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은 사법심사 대상 아냐”…지귀연 재판부 판단 갑론을박

김성훈 기자 2026. 2. 23.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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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죄 성립 가능 전제 없으면 비상계엄 남용”
vs “실제 국가비상사태시 대통령 자율권 제한”
‘내란 우두머리 혐의’ 윤석열 1심 선고공판.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지귀연 재판부의 판단을 놓고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재판부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죄가 성립한다고 본 핵심 논거는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에 군을 투입한 행위에 ‘국헌문란 목적’이 인정된다는 점이었다. 특히 ‘요건을 못 갖춘 계엄 선포는 그 자체로 내란’이라는 견해를 배척하며 “계엄 선포 자체는 원칙적으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라는 법리도 들었는데, 이를 두고는 법조계 안팎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지귀연)는 윤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사건 1심에서 “원칙적으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자체는 내란죄에 해당할 수 없고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비상계엄의 선포로도 할 수 없는 권한의 행사, 그것도 헌법이 설치한 기관의 기능을 상당 기간 저지하거나 마비시키려는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면 이는 국헌문란 목적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지귀연 재판부는 이 같은 법리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의 계엄 당시 행위는 헌법이 설치한 기관인 국회 활동을 마비시키려는 목적이었으므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고 내란죄 역시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1997년 전두환 신군부의 내란 사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든 법리와 같은 선상에 있다. 당시 전두환 신군부 측은 “1980년 5·17 비상계엄 전국 확대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로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다”라며 이른바 ‘통치행위론’을 주장했는데,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계엄선포 요건 구비나 부당성 여부를 판단할 권한이 사법부에는 없지만, 비상계엄의 선포나 확대가 국헌 문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행해진 경우 심사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지귀연 재판부는 나아가 ‘계엄선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내란죄가 성립한다’는 견해와 ‘어떤 목적을 가졌는지를 살펴 국헌문란 목적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내란죄가 성립된다’는 견해의 법리적 타당성을 구체적으로 검토했다. 재판부는 후자의 견해가 타당하다는 입장을 취하면서 “대통령이 비상계엄의 요건을 갖췄는지에 대해 나름의 판단을 해 이를 선포하는 것은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 행위에 해당하는 바, 법원이 그 실체적 요건을 갖췄는지 여부에 대한 대통령 나름의 판단을 사후적·객관적으로 심리해 내란죄 성부를 섣불리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비상계엄의 요건을 갖추지 않았음에도 계엄을 선포했다면 이에 대해선 탄핵 등 정치적 책임을 부담하는 것으로 충분하며 섣불리 사법심사의 대상으로 끌고 들어와 형사 책임의 부담을 지울 수는 없다는 취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기본권 제한 가능성이 큰 계엄에 관한 대통령의 재량을 지나치게 폭넓게 인정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실체적·절차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계엄에 대해 내란죄 성립이 가능하다는 전제가 없다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권한을 함부로 행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실체적 요건을 사법부가 함부로 판단할 경우 실제 국가비상사태에 처했을 때 대통령의 자율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국회에 군은 투입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로 비상계엄 자체가 헌법에 명시돼있는 만큼 이에 따라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라고 여겨 계엄을 선포한 것만을 두고 사법부가 사후에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한편 내란 특별검사팀은 윤 전 대통령이 장기독재를 하려는 의도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판단했으나 법원은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헌법 개정’ ‘집권하는 방안, 후계자’ 등이 적힌 이른바 ‘노상원 수첩’은 증명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도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의도, 즉 비상계엄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려고 한 바가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아 일각에선 ‘1심이 직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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