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사태에서 더 크게 봐야 할 중요한 내용들

2026. 2. 23.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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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개인정보 노출 사고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특정 기업에 대한 당국의 대처가 균형을 지키고 있는지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사태 발생 초기 쿠팡의 소극적 대응, 한국어에 서툰 해롤드 로저스 임시 대표의 무성의한 답변, 김범석 의장의 뒤늦은 사과 등 쿠팡의 경솔과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방관적 태도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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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개인정보 노출 사고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특정 기업에 대한 당국의 대처가 균형을 지키고 있는지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아직 사실 관계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그마치 국회의 6개 상임위원회가 총출동한 합동청문회가 열리고, 의원들은 미국식 법 논리로 무장한 미국인 최고경영자(CEO)에게 '네 죄를 네가 알렸다' 식의 거친 질문들을 했다. 특정 기업 조사에 국무조정실 등 무려 12개 부처가 앞다투어 참여한 '쿠팡사태범정부태스크포(TF)'가 꾸려진다. 이 참에 과징금의 대폭 상향은 '형사벌 합리화 방안'으로 포장되고, 가뜩이나 어려운 재정의 확충은 덤이다.

사태 발생 초기 쿠팡의 소극적 대응, 한국어에 서툰 해롤드 로저스 임시 대표의 무성의한 답변, 김범석 의장의 뒤늦은 사과 등 쿠팡의 경솔과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방관적 태도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 피해 구제를 마케팅화 했다는 세간의 시선도 피하기 어렵다. 아직까지 진정한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하여 지금껏 물류 혁신과 일자리 창출 및 소상공인 판로 확보와 소비자의 편익에 기여한 공(功)을 부인하거나 애써 구축한 전국적 유통망을 하루아침에 날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이번 정보유출 사태를 플랫폼이나 유통대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분위기는 산업 전반의 위축을 가져올 게 뻔하다. 무엇보다 절차상 공정성과 투명성이 지켜지지 않은 채 누가 봐도 감정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대응은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가는 쿠팡을 죽일 수 있으나 쿠팡 같은 기업을 창조할 수 없다는 점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이러한 문제 제기가 쿠팡의 책임을 덮거나 면죄부를 주자는 취지는 아니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은 그 자체로 중대한 사안이며, 쿠팡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다만 무작정 처벌의 강도를 높이는 것이 유사 사태의 재발 방지와 온라인 유통 산업의 신뢰 회복이라는 목적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이다. 날로 정교해지는 해킹 기술로 대규모 정보유출은 언제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는 디지털 시대의 그림자와 같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정보보안시스템에 더욱 완벽을 기하고 관련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여 유사 사례의 재발을 막는 일이다. 이를 위하여 민·관이 협력하여 정보보안 관련 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정보유출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를 설치하는 것이 정도(正道)이다.

사태의 본질인 보안 이슈를 넘어 대기업 또는 미국기업 차별이라는 편견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국가와 산업 전반에 막대한 폐해를 가져올 뿐이다. 지금이라도 차분하게 정보유출의 원인을 특정 근로자의 개인적 일탈을 넘어 보안시스템 전반의 미흡과 개인정보에 대한 사회적 인식 부족, 정부 감독시스템의 부실 등 종합적 관점에서 진단해야 한다. 쿠팡이라는 일개 기업을 넘어 유통산업의 경쟁력, 배달근로자의 일자리, 새벽배송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이익을 조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기업에게 망한다거나 문을 닫는다는 것은 사람으로 치면 죽음이다. 여간 중대한 범죄라도 사형은 최후의 수단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책임을 묻되 파괴하지 않고, 규제하되 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고민하는 태도야말로 정부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척도일 것이다. 한국인의 정서를 무시한 괘씸죄를 묻겠다는 오만과 모든 게 쿠팡과 같은 대규모 플랫폼 탓이라는 편견으로는 부작용만 키울 뿐이다. 상식이 실종된 작금의 칼춤을 보는 입맛이 못내 쓰다.

이봉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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