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몰아붙이는 정부, 대출 연장도 ‘원천 봉쇄’ 검토

금융당국이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만기 연장 관행을 손봐야 한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잇따른 지적에 수도권·규제지역 내 아파트를 보유한 임대사업자 등 다주택자의 대출 만기 연장을 원칙적으로 불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다주택자의 수도권·규제지역 신규 주담대가 금지된 것처럼 만기 연장 시에도 ‘LTV(담보인정비율) 0%’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괄 제한에 따른 시장 충격을 고려해 예외 요건 등도 함께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22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예외 요건 등이 함께 고려되겠지만 원칙적으로 다주택자의 대출 만기 연장에도 LTV 0%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 등이 논의될 예정”이라며 “다만 대상 지역과 주택 유형은 매물 출회 등 정책 효과와 임차인 보호 등을 모두 고려해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 지적 이후 두 차례 대책 회의를 연 금융위원회 등은 24일 세 번째 회의를 열어 다주택자 대출 연장 관행 개선을 위한 방안을 논의한다.
금융당국은 일단 주택 유형과 소재지를 나눠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를 보유한 다주택자를 우선 관리 대상으로 삼는 ‘핀셋 대책’을 검토 중이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한 지방과 상대적으로 임차인 불안이 커질 수 있는 빌라와 같은 비아파트는 이번 논의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예외적으로 만기 연장을 허용하거나 단계적으로 대출을 감축하는 방안 등도 함께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대사업자가 대출을 상환하지 못해 경매 등으로 넘어가면 전세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는 임차인의 주거 불안이 커질 수도 있어서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는 다주택자 만기 연장 관행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논의하는 단계”라며 “금융감독원에서 집계 중인 개인과 임대사업자, 아파트와 비아파트 등 세분화된 다주택자 통계를 토대로 임대 시장 등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해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요 은행의 다주택자 주담대 잔액이 최근 3년 새 2배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다주택자(2주택 이상 보유한 개인) 주담대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36조4686억원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서울 등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 주담대의 LTV를 0%에서 30%로 풀어준 직후인 2023년 1월 말(15조8565억원)보다 2.3배로 급증했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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