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AI메모리(HBM4) 시장…SK하이닉스 독주냐, 삼성전자 뒤집기냐

정옥재 기자 2026. 2. 22.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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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AMD에도 납품 가능성…성능 강점 내세워 점유율 경쟁

- SK ‘맞춤형’으로 1위 지키기
- 美정부 지원 마이크론도 참전

SK하이닉스가 개척한 HBM 시장이 6세대에 접어들면서 SK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 간 혼전 양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6세대 제품인 HBM4의 세계 최초 양산(국제신문 지난 13일자 8면 보도)에 들어간 데 이어 마이크론 역시 미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경쟁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유일 종합 반도체 회사’ ‘강력한 성능 구현’이라는 강점을 내세워 판 뒤집기에 나섰다. SK하이닉스는 ‘안정적인 수율(불량 없는 비율)’을 앞세워 ‘1위 지키기’에 진력이다.

지난달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26 CES’ 내 SK 하이닉스 부스 모습(왼쪽)과 삼성전자의 HBM4 제품. 삼성전자 제공 연합뉴스


22일 업계에 따르면 HBM4의 초반 시장 점유율 경쟁이 치열하다. 삼성전자는 HBM4에 검증된 공정을 적용했던 관례에서 벗어나 최선단 공정인 1c D램(11~12㎚ 수준의 메모리 제조 6세대 최신 공정·1㎚은 10억 분의 1m)과 4나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정을 동시에 적용했다. 삼성전자는 업계 유일의 공정 조합으로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 표준인 8Gbps(초당 기가비트 전송)를 넘어 최대 13Gbps을 달성했다고 강조한다.

삼성전자의 HBM4는 엔비디아 차세대 AI칩 ‘베라 루빈(Vera Rubin)’에 탑재될 예정이다. 또 엔비디아 경쟁업체인 AMD가 신형 AI 가속기에 HBM4를 탑재한다면 파트너십이 있는 삼성전자 제품을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삼성전자가 HBM4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된다.

HBM은 AI 가속기(AI Accelerator·AI 연산을 빨리하게 하는 전용 컴퓨터 엔진)로 쓰이는 GPU(그래픽 처리 장치)에 들어가는 고성능 메모리다. HBM4 16단이란 3GB 용량의 D램 16개를 적층해 48GB 용량을 구현한다. D램(Dynamic Random Access Memory)은 데이터 임시 저장 장치다. 컴퓨터 속도에서는 D램, HBM 성능이 매우 중요하다.

D램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는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보다 한 발 늦게 진입하면서 체면을 구긴 상태다.

SK하이닉스는 5세대인 HBM3E에서 검증된 양산 능력, 안정적인 수율을 앞세워 HBM4에서도 주도권을 유지하는 게 목표다. SK하이닉스는 HBM4 양산에서는 이전 세대와 같은 대만 TSMC의 12 나노 베이스 다이와 1b(5세대, 12㎚) D램 공정을 활용한다.

SK하이닉스는 HBM4부터는 ‘맞춤형 제품’이 대세가 될 것으로 보고 이를 준비 중이다. HBM은 그동안 정해진 규격대로 만들어져 어떤 GPU에도 끼워서 쓸 수 있는 범용 제품이 주류였지만 앞으로는 ‘커스텀(Custom) HBM’이라 해서 고객사 제품에 맞도록 설계 단계부터 협력하는 추세로 변화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SK하이닉스는 ‘B·T·S’ 전략을 내세웠다. 이강욱 SK하이닉스 패키지개발담당 부사장은 지난 11일 ‘세미콘코리아 2026’에서 “차세대 제품으로 가면서 고객사가 자신에 맞는 시스템인패키지(SiP·여러 개 칩을 한 패키지에 넣어 단일 반도체처럼 작동)를 요구하는 형태가 늘어날 것이다. 이에 대응해 ‘HBM B·T·S’가 매우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가 강조한 B·T·S란 B(Bandwidth, 대역폭)·T(Thermal Dissipation, 열 방출)·S(Space Efficiency, 면적 효율)를 붙인 조어로서 성능·전력효율·집적도에 특화된 HBM을 뜻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엔비디아 HBM4 물량 가운데 3분의 2를 공급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엔비디아 젠슨 황 CEO를 미국에서 단독으로 면담하며 ‘원조 파트너십’을 과시한 바 있다.

미국 마이크론도 HBM4 전쟁에 참전했다. 마이크론은 미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 정책, 자국 내 공급망 강화 흐름을 등에 업고 기술 개발과 생산능력 확대에 집중한다. 마크 머피 마이크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의 한 반도체 콘퍼런스에서 “우리 제품은 초당 11Gb 이상의 속도를 제공하고 성능·품질·신뢰성에 대해 매우 자신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간 HBM4 경쟁과 관련, 전문가 전망도 엇갈린다. 강다현 KB증권 연구원은 “1c D램과 4 나노 공정을 적용한 HBM4 성능이 기대치를 상회하며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40%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양산 안정성과 수율 측면에서 SK하이닉스 경쟁력이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HBM(고대역폭 메모리·High Bandwidth Memory)

여러 개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전송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메모리. D램이 단층 주택이라면 HBM은 아파트다. 칩에 수천 개의 작은 구멍을 뚫어 연결하는 실리콘 관통 전극(TSV) 공법이 핵심 기술이다. 데이터 전송 통로를 수십배 늘려 대용량 정보를 한번에 처리한다.
◇ HBM 세대별 특징
구분 명칭 개발시기 적층수 입출력 단자(I/O)수 특징
1세대 HBM 2013년 4단 1024개 TSV(실리콘 관통전극) 공법 첫 적용
2세대 HBM2 2016년 4단·8단 1024개 본격 상용화 및 슈퍼컴퓨터용 GPU 탑재
3세대 HBM2E 2020년 8단 1024개 데이터 전송 효율과 용량 개선
4세대 HBM3 2022년 8단·12단 1024개 AI 열풍 주역, 엔비디아 H100 표준 탑재
5세대 HBM3E 2024년 12단·16단 1024개 현재 주력, D램을 16개 쌓아 초고용량 구현
6세대 HBM4 2026년 12단·16단 2048개 데이터 통로를 2배 넓히고 맞춤형 설계 도입
※자료: 업계 종합, E는 Extended의 약자로 확장판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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