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과 함께 길리 기억되리

김길리, 1500m ‘금’ 추가
2관왕 생애 첫 올림픽서 3개 메달 획득
한국 쇼트트랙 차세대 에이스로
“최민정처럼 훌륭한 선수 되고파”
최민정(28)은 여자 1500m 은메달 뒤 “다음 올림픽은 없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후배 김길리(22·이상 성남시청)를 떠올렸다. 그는 “이제 길리가 잘할 테니 제가 편하게 (은퇴하고) 쉴 수 있을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한국 쇼트트랙에 김길리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김길리는 지난 21일 이탈리아 밀라노의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한국 선수단 세 번째 금메달 주인공인 동시에 2관왕에 오른 유일한 선수가 됐다. 1000m 동메달을 따낸 것을 시작으로 여자 계주 3000m 금메달, 그리고 주종목 1500m에서도 금메달을 추가했다.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메달을 3개 이상 딴 선수는 2014년 소치 올림픽 심석희(금1·은1·동1) 이후 12년 만에 김길리가 처음이다. 한국 쇼트트랙의 전설 전이경, 동·하계 올림픽 역대 한국 선수 최다 메달 신기록(7개)을 세운 최민정도 처음 나간 올림픽에서 메달 3개는 따지 못했다.
최민정이 ‘올림픽 은퇴’를 선언한 이번 대회에서 김길리는 새로운 에이스 탄생을 알렸다.
김길리는 늘 ‘우상’이라고 밝혀온 최민정과 함께한 마지막 올림픽 레이스를 통해 환상의 콤비 플레이와 압도적인 경기력을 증명했다.
김길리와 최민정은 레이스 중반까지 나란히 중위권에서 달렸다. 7바퀴를 남기고 최민정이 먼저 아웃코스로 빠지며 스피드를 끌어올려 2위로 올라서자 김길리가 3위로 따라붙었다. 선두 커린 스토더드(미국)가 후반 레이스에서 처지기 시작하자 둘은 바로 스퍼트를 올렸다. 최민정이 인코스를 파고들어 먼저 앞지르자 김길리는 아웃코스로 치고나가 스토더드를 에워싸고 추월로를 차단해 나란히 1·2위로 올라섰다. 탄성을 자아낸 완벽한 호흡이었다.
둘 사이 금메달 경쟁 구도가 만들어졌고, 2바퀴를 남긴 직선주로에서 김길리가 최민정을 제치며 1위로 올라선 뒤 점점 거리를 벌리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김길리의 시대가 활짝 열리는 순간이었다.
김길리는 일찌감치 최민정의 뒤를 이을 차세대 에이스로 주목받았다. 서현고 재학 시절부터 또래 중 단연 두각을 보였고, 시니어 데뷔 시즌이던 2022~202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에서 종합 4위에 올랐다. 2023~2024시즌에는 월드컵 종합우승을 차지하며 톱레벨로 올라섰다. 한국 여자 선수의 월드컵 종합우승은 2017~2018시즌 최민정 이후 6년 만이었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은 전이경, 고기현, 진선유 등 올림픽마다 걸출한 에이스가 반드시 있었다. 2018년 평창 올림픽부터는 최민정의 시대였다. 그리고 8년 만에, 밀라노에서 김길리의 시대가 시작됐다.
대회 2관왕에 오른 김길리를 보면서 최민정은 “저도 과거에 전이경, 진선유 선배님들을 보며 꿈을 키웠다. 길리도 저를 보면서 꿈을 키우고 그걸 이뤄가는 과정에 있어 더 뿌듯하다”고 말했다. 김길리는 최민정의 올림픽 은퇴 소식에 눈물을 보였다. “쇼트트랙 선수로서 언니처럼 되려고 열심히 훈련했다. 꼭 언니처럼 훌륭한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밀라노 |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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