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총선 ‘바코드 투표지’ 위헌 논란 확산···선거 무효 가능성도 거론

최경윤 기자 2026. 2. 22.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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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의 한 투표소에서 개표가 진행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총선 2주째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태국에서 투표용지에 인쇄된 바코드와 QR 코드가 헌법상 비밀투표 원칙을 침해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선거 효력 자체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무효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22일(현지시간) 현지 일간 방콕포스트는 지난 8일 치러진 총선에서 사용된 투표지를 둘러싼 논란이 법적 다툼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쟁점은 투표지에 인쇄된 바코드와 QR 코드가 무기명 비밀 투표를 규정한 태국 헌법 제85조 등을 침해했는지 여부다.

태국 선거관리위원회는 이 코드가 공식 인쇄 여부를 확인하는 투표용지 식별 번호로, 위조 방지와 부정행위 추적을 위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야권과 학계를 중심으로 특정 투표지와 유권자를 연결할 가능성이 있다면 헌법상 비밀투표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범여권 보수 진영에서도 위헌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역대 정부에서 두 차례 법률 담당 부총리를 지낸 보수 성향의 원로 법학자 위사누 크레아응암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터뷰에서 “핵심은 유권자의 신원을 알아낼 기회가 있느냐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그것은 비밀 투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논란이 헌법재판소 판단으로 넘어갈 경우 선거 무효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SCMP는 탐마낫 프롬파오 태국 부총리 겸 농업부 장관을 비롯한 일부 정치·법조계 인사를 중심으로 선거 무효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총선 다음 날인 9일(현지시간)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가 집무실에 도착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태국은 과거에도 절차상 문제로 총선이 무효 처리된 바 있다. 2006년과 2014년 총선은 각각 비밀투표 원칙 위반, 전국 동시 선거 원칙 위반을 이유로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효력을 잃었다.

이번 총선은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가 이끄는 보수 성향 품짜이타이당이 하원 500석 가운데 약 193석을 확보해 제1당이 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그러나 각종 부정선거 의혹이 확산하며 공식 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선관위는 늦어도 4월 초까지 결과를 확정해야 한다.

선거 효력을 둘러싼 논란은 새 정부 구성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단독 과반 확보에 실패한 품짜이타이당은 연립정부 파트너를 물색 중이다. 전날 아누틴 총리는 연정 구성이 완료됐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아직 정부 구성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도 울리지 않았는데 어떻게 합의를 마칠 수 있겠느냐”며 “공식 결과가 나오고 상황이 완전히 안정된 이후 논의하겠다”고 했다. 그는 선거 무효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관위의 영역”이라며 말을 아꼈다.

한편 일부 투표소의 투표지 부실 관리 논란과 관련해 선관위는 이날 3곳에서 재투표를, 1곳에서 재검표를 실시했다.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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