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칼럼]한반도 평화와 미·중 정상회담 활용법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2026. 2. 22.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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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초 미·중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진입하면서 양국이 회담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만에 대한 대규모 무기 판매를 재고하는 한편, 중국 첨단기업에 대한 제재도 일부 보류하기 시작했다. 중국도 광물자원 공급망 안정화, 대규모 미국 상품 구매 리스트를 작성 중이다. 2월20일 미국 연방대법원이 상호관세 부과는 위법이라고 판결했으나, 이에 대해 중국은 ‘잘못된 관행’이었다고 비난 수위를 조절했다. 이처럼 미·중 양국은 정상회담을 국내 정치 기반을 강화하는 데 선택적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그러나 미·중 정상회담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북·미 정상회담을 추동해 한반도 평화의 돌파구를 찾는 데 있다. 지난해 11월 APEC 정상회의 계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구애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비핵화를 포기하지 않는 한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혀 정상회담이 무산됐다. 사실 당시 북한은 내부가 정돈되지 않았고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트라우마가 남은 상태에서 국제환경 변화에 올라탈 자신과 여유가 없었다.

이러한 북한이 2월19일 국가전략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조선노동당 제9차 대회를 개최했다. 제8차 대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경제 실패를 자인하고 고개를 숙였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지난 5년의 성과를 ‘전환적 국면을 열어놓은 자랑찬 연대기’로 선전했다. 특히 정치, 경제, 국방, 외교 분야는 물론 중앙과 지방을 획기적으로 변모시킨 것을, 국가 지위를 불가역적으로 다지고 대외관계를 안정화한 데서 찾았다.

그동안 북한은 ‘불가역적 핵보유국 지위’를 선언하고 이에 대한 ‘인정투쟁’을 전개해왔고 북한군을 러시아에 파병해 북·러 전략동맹을 공고화했으며, 지난해 9월 중국 전승절에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해 소원했던 북·중관계도 궤도에 올려놓는 등 ‘유리한 정세를 조성’했다고 자평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새롭게 전개될 한반도 국면 변화도 예의 주시할 것이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중국과 러시아로 열린 창을 활용하겠지만, 미국 및 한국 등과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바늘구멍이라도 찾아 한반도 디스카운터를 프리미엄으로 바꾸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새 정부 출범 직후 내란을 극복하면서도 한·미, 한·일, 한·중 관계를 빠르게 회복했으며, 나아가 ‘북한의 체제를 존중하고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으며 적대행위를 추진하지 않는다’는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을 제시하고 이를 실천해왔다. 사실 주변 4개국과의 관계 증진을 위한 국익 중심 실용외교의 목표도 이러한 한반도 평화에 닿아 있다.

지난해 8월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대화의 상당 부분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반도 피스메이커 역할을 주문하는 데 할애했고, 올해 1월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시간을 들여 고속철도, 평화관광, 보건의료, 광역 두만강개발계획(GIT) 등 ‘평화 보따리’를 제시하면서 한·중, 남·북·중 실질 협력 방안을 제의했다.

이와 함께 대북 무인기 침투 사건에 대해 정부 차원의 유감을 표했고, 비행금지구역 설정도 준비하는 등 남북 대화의 접점과 빈도를 늘리고자 한다. 이것은 남북관계가 단절된 지 7년이나 지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의 일환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중 정상회담에 한반도 평화 의제를 끼우고, 북·미 정상회담을 추동하는 호기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중국, 심지어 전쟁 중인 러시아의 건설적 역할론을 호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반도의 판이 움직이면서 미국은 17건의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에 대한 제재 면제를 승인하며 북한에 대화의 손을 내밀었다. 중국도 북한과의 교류와 소통을 강화하고 있고, 러시아는 기존 북·러 전시동맹을 전후 복구에 참여시키는 재건동맹으로 격상하면서 몸을 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도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한반도를 대중 발진기지화하는 주한미군 전투기의 행동 규제, 비핵화에 대한 현실적 접근, 9·19 남북 군사합의 선제적 복원, 한반도 평화 특사 파견 등 전열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평화가 안보이고 민주주의이며 경제발전이라는 대통령의 철학과 신념을 정책으로 바꾸는 것이 참모의 역할이다. 그러나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비타협적 태도, ‘희망적 사고를 버리자’ ‘기대치를 낮추자’ ‘조율이 필요하다’ 등 절박함을 잃은 관료적 비관론이 국면 전환의 걸림돌이 되지 않고 있는지 자문해볼 필요도 있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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