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변희수 하사 5주기, 여전한 과제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2026. 2. 22.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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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2월27일은 변희수 하사의 5주기이다. 2020년 변 하사가 트랜스젠더임을 밝힌 뒤 강제전역 처분을 받았고, 이듬해 세상을 떠난 지 어느덧 5년이 흘렀다. 그사이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2021년 법원은 변 하사에 대해 여성의 심신장애 판정 기준을 적용했어야 함에도 남성의 기준을 적용한 위법이 있다며 전역 처분을 취소했다.

그럼에도 군은 변 하사의 죽음과 공무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하고 그의 죽음을 일반 사망으로 판단했다. 오랜 다툼을 거쳐서야 2024년 국방부는 변 하사의 주된 사망 원인이 강제전역 처분으로 인해 발병한 우울증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순직을 인정했다. 같은 해 6월 변 하사는 현충원에 안장됐다.

이 모든 변화는 “기갑의 돌파력으로 차별을 없애버리겠다”고 했던 변 하사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많은 이들이 투쟁해온 결과물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바뀌지 않은 곳이 있다. 위법한 판단으로 변희수를 강제전역시키고 오랜 기간 순직 인정조차 거부해왔던 군이다.

국방부는 전역 처분 취소 판결 이후 ‘성전환자 군 복무 연구용역’을 실시했다. 연구가 마무리될 때 나는 최종보고서 검토회의에 참석해 그 내용을 살펴본 적이 있다.

비공개 자리였기에 구체적 내용을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보고서는 트랜스젠더가 직업군인으로서 함께 복무하는 것에 대해 사회적인 논의를 촉발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국방부는 보고서 전체를 비공개했고 더 이상의 논의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트랜스젠더만이 아니라 성소수자의 군 복무와 관련해서도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국방부령 부대관리훈령은 여전히 사고예방의 측면에서 동성애자 장병의 복무를 다루고 있다. 동성 군인의 성행위를 형사처벌해 국제사회로부터 지속적인 폐지 권고를 받아온 ‘군형법’ 제92조의6 추행죄는 2024년 헌법재판소에서 다시 합헌 결정이 나왔다. 이 법을 근거로 2017년 육군에서는 이른바 군대 내 동성애자 색출 수사가 있었다. 이후 2022년 법원은 육군 수사의 위법성을 지적했지만 이에 대한 군의 공식적인 사과는 없었다.

오히려 더 상황이 악화된 부분도 있다. 트랜스젠더 여성의 징병과 관련한 부분이다. 2021년 국방부는 ‘병역판정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을 개정했다. 이에 따르면 병원에서 성별불일치 진단을 받으면 신체등급 5급 판정을 받아 실질적으로 군 복무가 면제됐다.

그러나 2024년 국방부는 규칙을 다시 개정해 성별불일치 진단을 받고도 6개월 이상의 호르몬 요법을 받지 않은 경우에는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도록 기준을 강화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당시 “심각한 성별불일치를 경험하지 않으면 대체역 복무는 가능하지 않겠냐”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랜스젠더가 경험하는 성별불일치는 출생 시에 지정된 성별과 다른 성별로 살아가면서 겪는 총체적인 경험이고 호르몬 치료 여부에 따라 그 심각도를 달리 볼 근거는 없다. 국방부의 이러한 주장은 변 하사를 강제전역시킬 당시와 마찬가지로 트랜스젠더에 대한 몰이해에 기반한 것이다.

한 트랜스젠더 여성은 직업군인으로 당당히 복무하길 원했지만, 군은 그를 위법하게 강제전역시켰다. 반대로 지금은 규정까지 바꿔가며 트랜스젠더 여성에게 병역을 부과하려 한다. 얼핏 보면 모순처럼 보인다. 그러나 두 경우 모두 트랜스젠더의 성별정체성과 삶을 온전히 존중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본질은 같다.

그렇기에 던져야 할 질문도 분명하다. 현재 트랜스젠더가 안전하고 평등하게 군 복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졌는가. 그리고 이를 위해 국가 차원의 노력이 있었는가. 트랜스젠더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존중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가. 변희수 하사 5주기를 맞아 다시 한번 묻는다. 이에 대한 올바른 답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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