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함께 웃는 축제, 살아나는 지역경제

경기일보 2026. 2. 22.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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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모 경희대 관광대학원 명예교수·前 대통령실 관광진흥비서관

봄이 오면 지역마다 축제 준비로 분주해진다. 겨우내 잠잠하던 거리에는 현수막이 걸리고 광장에는 무대가 세워지며 지방정부는 방문객을 맞이할 채비에 한창이다. 지역경제 활성화 기대 속에서 축제는 계절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처럼 자리 잡았다. 그러나 그 축제가 과연 누구를 웃게 하고 있는가.

많은 지역축제가 외래 방문객 유치와 단기적인 경제 효과를 목표로 기획된다.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 하지만 방문객 수와 매출이라는 숫자에만 집중하다 보면 정작 지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의미와 공동체 가치는 뒤로 밀려나기 십상이다. 축제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나누고 이웃과 소통하며 일상의 피로를 내려놓는 ‘지역민의 자리’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최근의 축제들은 외부 관람객을 위한 ‘보여 주기식’ 행사로 변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지역의 정체성을 지키지 못한 축제는 오래가지 못한다. 비슷한 프로그램과 유사한 무대가 반복되면 사람들은 한 번 방문하고 떠날 뿐이다. 반대로 지역민이 주체가 돼 자신들의 삶과 이야기를 담아낸 축제는 방문객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지역경제를 움직이는 힘은 화려한 이벤트가 아니라 지역만의 스토리와 공동체의 온기에서 나온다. 함께 웃는 축제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고 그 기억은 다시 지역을 찾게 만드는 힘이 된다.

지방정부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축제의 성과를 단순히 방문객 수나 매출액으로만 평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역민의 참여도와 만족도, 지역 문화의 보존과 전승, 공동체 회복이라는 가치를 함께 반영하는 정책적 전환이 시급하다. 행정은 무대를 주도하는 주최자가 아니라 지역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돕는 조력자가 돼야 한다. 중앙정부 또한 지역이 획일적인 행사 경쟁에 매몰되지 않도록 중장기적인 지역 브랜드 정책을 마련하고 지역 고유의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축제 정책의 방향을 재설계할 시점이다. 단발성 예산과 성과 위주의 평가 체계를 넘어 지역민이 실제로 참여하고 치유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민이 배제된 채 외부 방문객만을 위한 축제는 일시적 소비를 남길 뿐 지속가능한 경제를 만들지 못한다. 지방정부는 축제를 ‘관광상품’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 회복 프로젝트’로 바라봐야 한다. 주민 참여형 프로그램과 지역 스토리 기반 콘텐츠를 정책의 중심에 둬야 한다.

방문객의 시선도 주목해야 한다. 사람들은 단순히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소비하기 위해 지역을 찾지 않는다. 그 지역에서만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의 표정, 음식의 맛, 공간의 분위기, 그리고 공동체의 온기를 경험하고 싶어 한다. 지역민이 먼저 즐기고 힐링하는 축제는 방문객에게도 가장 진정성 있는 기억으로 남는다.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힘은 대형 무대나 유명 가수가 아니라 지역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삶의 이야기다.

지역 상권과 주민의 준비 또한 중요하다. 축제의 주인공은 외부 손님이 아니라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상인들은 가게마다 소소한 스토리를 담아내고 주민은 인사를 나누며 공동체의 자부심을 회복해야 한다. 골목의 간판, 시장의 풍경 하나에도 지역의 기억이 담길 때 축제는 단순한 행사를 넘어 지역 브랜드로 이어진다. 주민이 웃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될 때 축제는 비로소 살아 움직인다.

봄은 늘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아이들의 웃음과 어르신의 추억이 어우러지고 이웃이 서로의 안부를 묻는 자리에서 축제는 공동체의 힘을 회복한다. 숫자로 남는 성과보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는 따뜻한 장면 하나가 지역의 미래를 바꾼다. 지역민이 먼저 행복해질 때 방문객은 그 온기를 느끼고 다시 찾는다. 지역축제가 공동체의 소통과 문화 향유, 힐링의 장으로 자리 잡을 때 지역의 이야기는 브랜드가 되고 지역경제는 비로소 지속가능한 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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