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불되나요?” 빗발칠라…급해진 트럼프, 대체 카드 총동원[점선면]
점(사실들): 연방대법원 “관세권 의회에” 확정판결
선(맥락들): 미 사법부·기업, 무소불위 권력에 제동
면(관점들): 엄포 놓는 트럼프에 눈치보는 세계 각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무효 판결 이후 전 세계에 새로 부과하겠다던 ‘글로벌 관세율’을 하루 만에 10%에서 15%로 인상했습니다. 각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조사하겠다는 으름장도 놓았고요. 쫓기듯 각종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는 건데요. 실제로 세계 각국은 1750억달러(약 254조원)로 추산되는 기납부 관세의 환급 청구서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어떤 의미이길래 그런 걸까요.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까요. 오늘 점선면이 정리했습니다.
점(사실들): 미 대법원 “관세 권한 의회에” 확정판결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가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적자가 국가 비상사태 수준’이라며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관세를 부과했는데요. 연방대법원은 이 법이 자산 동결·거래 제한 등 경제 제재는 허용하지만, 관세를 부과할 권한까지 부여하는 건 아니라고 판시했습니다. 관세 부과는 헌법에 따라 의회의 권한이라는 것이죠.
보수 우위 구도인 연방대법원에서 6 대 3으로 결론을 내린 만큼 판결의 의미는 작지 않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상호관세의 법적 기반이 붕괴되면서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고요. 일부 외신은 미 대법원이 ‘모호한 법 문구만으로 중대한 조치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강조한 대목을 행정권 남용에 대한 경고로 풀이했습니다.

선(맥락들): 미 사법부·기업, 무소불위 권력에 제동
이번 판결의 파장이 큰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정책에 ‘실질적인’ 제동을 건 첫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월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상호관세를 통해 자유무역 질서를 흔들고, 신고립주의라는 새 질서를 정립했는데요. 패권에 대항할 세력이 없는 상황에서 견제는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해 한국·일본 등 동맹국들조차 협상에서 끌려다녀야 했으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미국 사법부가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한 겁니다.
판결의 배경에는 트럼프표 정책에 대한 미국 내 반대 여론이 있습니다. 재판은 미국 5개 중소기업의 소송 제기로 시작됐는데요, 수입업을 하는 이들은 관세 인상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며 “불법관세가 미 전역의 중소기업에 심각한 타격을 줬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지난달 독일 킬세계경제연구소는 관세로 인한 부담 중 96%를 미국 수입업체와 소비자가 떠안았다고 분석했습니다. 공화당 내에서도 오히려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에 구명조끼를 던져줬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입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서기엔 상호관세에 달린 것이 너무 많습니다. 핵심 정책인 상호관세를 포기하면 정치적 타격은 피할 수 없는데요. 당장 오는 11월 중간선거가 위험해집니다. 중간선거 전 관세 수익으로 추진하려던 각종 정책도 차질을 빚게 되고요.

면(관점들): 엄포 놓는 트럼프에 눈치보는 전 세계
트럼프 대통령은 사태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습니다. 그는 다른 법을 활용해 대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판결 직후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부과한다고 밝힌 글로벌 관세 10%를, 지난 21일에는 15%로 올렸습니다. 무역법 122조란 무역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150일 동안 최대 15%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입니다. 150일 뒤에도 부과하려면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적어도 150일을 번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232조와 무역법 301조라는 또 다른 카드도 준비했는데요.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안보 위협 등을 이유로 품목별 관세를 부과할 수 있고, 무역법 301조는 미국 기업에 차별적이거나 미국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판단할 경우 관세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 다른 국가의 불공정 무역 조치를 조사해 관세 부과·협상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겁니다.
세계 각국은 재협상·기징수된 관세 환급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합의에 대해 “다수는 유효하다. 유효하지 않은 일부는 다른 관세로 대체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관세 환급 여부에 대해서는 향후 몇년간 소송을 통해 다투겠다는 취지로 발언했고요. EU는 관세 인하를 추진하면서도 환급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입니다. 일본은 대미 투자를 변함없이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국 역시 기존의 대미 투자 합의를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합의 자체가 안보 분야와 연동된 데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체 관세를 가동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청와대는 지난 21일 “미국이 부과 중인 15% 상호관세는 무효”라고 확인하면서도 미국과의 합의에서 이익이 될 수 있는 부분들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글로벌 관세 15%가 부과될 경우 기존 상호관세, 품목관세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엄포를 놓은 불공정 조사에서 일부 관세가 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난해 납부한 한국 기업의 상호관세 약 35억달러(약 5조700억원) 환급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절차가 오래 걸리고 미국 현지법인이 없는 중소기업들은 대응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체 관세 부과로 불확실성이 해소될 거라는 기대는 단꿈에 그쳤습니다. 오히려 전례 없는 혼돈이 찾아올지 모릅니다. 그 여파는 대응 여력이 적은 경제 주체들에게 먼저 미칠 테고요. 실제로 어제(22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미국발 관세 충격의 영향으로 지난해 제조업 청년층 일자리가 급감했습니다. 새 통상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상황입니다. 달라진 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되 중소기업·청년 등 취약계층에 부담이 전가되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 설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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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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