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선 상상도 못할 일”…취미가 일상이 된 부부의 놀이터 [전원생활 I 家家호호 ]
이 기사는 전원의 꿈 일구는 생활정보지 월간 ‘전원생활’ 2월호 기사입니다.

“집이 환하죠? 처마를 놓지 않고 커튼도 달지 않았어요. 오후에는 해가 부엌이 있는 집 안 끝까지 들어오는데 참 좋더라고요. 아파트에선 상상도 못 했을 일이죠.”
이웃들은 장마철 빗물이나 사생활 침해를 걱정하지만, 부부는 아직 그 불편을 실감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창문에 빗물 튀는 소리도 좋고, 다니는 사람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며칠 전 자신이 직접 빚은 가양주라며 서재에 놓아둔 술독을 열어 보여주는 남편 김씨의 얼굴엔 기분 좋은 여유가 묻어 있다. 두 사람이 함께 보내기에 모자람 없을 117㎡(35평) 규모의 집 안 곳곳엔 취미가 일상이 된 부부의 삶이 무늬처럼 새겨져 있다. 거실과 방엔 김씨가 쓴 크고 작은 서예 작품이 걸려 있고, 2층 다락으로 올라가는 계단 벽면엔 안씨가 남편과 자전거를 타고 산과 들을 다니며 카메라 렌즈에 담은 풍경 사진이 걸려 있다.
중년은 취미가 생활이 될 시기라 생각하며 준비성 좋게 10여 년 전부터 일 외에 활력이 되어줄 활동을 차근차근 준비해온 시간들이 두 사람에겐 이제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3년 전 이를 도모할 최적의 놀이터인 전원주택도 마련했기에 부부에겐 별다른 걱정이 없는 요즘이다.
“저는 경남 산청, 아내는 경남 양산이 고향이에요. 시골에서 나고 자라서인지 나이가 들고 도시에서 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시골이 그리워지더라고요. 처음엔 고향이 있는 경남 지역으로 땅을 찾아봤지만, 서울에 사는 아이들이 오가기엔 부담이 커 경기도권으로 알아보게 됐죠.”
땅은 언덕이 아닌 평지를 고집했다.
“언덕 위에 있는 집은 조망은 좋지만 나이가 들면 생활이 불편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한곳에서 오래 살기 위해선 생활에 불편이 적은 평지가 좋겠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평지가 많은 여주 쪽으로 알아보게 됐죠. 여긴 원래는 농지로 쓰는 땅이었어요. 근처에 축사나 퇴비장도 없고, 저랑 아내가 자전거 라이딩이 취미인데 몇 분 거리에 자전거 길이 있는 걸 보고, 딱 좋겠다 싶었어요.”
하지만 매입한 땅에 곧장 집을 짓진 않았다. 1년간은 서울과 여주를 오가며 10년 전부터 주말농장에서 배워온 농사법으로 밭을 일궜다. 초보 귀촌인으로서 마을 이웃들과 서서히 안면을 트는 준비 기간이기도 했다.
시골 전원주택에 대한 부부의 막연한 상상은 설계 상담을 통해 점차 구체화됐다. 김 대표는 다양한 취미생활을 가진 부부의 일상을 고려해 ‘시골에서 나고 자랐던 부부의 유년 시절의 동심을 소환하는 집’을 제안했다. 집 안팎으로 유연하게 활용 수 있는 공간을 충분히 설계해 부부가 다채로운 일상을 보낼 수 있게 한 것.

바깥 햇살을 좋아하는 아내 안씨를 위해 1층 서재엔 실내 마루를 설치하고 창밖으로 서정적인 시골 풍경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는 좌식 공간을 만들었다. 밭에서 흙 만지기를 좋아하고, 한 달에 꼭 한 번은 직접 술을 빚는 남편 김씨를 위해 앞마당과 뒷마당에 마련한 마루 공간은 비좁은 아파트 베란다에 비할 바 없이 넉넉하다.

2층 다락 공간은 널찍한 평수만큼이나 쓰임이 많다. 짐을 보관하는 창고이자 아지트 같은 공간이다. 나무 계단을 중심으로 오른쪽엔 주말이면 부부가 차려준 집밥을 먹으러 내려오는 두 아들이 푹 쉬어갈 방을 마련했다. 왼쪽엔 김씨가 누군가의 방해도 받지 않고 서예 작업에 몰입할 수 있는 서예실을 꾸몄다.
약 4개월간의 공사를 마치고 여린 연둣빛 이파리가 짙어지기 시작할 6월에 부부는 김 대표와 마을 이웃 등을 초대해 집들이를 했다. 마당에서 부부가 준비한 음식을 나눠 먹고, 조그만 축하 공연을 곁들인 그날은 모두가 부부의 새 시작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연고가 없는 낯선 시골에서 정주하게 된 거라 걱정이 많았는데, 집들이를 한 이후 마음이 한결 놓였어요. 다들 저흴 응원해주고, 환대해주니 든든하더라고요.”
“서울에 살 때도 평정심을 가지려고 노력했죠. 하지만 잘 되진 않더라고요. 직장에선 의무감으로 맺어진 관계가 많고,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 있곤 하니까요. 시골에 내려와 살고부터는 인간관계가 훨씬 단순하고 순수해졌어요. 바깥 소음이 없는 것뿐 아니라, 마음에도 소음이 사라진 모양이에요.”
시골살이는 은퇴 이후의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도시에선 은퇴하고 나면 일상이 산이나 도서관가는 게 전부가 되곤 하잖아요. 하지만 시골에 살다 보니 은퇴 후 삶이 이전보다도 다채로워요. 농번기에는 인근 농가에 일손도 품앗이하고, 겨울철에는 특용작물 연구 기관에서 짬짬이 아르바이트하면서 용돈벌이도 해요. 낮에는 각자 좋아하는 일 하고, 저녁엔 운동 삼아 같이 자전거 타고 나가면 무료할 틈이 없어요.”
물론 시골살이가 처음부터 좋기만 한 건 아니었다. 인근엔 마트도 없고 배달 음식도 시킬 수 없어 음식을 해 먹는 일도 더 많아졌고, 대중교통도 넉넉지 않아 이동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많은 이들이 그런 이유로 시골살이를 단념하지만, 부부에겐 그런 불편을 감수할 만큼 시골에서 얻은 일상의 평화가 소중하게 다가왔다. 부부는 봄이 오면 장거리로 자전거 라이딩을 가볼 계획이다.
“아내랑 취미생활을 함께하면서 서로 의지가 되더라고요. 앞으로도 서로를 버팀목 삼아 시골에서 즐겁게 세월을 보내고 싶어요.”

대지면적 695㎡(210.23평)
연면적 117.72㎡(35.61평)
건축구조 경량목구조외장재 백색 고벽돌타일
내장재 친환경 벽지, 3중유리 시스템창호
A 도로나 땅보다 부지의 높이가 높아야 합니다. ‘여여가’의 경우 땅에서 방바닥까지 50㎝ 높이 차이를 두고 건물을 올렸습니다. 마당 가장자리에 담장을 쌓을 수도 있지만 담장 대신 생울타리를 활용해 자연과의 조화를 도모하는 것도 좋습니다.
Q농지를 집을 짓는 부지로 활용할 때 확인할 부분은?
A 농지였다고 해서 특별히 주의점 할 점이 있다기보단 주변과의 관계성 차원에서 몇 가지 고려해야 합니다. 인근에 축사·퇴비장이 있는지 사전에 확인해야 합니다. 또 농지는 대개 사방이 트여 있는 입지라 일조는 좋지만 바람이 강해 이를 대비해야 합니다.
Q 농지를 주택용 땅으로 용도변경 시 행정적으로 주의할 점은?
A 우선 건축인허가와 개발행위허가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건축인허가는 집을 짓는 행위에 대한 허가이며 개발행위허가는 땅의 모양을 바꾸는 일에 대한 허가입니다. 농지에 집을 지을 시, 땅의 모양을 바꾸는 형질변경과 전답을 대지로 바꾸기 위한 개발행위허가, 그리고 건축인허가까지 세 가지 행정절차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합니다.
글 이수정 기자 I 사진 고승범(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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