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종교를 해산할 수 있는가 [한승훈 칼럼]


한승훈 |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종교학)
특검 수사를 통해 종교단체들의 정치 개입 의혹이 불거지던 지난해 말, 실시간 영상으로 공개되는 국무회의에서도 이 사안이 다루어졌다. 12월2일 이재명 대통령은 “정교분리 원칙을 어기고 조직적, 체계적으로 정치에 개입한 종교재단”에 대해, 정부가 일본처럼 해산명령을 내릴 수 있는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하였다. 일주일 후, 법제처에서는 이것이 헌법 문제라기보다는 민법 문제고, 다른 법인들과 마찬가지로 주무관청인 문화체육관광부의 판단으로 설립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아마도 대통령의 질문 의도는 ‘정교분리의 원칙’을 어긴 종교단체를 해산하는 것이 현행법으로 가능한지를 묻는 것이었을 터다. 과연 한국의 법체계에서 국가가 종교를 해산하는 것은 가능할까?
이것은 꽤나 복잡한 문제니 먼저 용어들을 정리하고 넘어가자. 먼저 ‘종교단체’와 ‘종교법인’은 다르다. 종교단체의 형태는 대단히 다양하다. 영성 수련이나 오컬트, 종교 경전 등에 관심 있는 몇몇 사람이 모여서 동호회를 만들었다면 그것은 가장 작은 규모의 종교단체가 될 것이다. 전문종교인들과 신자들이 교회나 성당, 사찰 등에 정기적으로 모여서 활동을 한다면 그것은 전형적인 종교단체다. 또 그런 공동체들이 모여서 하나의 교단을 형성하거나, 비슷한 지향을 가진 교단들이 연합체를 만들어도 종교단체다. 그 단체들이 포교, 복지, 봉사, 사회참여 등의 사업을 위해 독립적인 기구를 만든다면 그 또한 넓은 의미에서의 종교단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그런 단체들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사단, 재단의 형태로 법인격을 부여받은 것이 법인이다. 따라서 종교단체는 법인이 아닐 수도 있고, 하나의 종교단체가 목적에 따라 여러 법인을 설립하는 것도 가능하다. 혹은 하나의 법인에 여러 종교단체가 개입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예를 들어 천주교에는 교구별로 재단법인이 있고,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는 7개 종단의 지도자들이 모인 사단법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일본이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일본지부를 ‘해산’하였다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종교법인으로서의 법인격을 박탈한 것이지 종교단체로서의 활동을 금지한 것은 아니다.
또한 종교법인의 성격에 있어서도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일본에는 종교법인법이 따로 있어서 종교법인의 목적, 의무, 해산 사유 등을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민법에서 학술, 종교, 자선, 기예, 사교 등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법인과 영리법인을 구분하고 있을 뿐이다. 법인의 ‘종교적 목적’이라는 것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주무관청의 공무원들에게 법인 해산 여부를 판단하라고 하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이 큰 일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현재 발의되어 있는 민법 일부개정안(최혁진 의원 외 10인, 2026년 1월9일)에서는 정교분리의 원칙을 위반하여 정치활동에 개입한 법인의 설립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되었다. 그러나 종교법인이 따로 규정되어 있지 않은 현행법상 종교단체들은 여러 형태의 재단법인과 사단법인으로 등록되어 있고, 허가 주체도 문체부나 지자체 등으로 분산되어 있다. 만약 여러 법인을 가진 교단의 종교인이 불법행위를 했다면, 그 가운데 어떤 법인을 해산할 것인가? 그랬을 때 과연 실효성은 있을 것인가?
또한 종교 조직에서의 지위를 이용해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헌법의 정교분리 원칙이 아니라 공직선거법 85조 위반이다. 문제는 이 법이 종교단체만이 아니라 공공기관이나 교육기관, 기업 등에 대해서도 적용된다는 것이다. 누군가 이런 기관을 이용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고 해서 해당 관공서나 학교, 회사를 해산해야 한다고 하면 아무래도 과도해 보인다. 왜 종교에 대해서만 그래야 한다는 것인가?
필자는 기본적으로 종교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며, 정교분리란 종교보다는 정치 쪽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종교에 대한 법적 통제가 전적으로 불필요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종교는 세속적 규범을 초월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악용될 경우에는 신자들로 하여금 부당한 차별을 하거나, 대놓고 법을 어기거나, 심지어 헌정 질서를 파괴하면서도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 할 수 있는 위험한 물건이다. 반면 이런 속성을 무작정 억압하면서 불의한 권력하에서도 급진적인 비판과 참여를 이끌어내는 종교의 정치적 잠재력을 포기해서도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를 다루는 제도는 종교단체의 속성, 그리고 국가와 종교의 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정교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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