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호관세 위법판결, 신중히 접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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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린 것은 국제 통상 질서의 근간인 법치주의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기다렸다는 듯 전 세계를 향한 '15% 보편적 관세' 카드를 꺼내 들며 정면 돌파를 선언했는데 아마도 사법부의 제동을 비웃기라도 하듯 더 강력하고 광범위한 보호무역의 파고를 예고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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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린 것은 국제 통상 질서의 근간인 법치주의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소식은 자칫 순간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것을 지나치기 어렵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기다렸다는 듯 전 세계를 향한 '15% 보편적 관세' 카드를 꺼내 들며 정면 돌파를 선언했는데 아마도 사법부의 제동을 비웃기라도 하듯 더 강력하고 광범위한 보호무역의 파고를 예고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청와대가 보여준 '차분하고 신중한 대응'은 일단 현실적인 선택으로 평가되지만, 그 이면에 담긴 복잡한 셈법과 향후 닥쳐올 거대한 통상 폭풍을 생각하면 긴장의 끈을 한시도 늦출 수 없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이번 판결이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며 컨틴전시 플랜 즉 비상 계획 가동을 시사했다. 실제로 대법관들이 구두 변론 과정에서 행정부의 논리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던 만큼 우리 정부 역시 최악의 시나리오를 검토해 왔을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들고나온 전방위적 관세 폭탄은 기존의 상호관세와는 차원이 다른 위협이다. 특정 국가를 겨냥한 국지전이 아니라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전면전으로 양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대한민국 경제에 있어 10%의 보편 관세는 단순한 비용 상승을 넘어 공급망 전체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는 메가톤급 악재다.
정부가 유리그릇을 다루듯 세심한 접근을 강조하며 대미 투자 약속을 예정대로 이행하겠다고 밝힌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보복 정치를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이해된다. 현재 우리에게는 상호관세 무효화라는 법적 승리보다 실질적인 수출 효자 품목인 반도체, 자동차, 철강에 대한 '최혜국 대우'를 유지하는 것이 훨씬 절실하다. 특히 핵추진잠수함 도입이나 우라늄 농축과 같은 전략적 원자력 협력이 걸려 있는 상황에서 미국을 자극하는 것은 자칫 국익의 거대한 기둥을 흔드는 악수가 될 수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언급했듯, 통상은 법리의 영역을 넘어선 철저한 정치·경제적 협상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모두의 신중함이 자칫 저자세 외교나 실기(失期)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미국 내부에서도 사법부의 판결을 무시하고 초법적인 관세를 강행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행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한미 간의 약속을 지키는 '신뢰의 파트너' 이미지를 고수하되 동시에 보편 관세가 미국 내 물가 상승과 소비자 피해로 직결된다는 점을 공략하는 정교한 논리적 무장을 갖춰야 한다. 미국 내 이해관계자들과의 공조를 통해 입체적인 대미 로비를 펼치는 전방위적 통상 외교가 절실한 시점이다. 글로벌 통상 환경은 법의 지배가 아닌 힘의 논리로 급격히 재편되는 혼돈의 시대다. 청와대의 신중 모드가 단순한 관망이 아니라 폭설에서 길을 찾는 치열한 전략의 과정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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