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스며든 ‘텍스트힙’과 ‘스카이라운지’…지속 가능하려면?[올앳부동산]

최근 신축 아파트의 경우 전망 좋은 꼭대기층에 펜트하우스 대신 주민이 함께 이용하는 ‘스카이 라운지’를 설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도서관이나 북카페를 만들고 전문가가 엄선한 책을 제공하는 ‘북 큐레이션’ 서비스도 인기다.
사업성 좋은 ‘알짜’ 입지 재건축 사업을 노리는 대형 건설사들도 수주전에서 이런 ‘프리미엄’ 커뮤니티를 빠짐없이 내세운다.
책방에다 도시 조망 공간까지
‘책’과 ‘스카이 라운지’는 올해 분양하는 대다수 신축 단지가 홍보 포인트로 내세우는 소재다.
올해 1월 분양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드파인 연희’는 차별화된 커뮤니티 시설로 ‘북클럽’을 내세웠다. 영상에 밀려 외면받는 책읽기를 되레 ‘멋진’ 일로 인식하는 ‘텍스트힙’ 열풍을 아파트에 담아낸 셈이다.
최인아 전 제일기획 부사장이 2016년부터 운영 중인 ‘최인아책방’과 제휴해 4000여권의 양서를 입주민에게 제공하고, 단지 내 시설에서 북토크도 진행할 계획이다.

다음달 분양을 앞둔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아크로 드 서초’도 대형 도서관인 ‘그랜드 라이브러리’를 주요 커뮤니티 시설로 내세운다. 아울러 최고층인 39층에 스카이 라운지 두 곳을 설치할 계획이다.
비수도권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달 중 분양하는 경남 창원시의 아파트 단지 ‘창원자이 더 스카이’는 창원 최초로 49층에 스카이 라운지를 설치한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경북 상주시의 ‘상주 자이르네’도 지역 최초로 스카이 라운지를 설치하고 교보문고와 제휴해 도서를 제공한다는 점을 홍보하고 있다.
“커뮤니티가 중요하다”
주택법령에 따라 100세대 이상 공동주택을 짓는 건설사 또는 시행사는 일부 주민공동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관리사무소와 어린이 놀이터, 경로당(100세대 이상), 어린이집(500세대 이상), 도서관(500세대 이상) 등이 의무 설치 대상이다.
실제 커뮤니티 시설은 의무 사항보다 훨씬 폭넓고 다양하게 조성되는 추세다. 운동과 여가 등을 단지 내에서 모두 해결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욕구가 나날이 커지고 있어서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등이 발표한 ‘2025 부동산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가 가장 선호하는 주거 특화 요소 1위가 ‘다양한 커뮤니티가 갖춰진 주택’이었다. 커뮤니티를 중요하게 꼽은 응답자 비율은 전체의 34%로, 전년 조사에서보다 9%포인트나 수치가 높아졌다.

조사 결과를 보면 입주민이 아파트 단지 내에서 보내는 여가 시간은 꾸준히 증가했다. 주중에 여가 시간을 단지 내에서 보내는 비중은 2022년 8%에서 2025년 12%까지 높아졌다. 주말도 11%에서 12%로 늘었다.
서울 용산구의 신축 아파트에서 2살 아이를 키우는 A씨는 “최근 몇 년간 날씨가 너무 춥거나 덥고 혹은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 워낙 많아 바깥 활동이 어려워졌다”며 “이사를 온 뒤 환기가 잘 되는 실내 커뮤니티 시설에서 아이를 놀리거나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처럼 소비자 선호가 뚜렷하다 보니 대형 건설사들의 재건축·재개발 수주 경쟁에서도 커뮤니티 시설이 중요한 요소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 수주전에서 무려 서울시청 잔디광장 6배 규모의 면적을 활용해 175개 프로그램을 갖춘 국내 최대 규모 커뮤니티를 조성하겠다고 제안해 사업을 따냈다.
수년 전만 해도 아파트 분양 시장에선 ‘교육 특화 단지’가 가장 흔한 홍보 요소였다. 아파트 단지 안에 대형 학원을 유치하거나 입주민에게 무료 영어수업을 제공하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당시는 부동산 호황기로 수도권·비수도권을 가리지 않고 신축 아파트 공급이 활발했다. 학원가와 멀리 떨어진 곳에 아파트를 짓다 보니 학원을 유치하거나 통학·통원 버스를 제공하는 등 부가적 서비스 제공이 필수였다.
하지만 건설 원가가 급등하고 건설사들도 사업성 높은 핵심 입지 사업에 주로 뛰어들게 되면서, 최근엔 스카이 라운지와 같은 ‘프리미엄’ 커뮤니티 도입이 차별화 요소가 됐다.
화려한 시작…입주 후에는?
커뮤니티 시설은 설치뿐만 아니라 운영도 중요한 일이다. 초기에는 건설사가 설정한 대로 운영이 시작되지만, 1~2년이 지나면 대개 입주민이 직접 관리해야 한다.
예컨대 드파인연희 시공사인 SK에코플랜트의 분양 당시 안내를 보면, 드파인연희에 도입되는 최인아책방 북클럽은 1년간 무상 제공되고, 이후에는 계약 지속 여부와 이용료 등을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정하도록 돼 있다.
분양 당시 주목받던 화려한 커뮤니티 시설이 나중에 애물단지가 되는 경우도 흔하다. 식대를 두고 주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식사 서비스’ 운영이 중단되거나, 관리비 폭등으로 수영장이 폐쇄되는 사례도 있다. 층간소음 이슈가 불거져 운동시설 운영이 중단 또는 제한되기도 한다.

수영장, 헬스장 등의 관리 부실이 주민 간 갈등으로 이어지는 일도 드물지 않다. 서울 대단지 아파트에 사는 B씨는 “사우나에 휴대전화를 가지고 들어오거나 운동 시설을 독점하는 ‘진상’ 이웃을 위탁업체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니 아예 이용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관리 비용을 줄이다 보니 생기는 문제”라고 했다.
지속 가능하고 내실 있는 커뮤니티 운영을 위해서는 결국 주민 간 활발한 논의와 참여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년간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을 맡은 경험으로 <아파트 민주주의>를 쓴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은 “입주자대표회의가 동 대표 외에도 공동시설 운영에 관심과 전문성이 있는 주민들이 논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하고 머리를 맞대 운영 방안을 도출한다면 주거환경 개선이나 자산가치 상승에 두루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미랑 기자 r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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