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측정 도전하는 강박 장애…뇌자극 기술의 세분화도 ‘성큼’[신경과학 저널클럽]

최한경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뇌과학전공 교수 2026. 2. 22.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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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데는 자유롭게 생각을 옮기는 능력이 큰 몫을 한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특정 생각에 사로잡혀 다른 생각을 하는 일이 어렵다. 이른바 수능 금지곡으로 불리는 노래들이 그렇다. 반복적이고 특이한 멜로디와 가사가 머릿속에 들어박혀서 쉽사리 벗어나기 어렵다.

이런 상황이 병적으로 심해진 경우를 강박 장애라고 한다. 강박 장애 환자들은 특정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할뿐더러 손 씻기, 정리정돈, 숫자 세기, 단어 반복 같은 행동이 이어지며 일상생활이 어려워진다.

강박 장애를 치료하려면 행동치료를 먼저 시도해야 한다. 행동치료는 강박적인 생각을 일으키는 상황에 노출되지만, 강박적인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수능 금지곡을 무한 반복 재생하면서 모의고사를 푸는 훈련을 하는 식이다.

예상할 수 있듯이 행동치료는 무척 힘든 과정이고,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후에는 약물치료가 진행되지만, 강박 장애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병 자체를 치료하기보다는 증상에 대응하는 치료가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뇌 깊숙한 곳을 전기적으로 자극하는 뇌 심부 자극 기술이 쓰이고 있다.

강박 장애 치료 기술의 개발이 더딘 중요한 이유는 강박 장애를 측정하는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환자가 자신의 강박 정도에 대해 스스로 점수를 매기는 주관적인 검사가 널리 사용되지만, 강박 장애의 정확한 판정을 위해서는 과학적인 측정 기술이 필요하다. 살이 붙은 것 같으면 체중을 측정해보거나 독감에 걸린 것 같으면 진단키트로 검사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최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소속 페렐만 의대의 케이시 할퍼른 교수와 캐서린 스캔고스 교수가 주도한 연구진은 뇌에 미세 전극을 집어넣어 뇌 영역의 미세한 활성까지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입체 뇌전도 기술로 이 문제에 도전했다. 해당 연구에는 한국인 과학자 노영훈 박사가 관련 논문 제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진은 기존 연구에서 강박 장애에 연관된 것으로 알려진 ‘안와전두피질’과 ‘기저핵’ 영역의 신경 활성을 측정했다. 그리고 뇌 심부 자극 기술을 기저핵에 적용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환자들이 각자의 강박 상황에 노출되는 상황에서 적용했기에 분 단위로 바뀌는 강박 증상을 반영하는 뇌파를 알아낼 수 있었다.

연구 결과, 강박 상황에 처하면 안와전두피질의 뇌파 중 감마파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와전두피질은 보상을 계산하고 감정을 처리해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영역인데, 강박 장애에서는 이런 기능이 모두 이상을 보였다. 감마파는 바쁘게 정보를 처리할 때 나타나는 뇌파인데, 강박 상황에서 증가 양상을 보인 것은 뇌의 의사결정 과정에 과부하가 걸린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안와전두피질의 감마파가 강박 증상의 척도가 된다면, 강박 증상을 낮춰주었을 때는 감마파가 감소해야 할 것이다. 연구진이 강박 장애 치료 효과가 있는 기저핵 뇌 심부 자극 기술을 적용하자 환자들이 체감한 강박 정도가 낮아지면서, 안와전두피질의 감마파도 실제 감소했다.

현재 병원에서 쓰이는 뇌 심부 자극술을 비롯한 다양한 뇌 자극 기술은 환자의 상황, 특히 뇌 활동을 반영해서 대응하는 것은 아니다. 아플 때마다 쓰는 약이 아니라 하루 세 번 꾸준히 먹는 약처럼 사용된다.

하지만 뇌는 역동적으로 변화한다. 같은 영역이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상황에 맞춘 뇌 자극 기술이 더 좋은 효과를 가질 것으로 과학계에서는 기대하고 있다. 이번 연구와 같이 뇌 질환에 따른 정확한 지표를 찾아낼 수 있다면 상황에 맞춘 개인화된 치료법도 성큼 다가올 것이다.

최한경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뇌과학전공 교수

최한경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뇌과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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