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재난 당시 ‘자택 휴식·지휘 공백’···지자체·경찰·소방 ‘부실 대응’이 인명피해 키웠다

강정의 기자 2026. 2. 23. 06:0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충남 서산서 기록적인 폭우로 2명 사망
‘상황실 이탈·보고 누락’ 등 지휘 공백 드러나
이틀 사이 520mm에 가까운 많은 비가 쏟아진 충남 서산시 석림동 청지천 일대에서 차량들이 불어난 물에 침수돼 있다. 기상청은 서산 등 충남권에 내린 비의 양이 ‘200년에 한 번 내릴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날 오전 1시 46분부터 1시간 동안 서산에 114.9㎜의 비가 쏟아진 것은 ‘100년 만에 한 번 나타날 수준’의 강도라고 설명했다. 2025.7.17 서산|성동훈 기자

지난해 7월 16~17일간 충남 서산에 내린 집중호우로 2명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서산시청, 서산경찰서 등 관계기관들의 총체적인 부실대응 정황이 확인됐다. 비상근무를 서야할 공무원들은 퇴근했다가 뒤늦게 현장으로 복귀했고, 복귀 후에도 침수 위험지역에 대한 차량통제 등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충남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지난 10일 이 사건 관련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서산시 공무원 6명, 서산경찰서 관계자 4명, 충남소방서 공무원 3명 등 13명을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이 사건은 7월17일 오전 1~4시 사이 시간당 최대 100㎜ 가 넘는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발생했다. 청지천 최상류에 있는 잠홍저수지가 물을 대량 방류하면서 청지천이 범람했고, 이를 모른 채 청지천 남원교 남단에 진입한 차량 운전자 2명이 물에 휩쓸려 잇달아 숨졌다.

경향신문이 22일 입수한 해당 사건의 ‘송치결정서’를 보면 부실대응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고 전날인 7월16일 서산시에는 호우주의보(낮 12시), 호우경보(오후 5시)가 잇달아 발령됐다. 그럼에도 이완섭 서산시장 등은 16일 열린 재난대응 대비 ‘상황판단회의’를 카카오톡으로 비대면 개최하는 등 형식적으로 대응했다는게 경찰의 판단이다.

실무책임자인 A국장은 비상근무 상황에서 ‘재난안전상황실’에 상주해야 했지만 16일 오후 6시 10분쯤 생각보다 비가 덜 온다는 이유로 퇴근했다가 9시간이 지난 다음 날 오전 3시25분이 돼서야 상황실에 복귀했다. 다음 상급자인 B담당관도 같은날 오후 11시쯤 상습 침수구역을 돌아본 뒤 퇴근했다가 몇시간 뒤인 17일 오전 2시47분에 현장으로 돌아왔다.

이틀 사이 520mm에 가까운 많은 비가 쏟아진 충남 서산시 석림동 청지천 일대에서 차량들이 침수된 도로와 논 사이에 갇혀 있다. 기상청은 서산 등 충남권에 내린 비의 양이 ‘200년에 한 번 내릴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날 오전 1시 46분부터 1시간 동안 서산에 114.9㎜의 비가 쏟아진 것은 ‘100년 만에 한 번 나타날 수준’의 강도라고 설명했다. 2025.7.17 서산|성동훈 기자

비상근무도 규정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서산시 매뉴얼에는 비상근무 2단계 시 8명이 상황근무를 하도록 되어있다. 당일 편성된 인력은 2명 뿐이었고, 실제로 상황실에서 근무한 인원은 1명뿐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두 책임자가 자리를 비운 사이 17일 오전 1시쯤부터 시간당 최대 107.1㎜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책임자 공백 속 침수 우려 지역에 대한 교통 통제 점검과 대책 마련, 유관기관 협조 요청 등 핵심 대응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뒤늦게나마 현장 책임자들이 복귀했을 때만해도 사고를 막을 기회는 있었다. 금강홍수통제소는 17일 오전 1시54분에 청지천 오미2교의 수위 급상승을 경고했고, 3시8분에는 주민대피령까지 내려졌지만 남원교 남단의 경우 차량진입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 결과 오전 4시17분쯤, 오전 5시56분쯤 두 차례에 걸쳐 차량 운전자 2명이 숨졌다. 남원교 남단 통제가 이뤄진 시점은 오전 7시14분쯤이었다.

경찰과 소방의 대응도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17일 오전 3시20분쯤 남원교 일대의 침수 우려 신고를 접수하고도 피해 유형과 규모, 경력 지원 필요 여부를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않았고 상급자에게도 명확히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충남소방본부 지휘부 역시 신고 내용을 근무자들에게 제대로 전파하지 않거나 동일 침수 지점의 중복 신고에 대한 조치 지시, 차량 진입 통제 등 초동 대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