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속 위험한 엇박자 ‘부정맥’] 덜컹… 심장 리듬 깨지면 내 일상도 깨진다

차상호 2026. 2. 22.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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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스트레스·카페인 과다 섭취로 발작성 빈맥
40~50대 대사 질환·관상동맥 질환 등 원인으로 발병
60대 이상 고령층 심방세동 급증…뇌졸중 위험 5배↑
스텐트 시술·약물 치료… 술 멀리하고 금연은 필수

우리 몸의 엔진인 심장은 평생 쉼 없이 규칙적으로 뛴다. 건강한 성인의 심장은 평상시 분당 60회에서 100회 사이의 규칙적인 박동을 유지하는데, 이를 위해 심장 내에는 미세한 전기 신호를 만들어내는 체계가 정교하게 설계돼 있다. 부정맥이란 이 전기 신호 체계에 문제가 생겨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지는 모든 상태를 통칭하는 질환군이다. 많은 이들이 부정맥을 하나의 독립된 병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심장 리듬이 깨진 다양한 양상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개념이다.

/클립아트코리아/

부정맥은 전 연령대에서 나타나지만, 그 원인과 양상은 세대별로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20~30대 젊은 층에서는 주로 선천적인 전기 통로의 이상이나 스트레스, 카페인 과다 섭취로 인한 발작성 빈맥이 흔하게 나타나며 가슴이 터질 듯한 공포감을 유발하기도 한다. 반면 40~50대 중장년층에서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과 같은 대사 질환과 더불어 협심증, 심근경색 등 관상동맥 질환이 원인이 되어 2차적으로 부정맥이 발생하는 경우가 압도적이다. 심장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심장 근육으로의 혈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고, 이는 곧 전기 신호의 교란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60대 이상의 고령층으로 접어들면 심장 근육의 노화로 인해 심방이 미세하게 파르르 떠는 심방세동이 급증하는데, 이는 혈액의 흐름을 정체시켜 심장 내에 피떡이라 불리는 혈전을 만든다. 이 혈전이 혈관을 타고 뇌로 날아가면 뇌졸중 위험을 5배 정도 높이는 주범이 되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문제는 부정맥의 증상이 매우 모호해 다른 질환과 혼동하기 쉽다는 점에 있다. 가슴 두근거림과 불안감이 동반될 때 많은 환자가 정신건강의학과의 공황장애를 먼저 의심하거나 신경성 증상으로 치부하며 시간을 허비하기도 한다. 또한, 어지러움이나 갑작스러운 실신 증상을 단순 빈혈이나 저혈압, 혹은 기력이 쇠한 탓으로 생각하다가 치료의 최적기인 골든타임을 놓치기도 한다. △특별한 이유 없이 가슴이 덜컥 내려앉거나 맥박이 건너뛰는 느낌 △휴식 중에도 심장이 지나치게 빨리 뛰어 불안함이 느껴지는 경우 △계단을 오를 때 예전보다 숨이 심하게 차고 가슴에 압박감이 오는 경우 △앉아 있다가 일어설 때 단순히 어지러운 수준을 넘어 눈앞이 캄캄해지는 경우 등 이러한 증상들은 심장이 보내는 일종의 신호로 봐야 한다.

창원한마음병원 순환기내과 김민웅 교수는 “부정맥이 때로는 돌연사의 원인일 만큼 치명적인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심실에서 발생하는 악성 부정맥인 심실세동은 심장이 박동하는 대신 부르르 떨기만 해 온몸에 혈액을 공급하지 못하는 상태를 만드는데, 발생 후 단 4~5분 이내에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영구적인 뇌 손상 등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이유 없이 눈앞이 캄캄해지며 주저앉거나, 가슴 속에서 나비가 날아다니는 듯한 기묘한 불쾌감이 지속된다면 이는 심장이 보내는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현대 의학에서 부정맥 치료의 핵심은 리듬의 정상화와 치명적인 합병증 예방에 있다. 과거에는 부정맥을 치료 불가능한 고질병으로 여기는 시각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정밀한 약물 치료부터 첨단 중재적 시술까지 완치의 길이 대폭 넓어졌다. 치료 과정에서 환자가 가진 고혈압, 고지혈증, 심부전 등의 기저 질환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심장의 전기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약물 치료가 있으며, 맥박이 너무 느려 실신 위험이 있거나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서맥(느린 맥박) 환자에게는 체내에 인공심박동기를 삽입하여 인위적으로 전기 자극을 주는 시술을 시행한다. 또한, 혈관 질환이 동반된 경우에는 막힌 관상동맥을 뚫어주는 스텐트 시술을 병행하여 부정맥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한다.

치료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일상에서의 세밀한 관리와 예방이다. 김민웅 교수는 부정맥 환자들이 가장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운동 기피’라고 지적한다. 운동 중 심장이 멈출까 두려워 신체 활동을 극도로 제한하면 오히려 심장 근육이 약화되고 기초 대사량이 떨어져 부정맥이 악화되는 악순환에 빠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병원에서 전문가의 관리하에 자신의 심장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 운동량을 측정하고, 그에 맞는 맞춤형 운동 처방을 받는 ‘심장 재활’ 과정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김민웅 교수는 “일상생활 속에서 술과 카페인을 멀리하는 절제력도 필수”라며 “특히 알코올은 심방세동의 가장 강력한 트리거로 작용하며, 심장 근육에 미세한 경련과 전기적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담배 역시 심장 혈관을 수축시키고 전기 신호를 방해하는 치명적인 요소이므로 금연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환자 스스로가 자신의 맥박에 관심을 갖는 ‘맥박 자가 측정’도 필요하다. 최근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를 통한 모니터링이 대중화되었으나,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자신의 손목 맥박을 직접 짚어보며 박자가 규칙적인지 혹은 갑자기 툭 끊기거나 빨라지는 지점이 있는지를 수시로 확인하는 것이다. 이런 세심한 관찰이 모여 큰 사고를 막는 예방책이 된다. 또한, 현대인의 고질병인 수면 무호흡증이나 극심한 스트레스 역시 심장에 무리한 전기적 부담을 주어 부정맥을 유발하므로, 충분한 숙면과 심리적 안정은 심장 건강을 지키는 가장 기초적인 토대라고 할 수 있다.

김민웅 교수는 “부정맥은 질환의 양상이 매우 다양하고 기저 질환과의 상관관계가 밀접한 만큼 개인의 임상적 특성에 맞춘 정밀 의료적 접근이 필수적”이라며 “특히 우리나라가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며 심방세동과 같은 노인성 부정맥 또한 급증하고 있다. 특기할 만한 징후가 반복된다면, 막연한 두려움을 버리고 전문가를 찾아 정밀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차상호 기자 cha83@knnews.co.kr

도움말= 김민웅 창원한마음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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