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이냐 투자냐… 선거·금리·전쟁도 베팅하는 시대[글로벌리포트]
2010년대 후반 본격 등장한 예측 플랫폼
'양강' 칼시·폴리마켓, 사실상 제도권 표방
2024년 美대선 국면서 전세계 폭발적 관심
주류 언론이 갈팡질팡할 때 '트럼프' 맞춰
"사람들은 돈이 걸려 있으면 거짓말 안해"
정치·경제 등 불확실성이 상시화된 시대
예측시장, 더 신뢰받고 각광받을 수밖에
단순한 내기가 금융 상품으로 확장 가능성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믿기 어려운 주말이었다. 슈퍼볼 광고를 한 편도 집행하지 않았음에도 올해 슈퍼볼에서 가장 큰 브랜드가 됐다" (타레크 만수르 칼시 최고경영자)
올해 미국에서 열린 슈퍼볼은 다양한 화제를 낳았다. 스페인어로만 노래를 부르는 배드 버니가 슈퍼볼 하프타임 쇼의 주인공으로 나섰고, 인공지능(AI) 기업들은 광고 경연장을 방불케 하는 경쟁을 벌였다. 미국 내 시청자 수는 약 1억 2490만명으로 집계됐으며, 중간 피크 시청자 수는 1억 3780만명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최고의 승자는 예측시장 회사들이었다. 대표적인 예측시장 플랫폼 칼시는 슈퍼볼 당일 하루 거래액이 10억달러(약 1조4500억원)를 넘기며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 이는 일일 기준 사상 최고치다. 회사 측은 이번 거래 규모가 전년 대비 2700% 급증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미래의 확률'을 사고파는 시장
미국에서 예측시장이 놀라울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예측시장은 미래의 불확실한 사건에 대한 확률을 참가자들의 집단적 판단과 금전적 인센티브를 통해 가격으로 표현하는 거래 시장이다. 즉, 참가자들이 어떤 미래의 사건(예: 오늘 서울에 비가 올까)에 대한 지분(share)을 사고파는 구조다. 타레크 만수르 칼시 최고경영자는 "사람들이 '우리는 시장을 믿는다'고 말할 때, 그 뜻은 시장이 가장 정확하게 가격을 찾아낸다고 믿는다는 의미"라며 "예측시장에서는 그 가격이 상품이 아니라 '미래의 가능성'에 매겨진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많은 사람들이 돈을 걸고 내린 판단이 하나의 확률로 모이는 구조가 바로 예측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예측시장은 정치, 경제, 문화, 사회 등 전 분야의 다양한 사안을 대상으로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누가 될 것인가,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것인가, 미국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것인가, 슈퍼볼 우승팀은 어디인가, 그래미 올해의 앨범상은 누가 받을 것인가, 허리케인이 특정 지역에 상륙할 것인가 등 무궁무진한 주제가 있다.
가격은 시장이 해당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반영한다. 예를 들어 0.20달러라는 가격은 발생 확률이 20%임을, 0.90달러는 90%임을 의미한다. 당첨금은 사건이 발생해 해당 계약의 가치가 1달러로 상승할 때 지급된다. 만약 한 고객이 0.10달러짜리 계약 100개를 구매한다면(총 10달러 투자), 100달러를 받게 된다.
구체적으로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예상될 경우 "예" 계약은 0.80달러에 거래된다. 블루제이스가 실제로 우승하면 계약 구매자는 1달러를 받게 된다. 반대로 블루제이스가 패배한다면 0.20달러짜리 "아니오" 계약을 구매한 사람은 1달러를 받게 된다.
■2024년 대선 '돈 걸린' 예측의 힘
예측 플랫폼은 2010년대 후반 본격적으로 등장했지만, 대중적으로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은 2024년 미국 대선 때였다. 현재 미국 예측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칼시와 폴리마켓은 2024년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을 정확히 예측했다. 당시 기성 언론과 여론조사 기관들은 오차범위 내 초박빙 승부를 예고하며 갈팡질팡할 때, 이 두 플랫폼에서는 일관되게 트럼프의 당선 확률이 더 높게 반영됐다.
칼시에서는 트럼프 당선 확률이 55~57%, 폴리마켓은 58~60% 수준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 당선에 자신의 돈을 걸었던 것이다. 만수르는 "정보를 모으고 집단 지혜를 활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돈이 걸려 있으면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예측이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성장을 2024년 초 월 1억달러 미만에서 지난해 말 130억달러 이상으로, 약 130배 증가한 것으로 추정한다. 또한 더블록(The Block)이 발간한 '2026 디지털 자산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이 분야의 양대 플랫폼인 폴리마켓과 칼시는 2025년에만 합산 370억달러(약 53조원)가 넘는 예측 거래 규모를 기록했다. 칼시의 예상 매출은 2023년 180만달러, 2024년 2400만달러, 2025년 2억6000만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칼시의 기업 가치는 110억달러, 폴리마켓은 90억달러 이상으로 평가받는다. 칼시는 벤처캐피털 업계의 주요 투자사인 파라다임, 세쿼이아 캐피털, 안드레센 호로위츠, 캐피털G 등으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지원받으며 성장해왔다. 또한 CNBC와 CNN 등 주요 방송사와 예측 데이터 협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야니스 아데토쿤보 등 유명 인사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영향력과 브랜드 인지도를 넓히고 있다.
폴리마켓은 뉴욕증권거래소(NYSE) 모회사인 인터컨티넨털 익스체인지(ICE)가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해 지분을 확보했다. 이 투자는 예측시장 데이터를 전통 금융시장과 연결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벤처캐피털 측에서는 피터 틸이 설립한 파운더스 펀드(Founders Fund)가 초기 투자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1789 캐피털이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자문 역할을 맡은 바 있다. 초기 단계에서는 폴리체인 캐피털 등 암호화폐 기반 투자자들도 참여했다.
미디어 협력 측면에서는 다우존스(Dow Jones)와의 데이터 파트너십이 주목된다. 이에 따라 폴리마켓의 예측 데이터가 월스트리트저널, 배런스, 마켓워치 등 금융 매체 콘텐츠에 통합되는 구조가 형성됐다.
■도박인가 예측인가
여전히 예측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둘로 나뉜다. 합법적인 도박이냐, 새로운 산업의 탄생이냐는 것이다. 칼시와 폴리마켓의 성장 과정에는 제도권의 이러한 시각이 그대로 담겼다.
2018년 설립된 칼시는 MIT 출신의 타레크 만수르와 루아나 로페스 라라가 설립했다. '미국 내 유일한 합법 예측시장'을 표방한다. 2020년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로부터 '이벤트 기반 파생상품 시장(Designated Contract Market)'에 대한 정식 인가를 받았지만, 선거 관련 분야는 허가받지 못했다.
2022년 칼시는 선거 예측 계약 상장을 신청했지만 CFTC는 표결 끝에 이를 불허했다. CFTC는 선거 계약이 공익에 반할 수 있고 정치 이벤트는 도박 성격이 강하다고 불허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대선 직전인 2024년 10월 CFTC와의 법적 분쟁에서 승소하며 미국인들이 선거 결과에 직접 베팅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칼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난해 스포츠 경기 베팅까지 진출했다. 그러나 미국 대부분의 주는 이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미국 주요 주들은 "칼시와 같은 회사들이 여러 주에서 시행되는 법률 및 규정을 위반해 무허가 스포츠 베팅을 제공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칼시는 성명을 통해 자신의 사업은 CFTC의 인가를 받았으며 연방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칼시와 마찬가지로 폴리마켓은 2020년 뉴욕에서 설립됐다. 셰인 코플란이 설립한 이 플랫폼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국경 없는 거래를 가능하게 했다. 미국 내 접속이 제한된 상황에서도 전 세계에서 몰려든 수조원대 거래액을 바탕으로 가장 유동성이 풍부한 지표를 제공했다. 칼시와 달리 가상자산을 기반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폴리마켓은 초기 급성장 과정에서 미국 규제당국과 정면 충돌했다. CFTC는 2022년 1월 폴리마켓이 미등록 파생상품을 제공했다며 14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후 폴리마켓은 미국 이용자 차단을 전제로 해외 중심 운영을 이어가며 거래를 확대했다. 2024년 미국 대선 국면에서 정치 이벤트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며 존재감을 키웠다. 다만 2024년 11월 미 연방 수사당국이 폴리마켓 최고경영자 셰인 코플란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와 전자기기를 확보하면서, 폴리마켓이 미국 이용자의 우회 베팅을 허용했는지를 둘러싼 법적 리스크가 재점화됐다. 그러나 지난해 말 CFTC로부터 '지정계약시장(DCM)' 승인을 받으면서 연방 차원에서 합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다만 폴리마켓 역시 칼시처럼 미국 주요 주정부와 소송을 진행 중이다.
■예측시장은 더욱 커질 듯
예측시장은 앞으로도 각광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환경에 놓여 있다. 첫째, 정치·경제의 불확실성이 상시화된 시대다. 선거, 금리, 전쟁, 기술 규제까지 모든 이슈가 하루 단위로 흔들리는 상황에서 시장은 즉각적인 확률 신호를 제공한다. 여론조사가 '의견'을 묻는다면, 예측시장은 '돈이 걸린 판단'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더 강한 신뢰를 얻는다.
둘째, 전문가 권위의 약화다. 여론조사 오차, 정책 실패, 엇갈린 방송 보도 속에서 대중은 단일한 진실보다 집단적 가격을 참고하기 시작했다. 서로 다른 정보가 충돌할수록 이를 통합해 숫자로 보여주는 시장의 역할은 커진다.
셋째, 기술 인프라의 진화다. 블록체인과 실시간 거래 시스템은 소액 참여를 가능하게 했고, 스마트폰 기반 접근성은 진입 장벽을 낮췄다. 과거 소수 전문가의 영역이던 확률 판단이 대중 플랫폼으로 확장된 것이다.
결국 예측시장은 단순한 베팅이 아니라 혼란의 시대에 '집단지성의 가격'을 제시하는 장치다.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만큼, 미래를 수치로 읽으려는 수요도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전원일기 일용이 박은수 "최불암 선배 건강 안 좋다"
- "1년째 잠자리 거부"…남편의 충격적인 진짜 이유
- 빌라 지하서 발견된 젊은 여성 시신…"범인 여자 가능성"
- 장윤정 母 "딸 이혼했을 때 가장 속상"
- '윤정수♥' 원진서 "아들 낳으려면 아내 만족시켜야 된다던데"
- "하루 수익 5천만원이었는데" '마빡이' 김대범, 전재산 탕진에 공황장애
- 결혼 5개월차 김종국, 이혼 지식 빠삭…"준비하나보다"
- 이순실 "3살 딸 눈앞서 인신매매 당해…18만원에 팔려가"
- "복근 운동하다 절정 느꼈다?"..20대女 뜻밖의 고백, 무슨 일 [헬스톡]
- "北 기쁨조, 매년 25명 선발한다…지도자 접대 목적" 탈북 유튜버 증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