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기간제 근로자, '갱신기대권 인정'으로 벗어난 정년 제한
편집자주
인생 황금기라는 40~50대 중년기지만, 크고작은 고민도 적지 않은 시기다. 중년들의 고민을 직접 듣고, 전문가들이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법원에서 시작된 정년 논의
'고령 기간제' 갱신기대 인정
빠르게 다가온 '정년의 종말'

Q: 최근 환갑이 된 A씨. 지휘자로 만 56세부터 지방자치단체 산하 재단에서 2년 단위 기간제 계약으로 4년간 근무했다. 그러나 재단은 A씨가 만 60세에 이르자 “정규직 정년 규정에 따라 퇴직해야 한다”며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A씨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고, 법원은 부당해고로 인정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재처분 과정에서 "계약은 한 번(2년)만 더 연장됐을 것"이라며 2년치 임금만 지급하면 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부당해고를 인정받고도, 고령이라는 이유로 ‘단 한 번의 연장’만 허용된다는 판단은 A씨에게 또 다른 절벽이었다.
A: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주요 기업 인사 시스템은 '만 60세=정년'이라는 과거 도식에 머물러 있다. 특히 고령의 기간제 근로자는 A씨처럼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있다.
기간제법 제4조는 만 55세 이상 고령자의 고용 촉진을 위해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일반적인 기간제 근로자는 2년을 초과해 근무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지만, 만 55세 이상으로 채용된 경우에는 사용기간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일부 사용자들은 “정규직 전환 의무가 없으므로 계약기간만 끝나면 언제든지 종료할 수 있다”는 자유로운 해고권으로 오해해 왔고, A씨와 같은 분쟁이 반복되어 왔다.
그런데 최근 서울행정법원이 의미 있는 판결을 내렸다. 고령 계약근로자에 대한 갱신기대권을 인정함으로써, 이러한 오해에 선을 그었다(서울행정법원 2024구합72438). 재판부는 “만 55세 이상 고령자로 채용되어 기간제법상 사용기간 제한의 예외에 해당하더라도 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정년을 지난 고령이라는 이유만으로, 또는 정규직 전환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갱신기대권 자체가 부정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갱신기대권이란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계약 체결 경위, 반복된 갱신 관행, 업무의 계속성, 사용자의 언행 등을 종합할 때 계약이 갱신될 것이라는 합리적 신뢰가 형성된 경우 인정된다.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사용자는 ‘기간 만료’라는 사유만으로 계약을 종료할 수 없고, 갱신 거절에는 사회통념상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이유가 존재함을 사용자가 입증해야 한다. 정당한 이유 없는 갱신거절은 부당해고가 된다. 이 법리에 따르면, A씨는 정년 연령인 60세가 지난 뒤에도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어 갱신 거절의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계속 근로를 할 수 있다.
이 판결의 배경에는 고령화 사회로의 급격한 전환이라는 구조적 변화가 놓여 있다. 과거 법원은 일반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55세로 보았으나, 이후 60세로, 최근에는 65세까지 확장해 왔다. 이는 평균수명의 연장, 노동환경의 변화,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라는 현실, 곧 사회통념의 변화를 반영한 결과다.
이제 법원이 인정하는 사회통념상 가동연한 65세와, 기업이 오랫동안 고수해 온 60세 정년 사이에는 분명한 간극이 존재한다. 물론 가동연한은 직업별로 달리 평가된다. 법원은 직업의 성격과 노동 형태에 따라 서로 다른 가동연한을 인정해 왔다. 댄스가수 클론의 강원래 사건에서 법원이 댄스가수의 가동연한을 35세로 본 판례나, 모델의 가동연한을 30대 중반으로 판단한 사례는 노동능력이 단순히 연령 숫자로 환원될 수 없음을 잘 보여준다. 반대로 의사·변호사와 같은 전문직은 70세까지, 최근에는 작가·예술가 등 창작 직군에 대해서도 65세를 넘는 가동연한이 인정되고 있다.
이러한 판례의 흐름이 말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근로연령의 기준은 ‘몇 살인가’가 아니라 ‘어떤 노동을 수행할 수 있는가’라는 점이다. 일반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조차 65세로 인정되는 시대에, 60세라는 획일적 정년을 이유로 계약 갱신을 제한하는 관행은 더 이상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A씨의 사례는 단순히 고령 기간제 근로자 한 명에 대한 구제에 그치지 않는다. 정년이라는 숫자가 곧 근로의 종착역은 아니라는 점, 그리고 고령이라는 이유만으로 갱신기대권의 범위를 인위적으로 축소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확인한 사례다. 이는 법원이 축적해 온 가동연한 법리와도 정확히 맞닿아 있다.
정년은 여전히 제도로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이 곧 노동의 종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노동은 길어지고 있고, 법의 기준 역시 그 변화를 따라 조정되고 있다. 우리는 어쩌면 이미,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정년의 종말’을 통과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12717320003410)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12110060000455)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11417300004057)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10215550003926)
(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5123110110004160)
심언철 법무법인 대화 변호사ㆍ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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