 ‘말을 듣지 않는 산유국’을 제재로 묶는 동시에 석유 공급망을 다시 달러 영향권 안에 고정시키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석유 금수나 수출 제한 조치가 강화되면 중국 역시 에너지 조달 측면에서 직접적인 부담을 안게 됩니다.
결국 미국 입장에서는 일석이조 효과를 노릴 수 있는 겁니다. 지정학적 경쟁 상대인 중국을 압박하면서 동시에 페트로위안 확산 속도도 늦출 수 있으니 말이죠. 실제로 중국의 위안화 원유 거래에서 주요 대상국으로 꼽히는 곳이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등 미국과 갈등 관계에 놓인 국가들이라는 점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합니다.
이처럼 미국이 산유국을 상대로 군사·외교 압박을 강화하는 모습은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세계 에너지 질서에서 달러의 영향력이 약화되는 상황을 그대로 두지 않겠다는 선언입니다.
아이러니한 점도 있습니다. 긴장이 높아질수록 국제 유가는 상승 압력을 받게 되고, 이는 주요 산유국인 러시아에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결국 미국의 전략이 중국 압박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더라도, 글로벌 에너지 시장 전체에는 또 다른 변수와 균열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처럼 앞으로의 핵심 변수는 단순히 이란과의 군사 충돌 여부가 아니라, 에너지 거래와 금융 시스템을 둘러싼 경제력과 정치력에 달려 있습니다.
백승기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