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 쒀서 ‘머스크’ 좋은 일… 韓 반도체 인재 쟁탈전 격화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테슬라코리아의 AI 칩 디자인 엔지니어 채용 공고를 직접 공유했다. 그는 "한국에 거주하면서 칩 디자인, 팹, AI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면 지원하라"는 글과 함께 태극기 이모티콘을 다수 게시했다. 특정 국가를 지목해 채용을 독려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테슬라는 자율주행과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칩을 자체 설계·생산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와 약 23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차세대 맞춤형 AI 칩을 미국 테일러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설계 역량과 제조 이해를 동시에 갖춘 인재 확보가 절실한 상황에서, 메모리·파운드리 강국인 한국이 매력적인 '타깃'으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파운드리 사업 내 테슬라 매출 비중은 2027년 3% 수준에서 2029년 20%, 2031년 30%까지 확대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테슬라 관련 매출이 파운드리 전체의 약 3분의 1 수준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망했다.
테슬라만의 움직임은 아니다. 엔비디아·브로드컴·마이크론 등 글로벌 반도체·팹리스 기업들도 링크드인 등을 통해 한국 경력직을 상시 채용 중이다. 마이크론은 국내 주요 대학에서 캠퍼스 면접을 진행하며 인재 풀 확대에 나섰다.
애플 역시 AI 칩과 HBM 최적화를 위해 실리콘밸리 본사 근무 조건과 수억원 상당의 제한조건부주식(RSU)을 제시하며 영입전에 가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숙련 엔지니어 한 명의 연간 총보상 규모가 5억원을 웃도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ASIC(주문형반도체)과 AI 가속기 설계 수요가 급증하면서 설계·검증·패키징까지 경험한 한국 인력에 대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며 "연봉뿐 아니라 스톡옵션 등 장기 인센티브 체계에서 격차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AI 열풍은 대학 입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정시모집에서 7개 대기업이 운영하는 16개 반도체 계약학과 지원자는 2478명으로 전년 대비 38.7% 늘었다. 졸업 후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으로 취업이 연계되는 구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국내 기업들도 보상 강화로 맞대응에 나섰다.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해 올해 최대 기본급의 2964% 수준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역시 초과이익성과급(OPI)을 확정하며 인재 이탈 방지에 힘을 쏟고 있다. 전자·반도체 업종이 올해 채용 계획 상위권에 오른 것도 이 같은 흐름과 무관치 않다.
그럼에도 구조적 인력난 우려는 여전하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2031년 반도체 분야에서 약 5만4000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2년 보고한 1784명 부족 규모보다 30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설계·소프트웨어 인력은 물론 생산 현장의 공정·장비 엔지니어 수요까지 증가하고 있지만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반도체 특성화대학 확대, 계약학과 지원, 연구개발(R&D) 세제 혜택 등 정책을 내놓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단기 지원을 넘어 '교육–채용–경력개발'을 잇는 체계적·중장기 인재 양성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반도체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고, 미국 역시 반도체 지원법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집행 중"이라며 "정부 차원의 전략적 대응이 미흡할 경우 인재 유출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변상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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