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트] '윤석열의 내란' 단죄했지만‥
12·3 계엄 후 444일째 되던 날.
[지귀연/재판장 (2월 19일)] "주문을 선고하도록 하겠습니다. 피고인 윤석열을 무기징역에 처합니다."
국헌 문란 목적의 내란 주동자는 윤석열 전 대통령임을 못 박았습니다.
하지만, 지귀연 재판부의 양형 이유와 일부 사실관계 판단에 대해선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거셉니다.
지귀연 재판장은 비상계엄 선포 자체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만큼 사법심사의 대상으로 삼는 건 부적절하고, 실체적, 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곧바로 내란이 되는 것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지귀연/재판장 (2월 19일)] "실체적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에 대한 대통령의 판단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이를 섣불리 사법심사의 영역으로 가져오는 것은 자칫 필요한 경우 판단을 주저하게 만드는 저해 요소가 될 수 있고, 절차적 요건을 따지는 것도 도대체 어느 정도까지의 절차를 어기는 것이 문제가 되는지, 문제 삼을 수 있는지가 어렵습니다."
다만, 국회에 군대를 보내 헌법기관의 기능을 정지시키려 했기 때문에 내란이라는 겁니다.
당장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한 헌법재판소의 결정 내용과도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헌재는 윤석열 파면 결정을 내리면서 "당시 상황은 국가비상사태가 아니었으며, 국무회의 심의, 계엄선포, 국회 통고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며 12·3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과 법률 위반"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문형배/당시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2025년 4월 4일)] "피청구인의 판단을 객관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의 위기 상황이 이 사건 계엄선포 당시 존재하였다고 볼 수 없습니다. 헌법 및 계엄법이 정한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요건을 위반하였습니다."
대법원도 지난 1997년 전두환 등의 내란에 대해 비상계엄 선포나 확대가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김기표/더불어민주당 의원 (MBC 100분 토론, 2월 19일)] "대법원에서 판결은 판례는 뭐냐면 실질적 요건,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계엄이 그것 자체가 폭동이라고 봐서 그게 내란으로 연결된다. 이런 논리 구조거든요."
지귀연 재판부는 또 윤석열 등이 2023년부터 오랫동안 계엄을 준비해 왔고, 장기 집권을 계획했다는 공소사실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박억수/‘내란’ 특검팀 특검보] "‘2023년 10월경부터 이 계엄에 대한 의도가 있었고, 계엄을 통해서 입법을 새로이 하고 헌법 등을 개정을 해서 장기 집권을 하려는 그런 목적하에 계엄이 준비되었다’라고 해석이 됐고."
내란 세력이 폭력행사를 최대한 자제했다는 판단은 일부 군인들이 명령을 소극적으로 따랐고, 시민과 국회 보좌진들이 내란을 몸으로 막아냈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렵고, 중요한 내용이 적혀 있는 노상원 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점 등도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박은정/조국혁신당 의원 (MBC 100분 토론, 2월 19일) "계엄이 진행이 됐더라면 노상원 수첩대로 당연히 했을 거라고 보여지지 않습니까? 그리고 또 치밀한 계획이 없었다든가, 물리력을 스스로 자제했다든가 이런 것은 사실관계에 맞지 않습니다."
모두 내란전담재판부가 담당할 항소심에서 바로잡아야 할 대목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12·3 내란에 큰 상처를 받은 많은 국민들.
특히 5·18 학살 피해자들은 내란 우두머리에게 유죄가 선고된 것에 대해 안도하면서도 1심 판결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행순/5·18 유공자 박관현 열사 유가족] "12·3을 겪으면서 그때 일이 생각이 안 날 수가 없죠. 피바다가 되었던 도청 앞이며, 그 수많은 젊은이들 피를 앗아간 그 정말 계엄령이라니. 우리는 사시나무 떨듯이 그날 밤 한숨도 못 잤어. 윤석열이 같은 사람은 반드시 사형 선고를 받아야 한다고‥"
지귀연 재판부의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하지만 윤석열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유죄 판결 자체는 큰 역사적 의미를 갖습니다.
최고 권력자의 내란, 즉 친위 쿠데타를 민주적 사법질서 테두리 내에서 즉각적으로 단죄한 첫 판결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최고 권력자의 헌정 파괴는 불과 4년 만에 발생했습니다.
6.25 전쟁 발발 1년 뒤, 지금의 휴전선 부근에서 교착상태가 지속되고 있던 1951년, 이승만은 자신의 연임을 위해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뽑도록 직선제 개헌을 시도했지만, 국회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됐습니다.
그러자 1952년 5월, 임시 수도 부산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국회의원들이 타고 출근하던 통근버스를 통째로 헌병대로 끌고 가 국회의원들을 체포했습니다.
[한홍구/성공회대 석좌 교수] "계엄을 선포하고 그 국회의원이 탄 통근버스를 한 40명 타고 있는 통근버스를 크레인을 동원해서 헌병대로 끌고 갔고, 거기서 국회의원 한 10명쯤을 국제공산당 사건으로 구속을 시켜버렸어요."
공권력을 동원해 의원들을 체포, 협박하면서 결국 자신의 연임을 위한 직선제 개헌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른바 '부산정치파동'으로 불리는 사건.
오로지 자신의 연임을 위해 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에 의한 내란이었지만 당시 여건상 그 어떤 사법적, 역사적 단죄도 내려지지 않았습니다.
[한홍구/성공회대 석좌 교수] "개헌안이 통과되고 한참 지나서 한 20여 일 지난 다음에야 계엄령을 해제했습니다. ‘부산 정치 파동’이라고 우리가 흔히 부르는 이 쿠데타는 성공한 내란이 되어 버렸죠."
박정희 정권의 10월 유신 역시 대표적인 위로부터의 내란, 최고 권력자의 친위 쿠데타였습니다.
1972년 10월 17일 저녁.
박정희 대통령은 자신의 영구 집권을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국회를 해산하고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했습니다.
[대한뉴스 902보 (1972년 10월 17일)] "17일 오후 7시를 기해 국회를 해산하고 정당과 정치 활동의 중지 등 헌법 일부 조항의 효력을 정지시키고‥"
대통령이 입법 사법 행정권을 독점해 버린 헌정 파괴행위였습니다.
[한홍구/성공회대 석좌 교수] "친위 쿠데타입니다. 그거는 느닷없이 시작이 돼서 아주 그냥 깨끗하게 성공을 해버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국회를 해산을 했고 그다음에 국회의원을 13명을 잡아다가 아주 그냥 죽도록 고문을 하고요."
7년간 지속된 유신체제는 박정희 대통령의 암살로 막을 내렸지만, 역시 이 최고 권력의 내란에 대한 사법적 단죄는 없었습니다.
12·12 군사 반란과 5·17 비상계엄, 5·18 광주 학살로 이어진 전두환 일당의 내란에 대해선 민주화 이후, 15년 이상 흐른 뒤에야 사법적 단죄가 내려졌고, 그마저도 국민통합이라는 명분으로 곧바로 사면됐습니다.
따라서 이번 판결에는 최고 권력자의 내란을 민주시민의 힘으로 즉각 제압한 뒤 민주적 사법제도로 단죄했다는 의미가 있는 겁니다.
[임지봉/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저는 이 판결의 여파가 굉장히 클 거라고 봅니다. 앞으로는 국민들이 이 윤석열 등의 행위를 내란이라고 자유롭게 부를 수 있게 될 거예요."
444일이라는 긴 시간.
혼란과 갈등의 시간 역시 길어졌습니다.
1심 판결은 시작일 뿐, 곧 시작될 항소심에선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는, 그 누구도 헌정 파괴를 꿈꾸지 못하게 할 수 있는 더 명확한 단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 김태윤 기자 ▶
12·3 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한 사법부의 잇단 판결에도 내란을 부정하며 사과와 반성보단 '1호 당원' 윤석열을 옹호하고, 윤어게인 세력 눈치 보기에 급급했던 국민의힘은 아직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내란 정당이 아니라면서도 내란 정당의 굴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국민의힘에 대해 이제 국민의 인내심도 한계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 '부메랑' 된 내란 옹호
지난해 1월, 당시 40여 명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관저 앞으로 달려가 공수처의 적법한 체포영장 집행을 막으며 '인간방패'를 자처했습니다.
[나경원/국민의힘 의원 (2025년 1월 6일)] "불법적인 체포영장의 집행에 대해서는 단호히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살을 에는 추위와 폭설을 견뎌가며 윤석열 체포를 염원하던 대다수 시민들의 정서와는 너무도 거리가 멀었습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12·3 비상계엄은 내란은 아니고 오히려 민주당이 내란 몰이를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윤상현/국민의힘 의원 (자유민주주의 수호 광화문 국민혁명대회, 2024년 12월 28일)] "저들이야말로 암흑의 세력이요. 어둠의 세력이요. 그리고 내란 세력임을 고백하는 것 아닙니까? 여러분!"
탄핵심판을 앞둔 시점엔 너나 할 것 없이 극우 집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이 '계몽령'이었단 궤변을 반복했고,
[강승규/국민의힘 의원 (유튜브 ‘마스타이미경TV2’, 2025년 3월 1일)] "탄핵과 탄핵을 남발하는 것을 보고 저도 미몽에서 깨어났습니다."
국가기관을 다 때려 부숴야 한단 극단적 주장까지 했습니다.
[서천호/국민의힘 의원 (유튜브 ‘매일신문’, 2025년 3월 1일)] "공수처, 선관위, 헌법재판소, 불법과 파행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이 모두 때려 부숴야 합니다, 쳐부수자."
멀쩡히 당내 경선을 거쳐 선출한 대선 후보를 하루아침에 뒤집으려 했던 시도, 민주정당임을 포기하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대선 후보로 세우려 했던 인물은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징역 23년형을 선고받은 한덕수 전 총리였습니다.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의 집권 연장을 꾀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신지호/전 새누리당 의원] "다행히도 그 당원 투표에 의해서 부결됐기 때문에 미수에 그쳤습니다만, 저는 그때 생각만 하면 정말 끔찍합니다."
국민의힘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극우로 치달았습니다.
전한길 씨 등 윤어게인 세력은 아예 당에 들어와 당 지도부 선거를 좌지우지했고,
"배신자! 배신자!"
[장동혁/당시 국민의힘 대표 후보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 2025년 8월 13일)] "지금 여러분이 손가락질하는 전한길 선생, 그 겨울 우리 당을 지키자고 했던 사람들입니다."
12·3 내란을 대놓고 찬양했던 인물이 당 최고위원을 맏고 있습니다.
[김민수/국민의힘 최고위원 (유튜브 ‘고성국TV’, 2024년 12월 5일)] "'과천상륙작전'이다, 이거‥ '선관위 상륙작전'이다. 계엄 선포하고 2~3분 안에 선관위는 점령했다. 우와! 대단하다. 진짜 윤석열이다. 이 한 방을 진짜 제대로 보여주셨다."
계엄 해제나 탄핵에 동참했던 친한동훈계 인사들을 내쫓으면서, '내란 정당'이란 비판을 반박하기도 어렵게 됐습니다.
[신지호/전 새누리당 의원] "한동훈과 김종혁 연좌제 금지, 표현의 자유 이런 헌법 가치를 다 파괴하면서 그들을 또 찍어내고, 몰아내고 하고 있기 때문에 어찌 보면 위헌 정당해산에 피니시 블로우(결정타)를 스스로 날리고 있는 게 아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심 판결이 나온 뒤 국민의힘 당대표의 일성은 12·3 계엄은 내란이 아니라며 사법부를 공격하는 내용이었고, 윤어게인 세력과의 절연 요구도 거부했습니다.
[장동혁/국민의힘 대표(2월 20일)] "국민의힘은 줄곧 계엄이 곧 내란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습니다. 대통령과의 절연을 앞세워 당을 갈라치기 하는 세력, 단호하게 절연해야 할 대상은 오히려 이들입니다."
국민의힘의 이런 내란 옹호 행보는 이제 고스란히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정치적 구호로 여겨졌던 정당해산심판이 현실화될 수 있단 전망이 나옵니다.
우리 헌법은 정당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배했을 때 정부가 해산을 제기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앞서 조국혁신당은 위헌 정당 해산 심판 청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정부에 제출한 바 있습니다.
특히 지난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당시, 이석기 전 의원 개인의 발언을 주된 근거로 삼았던 만큼,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한 것이 인정되면 정당해산 요건에 부합한다는 주장입니다.
[서왕진/조국혁신당 원내대표] "(통합진보당) 해산의 근거로 보면 국가의 어떤 헌법 체제 자체를 부정하고 그것을 위협하려고 하는 계획이나 의도가 있었다. 그리고 당의 책임 있는 대표자들이나 당 조직이 확고하게 그 점에 대해서 절연하고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는 노력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 신천지, 통일교 등 종교 집단이 부정하게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 특히, 2022년 대선 당시 허위사실 공표 혐의와 명태균 씨로부터 무상 여론조사를 제공받은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의 또 다른 재판은, 국민의힘 입장에선 더 큰 위협입니다.
공직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1백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대통령 당선 자체가 무효가 돼 당시 국민의힘이 받은 보조금 4백여억 원을 반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친윤 핵심으로 윤석열 탄핵 표결 당시, 반탄의 선봉에 섰던 윤상현 의원.
그로부터 1년여 동안 사과 한번 하지 않다가 지방선거를 100일 정도 남긴 지난 설 연휴, 갑자기 윤석열의 대국민 사과와 고해성사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윤상현/국민의힘 의원 (2월 16일)] "각자의 자리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며 공개적으로 고해성사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윤석열과 절연하는 것이냔 질문엔 명확히 답하지 않았습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위기에 처할 때마다 그랬듯이 국민의힘은 또다시 당명을 변경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면서 내란을 옹호하고 윤어게인 세력을 이순신 장군에 비유했던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를 공천관리위원장으로 내세웠습니다.
[이정현/국민의힘 6·3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장 (유튜브 '고성국TV', 2025년 2월 26일)] "계몽에 공감하고 느꼈기 때문에 같이 동참한 것이고 그런 부분들이 지금 역사를 바꾸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여러분들이 이순신이었습니다."
근본적 변화 없이 간판만 바꿔 다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끝내 정상적인 보수정당의 역할을 포기할 생각인지, 맨몸으로 내란을 막아내고 민주주의를 지켜낸 국민들은 국민의힘을 향해 준엄하게 묻고 있습니다.
김태윤 기자(kktyboy@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straight/6802398_2899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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