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95년 이어온 ‘층별 구성’ 사라진다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 2층은 작년 말 ‘해외 패션 브랜드’ 층이라는 간판을 떼고, 영패션 층에 주로 들어가는 스트리트 브랜드와 스포츠 층에 어울리는 요가복 브랜드 매장을 한데 섞었다. 이 매장들 사이에 카페와 현대미술 전문 갤러리도 넣었다. 여성 패션·남성 패션·잡화·식당가처럼 유사한 상품을 한데 모은 ‘층별 구성’을 과감히 깨버리고, 동일한 층에서 쇼핑과 식음료, 문화까지 해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층별 구성을 탈피하고, 매장을 섞자 해당 층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1% 증가했고, 두 개 이상의 상품군을 구매하는 비율도 다른 층(20.4%)보다 높은 33%를 기록했다. 비슷한 상품을 모아놓은 것보다 다른 상품군을 섞어놨을 때의 연계 구매 효과가 더 큰 것이다.
1930년 국내 최초의 백화점 ‘미쓰코시 경성점’이 문을 열었을 때부터 이어져 온 백화점의 ‘층별 구성’이 사라지고 있다. 백화점이 특정한 물건을 사러 가는 ‘목적형 쇼핑 공간’에서 최신 트렌드를 구경하고 경험하러 가는 ‘체험형 공간’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한 층에 다양한 상품군을 섞어 매장을 구성하는 ‘믹스매치’가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층별 구성도, 조직도 바꿔
가장 적극적인 곳은 현대백화점이다. 앞서 효과를 검증한 층별 탈피와 믹스매치를 다른 점포로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리빙층(전자제품 매장 등)이었던 더현대서울 5층은 캐릭터·굿즈 브랜드 매장과 글로벌 레스토랑을 섞어 배치해 유아동~가족 고객이 즐길 수 있도록 하고, 남성 패션층이었던 목동점 지하 1층은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여성 고객이 많은 특성을 고려해 뷰티, 생활용품, 해외 패션을 한곳에 모으는 식으로 재배치한다. 50~60대 여성이 주로 찾던 천호점 7층 여성 패션층은 마담복(중년 여성 대상 의류)과 건강기능식품, 운동 도구 등을 파는 웰니스 존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상품군별로 나눠져 있던 조직도 공간 기준으로 재편했다. 기존 MD(상품군)전략팀을 공간개편팀과 공간기획팀으로 세분화한 것이다. 이는 “층별 카테고리라는 물리적 구획에 갇혀서는 안 된다”는 정지영 현대백화점 사장의 경영 철학에 따른 것이다. 정 사장은 최근 경영진 회의 등에서 “고객에게 맥락과 스토리가 있는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며 “상품별 배치가 아닌 경계 없는 구성으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 중심의 공간 구성을 하라”고 강조해왔다. 이제 백화점은 상품 구매를 위해 찾는 곳이 아니라 취향을 확인하고, 공간 자체를 체험하러 오는 곳이라는 것이다.
◇불문율도 과감히 탈피

다른 백화점도 마찬가지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말 식품관과 푸드코트, 카페가 들어선 본점 지하 1층에 르라보, 딥티크, 킬리안 같은 향수 브랜드와 맥, 바비브라운, 톰포드 뷰티, 베네피트 같은 메이크업 브랜드 등 화장품 브랜드 30여 개를 입점시키는 새 단장을 마쳤다. 향(香)이 중요한 화장품·향수 매장 근처에는 음식점은 물론, 카페조차 들이면 안 된다는 불문율을 깬 것이다.
새단장 이후 3주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5%, 방문 고객 수는 20% 이상 늘었다. 20~30대 젊은 고객 비율도 같은 기간 15%에서 27%로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유행하는 디저트, 맛집 메뉴를 찾아오는 고객들이 트렌드에 민감한 편이라는 점을 고려해 트렌디한 향수·화장품 브랜드 매장을 과감하게 섞어 배치했다”며 “새 단장 이후 이곳을 찾은 고객 10명 중 4명은 식품과 화장품을 함께 구매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도 작년 기존 컨템포러리 의류 브랜드 전문 층이었던 본점 3층에 핸드백과 신발 등을 주로 파는 롱샴 매장을 입점시키고, 글로벌 선글라스 브랜드 젠틀몬스터 매장을 마주 보는 위치에 고급 커피 브랜드 바샤커피 매장도 배치했다. 고급 의류를 사러 온 고객이 층을 이동하지 않고도 선글라스와 가방·신발 등 잡화를 쇼핑하고, 커피도 마실 수 있는 동선을 만들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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