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왜곡죄, 권력에 맞서는 판검사 타깃” “악의적인 법 해석 예방”
법조계 3인 찬반 인터뷰
오는 24일부터 열리는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둔 ‘사법 3법’ 가운데 가장 직접적이고 지금까지 보기 어려웠던 부작용이 예상되는 법안이 ‘법 왜곡죄’ 신설이다. 재판소원과 대법관 증원이 사법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라면, 법 왜곡죄는 수사와 판결을 하는 검사와 판사를 곧바로 겨냥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왜곡이라는 처벌 기준이 불분명해 위헌 소지가 있다” “판·검사가 위축될 것” “정치 권력의 사법부·검찰 길들이기 법이 될 것” 등 여러 문제점이 지적된다. 전례 없는 법 왜곡죄 법안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지낸 하창우 변호사, 한국헌법학회장을 지낸 지성우 성균관대 교수, 헌법재판소 헌법연구위원 출신 이준일 고려대 교수는 서로 다른 평가를 내놓았다.

왜곡의 기준 모호… 정권의 입맛대로 될 것
지금도 법률 잘못 적용하면 상급심이 교정
법 왜곡죄 법안의 가장 큰 문제는 처벌 대상과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판·검사의 고의적인 증거 조작, 사실 왜곡, 잘못된 법 적용을 처벌하겠다고 하지만 매우 추상적이다. 결국 법 왜곡 여부를 가르는 것은 ‘정권의 입맛’이 될 수밖에 없다.
검찰청이 오는 10월부터 폐지되는 것을 고려하면, 법 왜곡죄는 노골적으로 사법부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정권에 불리한 판결을 한 판사들이 수사기관에 피의자로 불려다니는 게 일상이 될 것이다. 재판에서 증거 조사와 사실 인정, 법령 적용을 어떻게 했는지 판사가 일일이 해명해야 할 수도 있다. 헌법 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한다’고 규정하며 판사의 재량을 인정한다. 그런데 이 재량을 인정하지 않고 악의적 오류가 있는지 수사기관이 재단하겠다는 것 아닌가.
만약 법 왜곡죄가 있었다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로 판결한 조희대 대법원장 등 대법관 10명은 줄줄이 입건됐을 것이다. 법조계 일각의 주장대로 처벌까지 이어지진 않는다고 하더라도, 법 왜곡 혐의 수사 자체가 법관을 심리적으로 위축시키고 압박할 게 자명하다. 이 밖에 국민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기존 판례를 거스른 ‘튀는 판결’을 억제하는 부작용을 낼 수도 있다.
한국 사법 시스템이 판사와 검사의 신분을 두텁게 보장하는 건 소신껏 재판과 수사를 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이 보호막이 무너진다. 정치권 등의 공격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것이다. 지금도 일 년에 수천 명의 판·검사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무분별하게 고소·고발된다. 법 왜곡죄는 이들에게 공격할 수단을 쥐여주는 것이다. 억울하게 수사받는 판사와 검사가 몇 배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금도 판사가 재판에서 법률을 잘못 적용하면 상급심이 교정할 수 있다. 수사기관이 부적절한 처분을 한 경우 항고나 이의신청으로 불복하면 된다. 악의적인 증거 조작과 왜곡은 징계나 탄핵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불복·제재 수단이 부족하면 이를 정비하는 게 맞지, 굳이 위헌적인 법 왜곡죄를 도입할 필요가 없다.
법 왜곡죄는 여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사법 3법’ 중 가장 위험하다. 적어도 재판소원법과 대법관 증원법은 국민 기본권 향상이나 사건 적체 해결 같이 내세울 명분이 있다. 그러나 법 왜곡죄는 정권을 거스른 판·검사에게 불이익을 주겠다는 목적 뿐이다. 향후 정권이 바뀌면 법 왜곡죄는 오히려 민주당에 부메랑으로 돌아갈 수 있다. 민주당이 입법을 자제해야 한다.

적정한 수사·기소라는 헌법원리에 정면 배치
판검사가 자기 검열, 법원·검찰 親정부화 우려
법 왜곡죄는 사법부 독립과 적정한 수사·기소라는 헌법 원리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검사·경찰이 자신의 수사 결과에 대해 언제든 형사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부담을 안게 되면, 적극적인 수사를 기대하기 어렵다. 검사가 기소까지 해 놓고도 정권의 눈치를 보며 스스로 공소를 취소하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국가 형벌권 행사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판사를 ‘법률 적용 왜곡’을 이유로 처벌하는 것 역시 사법부 독립과 자유심증주의에 반한다. 판결을 이유로 형사처벌하는 순간, 판사는 법리를 선명하게 밝히기보다는 두루뭉술한 판단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은 판사들에게 기피 대상이 되고, 맡는다 하더라도 위축된 판단이 나올 것이다. “괜히 다치지 말자”는 자기 검열이 만연해져, 정권의 눈치를 보는 판결과 수사가 늘어날 것이다. 판·검사를 구조적으로 옭아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법 왜곡죄는 사법부와 검찰을 권력의 색깔로 물들일 것이다. 여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수사나 판결을 하면 신분상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검사와 판사에게 제도적으로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법원과 검찰 구성원 전체의 성향을 친정부화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법 왜곡죄는 한국 사법 체계와 구조적으로도 맞지 않는다. 법 왜곡죄를 채택한 독일은 ‘기소 법정주의’를 전제로 한다. 기소해야 할 사건이 법에 명시돼 있고, 이를 기소하지 않으면 그 자체로 위법이 되는 구조다. 반면 한국은 ‘기소 편의주의’를 취해 검사가 수사 결과와 증거를 토대로 재량껏 기소 여부를 판단한다. 독일에서도 판결 내용 자체를 문제 삼는 입법은 나치 직후 나치에 부역한 판사를 처벌한다는 극히 특수한 상황에서만 논의됐을 뿐, 상시적인 제도로 정착하지 못했다.
결국 법 왜곡죄는 특정 방향의 기소와 판결을 유도하기 위해 사법 구조를 바꾸려는 시도로 읽힐 수 있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여권은 유리해지고, 야권은 지금보다 더 열위에 놓일 것이다. 정권에 불리한 수사나 판결을 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위험도 크다.
의석 수가 많은 여당이 다수결로 입법을 밀어붙일 수는 있다. 그러나 다수가 결정했다고 해서 그것이 꼭 옳은 것은 아니다. 수의 힘으로 넘을 수 없는 헌법 원칙을 외면한 채 무작정 입법을 추진하는 것은, 형식은 입법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헌법 질서를 훼손하는 것이다. 법 왜곡죄는 개혁이 아니라 사회 정의의 후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사법이 정파적으로 행동했다는 불신 쌓여
법 비틀려는 사람에겐 확실히 불이익 될 것
법 왜곡죄 도입 취지에 동의한다. 헌법학계에선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할 것인지, 또 어떻게 형벌을 부과할지에 대해 국회에 일정 부분 재량이 있다고 본다. ‘법을 왜곡하는 행위’를 범죄화하는 것도 기본적으로 국회 권한인 셈이다. 규정을 얼마나 명확하게 하는가, 범죄의 죄질이나 비난 가능성에 상응하는 형벌이 부과되고 있는가를 원칙에 맞게 준수하면 합헌이다. 해당 법안은 독일 형법에서 가져온 것으로 보이는데, 독일에서도 위헌이라고 보지 않고 있다.
법을 왜곡한다는 건 비튼다는 뜻이다. 이는 법의 의미를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의미를 벗어나서 해석하거나, 사실관계를 증명할 때 공정하지 못하게 증거를 채택하거나 증거를 조작하는 행위를 뜻한다. 형사 사법 절차는 사실 관계 확정, 법률 해석, 양형 등 3가지로 이뤄지는데, 법 왜곡은 사실 관계 확정과 법률 해석 단계에서 이뤄질 수 있다.
작년 3월 지귀연 부장판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린 것이 대표적인 법 왜곡 사례라고 본다. 구속 기간 계산 기준을 ‘일수’가 아니라 ‘시간’으로 법률을 해석한 건 전형적으로 법을 비트는 행위다. 통상의 관례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검찰이 구속 취소 결정에 대해 즉시 항고를 포기하면서 이에 대한 대법원 판단은 없었지만, 이후에도 여전히 일수가 구속 기간 기준이 되고 있다. 이것만 봐도 지 부장판사 결정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법 왜곡죄 도입이 판·검사들의 독립적인 판단을 해친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독일의 경우를 봐도 실제로 처벌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단지 처벌만이 이 법의 목적이 아니다. ‘고의로 법을 왜곡할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는 의식만으로도 법 왜곡 예방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이 법이 사문화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악의적으로 법을 왜곡하려 하는 사람에겐 확실히 불이익으로 작용할 것이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법 왜곡죄 도입 움직임을 초래했다고 생각한다. 사법부의 기본 원리는 심급(審級) 제도를 통해 자율적으로 오류를 수정하는 것이다. 1심 재판부가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했다면 이를 항소심이나 상고심에서 바로잡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고, 오히려 사법 권력이 정파적으로 행동했다는 문제 의식이 쌓여서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다.
모든 제도는 악용될 소지가 있다. 결국엔 법을 도입할 때는 악용될 가능성과, 그럼에도 해당 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을 비교해야 한다. 악용 가능성에 대해서만 논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법 왜곡죄
재판·수사 과정에서 법을 잘못 해석하거나 적용할 경우, 검사와 판사 등을 처벌하는 법안. 여권은 판·검사가 사실 관계를 조작하거나 법을 왜곡해 적용하면 10년 이하 징역과 10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하는 ‘형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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