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영화㉔ 고양이를 부탁해] 고양이처럼 위태롭던 스무살 청춘들의 성장 기록
[앵커]
이번 주 우리 시대의 영화 지난주에 이어 신인 감독 작품들을 소개하는 순서입니다.
이 영화는 많은 영화 팬들에게 '숨은 보석'이라고 불려지고 있는 정재은 감독의 '고양이를 부탁해'인데요, 홀로서기엔 벅찼던 스무살 청춘들의 치열한 성장기록을 수필처럼 잔잔히 풀어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습니다.
조정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즐거웠던 다섯 명의 열아홉 소녀들, 스무 살이 되어도 언제나 같은 방향을 보고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야, 잠깐만 배경이 여기가 더 나은 거 같아."]
하지만 굳건한 우정을 믿었던 이들 사이에서도 조금씩 균열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졸업하니까 애들하고 멀어지는 거, 그게 제일로 섭섭하다."]
각기 다르게 지나가는 중인 스무 살.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부딪힘은 가끔은 커다란 충돌로 이어집니다.
["나 먼저 갈게."]
["왜?"]
["그래 먼저 가. 넌 왜 하루 종일 인상 구기고 있냐?"]
그러나 이 다섯 사람을 다시 이어주는 존재는 뜻밖에도 지영이가 길에서 데려온 새끼 고양이, 티티입니다.
[정재은/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감독 : "감정의 어떤 교류가 굉장히 인간하고 잘 맞는 동물이다. 그래서 아무래도 고양이 하면 그런 여러 가지 아름다운 거, 그다음에 인간과의 어떤 감정의 교류를 굉장히 할 수 있는 동물이라는 거, 그런 것들이 좀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혜주는 직장 눈치를 보느라, 지영은 삶이 무너질까 두려워 티티를 온전히 책임지지 못합니다.
티티는 말없이 이동합니다.
그 모습은 꼭 갈 곳을 정하지 못한 이들의 스무 살 얼굴과 닮아있습니다.
["티티야, 춥겠지만 당분간 여기서 지내야겠다."]
다시 한자리에 모인 친구들은 예전만큼 모든 걸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새삼스레 서로의 마음을 전하기도 합니다.
[배두나/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유태희 역 : "청소년에서 어른이 돼가는 그 과정에서의 갈등, 그리고 방황 이런 것들….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라는 게 이 영화의 어떻게 보면 되게 클래식한 면인 것 같아요."]
갓 사회에 나선 청년들의 현실을 서늘하리만큼 세밀하게 비춘 이 영화는 사건보다 감정으로, 말보다 시선으로 관계의 미세한 변화들을 표현했습니다.
[김장연호/영화평론가 : "(관객들의)감정이나 아니면 정·동(정적인·동적인)의 부분들을 건드리는 부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에 위로를 받고 내가 나아갈 그런 방향들을 내 스스로가 결정을 해야지 되는 그런 부분에서 자신감도 주고…."]
낡은 앨범을 꺼내본 듯 담담한 위로가 되어준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20년이 지나고도 관객들의 '자발적 재개봉 운동'까지 이끌었던 이유입니다.
KBS 뉴스 조정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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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아 기자 (righ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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