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공공기관 2차 이전’ 요동치는 인천 민심

송길호 2026. 2. 22.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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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공공기관 2차 이전' 논의가 수면 위로 부상하며 인천의 민심이 걷잡을 수 없이 요동치고 있다. 재외동포청 유치 과정에서 겪었던 진통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인천의 산업과 정체성을 지탱해 온 핵심 공공기관들이 타 지자체의 거센 유치 공세 앞에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한국환경공단, 항공안전기술원, 극지연구소라는 세 기둥이 흔들리는 지금, 인천은 단순히 기관 사수를 넘어 도시의 생존권을 건 엄중한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 이전 논의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추상적인 명분이 각 기관이 가진 고유의 현장성과 산업적 효율성을 압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기관이 인천에 자리 잡은 것은 결코 정치적 배려나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그것은 철저히 인천만이 가진 지리적, 환경적 특수성에 기반한 전략적 배치이자 필연적 선택이었다.

먼저 한국환경공단의 사례를 보자. 공단은 세계 최대 규모의 수도권매립지를 운영하며 발생한 환경 문제와 지역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보상적 대안'의 성격이 짙다. 종합환경연구단지와 함께 조성된 공단은 인천 환경 현안을 책임지는 상징적 존재다. 수도권매립지는 인천에 그대로 둔 채, 이를 관리하고 연구하는 주체인 공단만 지방으로 보낸다는 것은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원칙에도, 행정적 상식에도 어긋난다. 이는 인천 시민들에게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는 처사다.

항공안전기술원 역시 마찬가지다. 인천국제공항과 항공사, 항공정비(MRO) 단지가 밀집한 인천의 지리적 이점은 기술원의 존재 이유와 직결된다. 현재 인천 서구에는 국비 수백억 원이 투입된 드론인증센터 등 핵심 인프라가 구축돼 로봇과 드론 산업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장의 기업들은 기술원이 이전할 경우 행정 지원과 현장 검증이 이원화돼 산업 경쟁력이 급격히 저하될 것이라 성토한다.

송도의 극지연구소 또한 국제공항과의 접근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의 요충지 역할을 해왔다. 해외 연구진이 입국 즉시 연구 현장에 합류할 수 있는 인프라는 '국제 극지과학 심포지엄' 등 대규모 행사의 성공적 개최와 연구 연속성을 보장하는 핵심 자산이다. 이를 무시한 이전 논의는 그동안 쌓아온 국제적 신뢰를 스스로 포기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현실은 냉혹하다. 영남과 충청권 지자체들은 부단체장 주재의 TF를 가동하며 '행정통합 인센티브' 선점을 위해 사활을 걸며, 중앙정부를 압박 중이다. 반면 인천의 대응은 지지부진하다. 인천은 전국 공공기관 분포 비율이 2.3%로 최하위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지역 정치권은 여야 간 이견으로 '단일대오'조차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제안한 민·관·정 협의체 구성에 대해 여당이 선을 긋고, 시는 신중론만 펴는 사이 경쟁 도시들은 인천의 자산을 빼앗기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와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표심 계산에 매몰돼 지역 생존권이 걸린 현안을 뒷전으로 미루는 것은 시민에 대한 직무유기다.

지금 인천에 필요한 것은 수사가 아닌 실질적인 '원팀 대응체계'다.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인천 공공기관 사수 TF'의 상설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시가 실무를 총괄하고, 국회의원들이 법안 및 예산으로 지원하며, 해당 기관들이 이전 시 발생할 막대한 업무 공백에 대한 실무 데이터를 제공하는 입체적 구조가 갖춰져야 한다. 그래야만 정부를 향해 "공공기관 이전은 단순한 '지역 간 나눠 먹기'가 아닌 기능과 성과 중심의 정책이어야 한다"는 강력한 논리를 제시할 수 있다.

공공기관 이전은 단순한 행정적 이동이 아니다. 지역 산업 생태계를 파괴하거나 강화할 수 있는 중차대한 결정이다. 인천은 그동안 '수도권'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숱한 역차별을 견뎌왔다. 이제는 인천이 가진 현장성의 가치를 당당히 증명하고, 이를 지켜내기 위해 지역 사회 전체가 결집해야 한다.

정치권의 '동상이몽'이 계속되는 한 인천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여야를 떠나 인천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하나로 모여야 할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 정부 또한 공공기관 이전이 지역 갈등의 불씨가 되지 않도록 현장 기능 평가를 최우선으로 반영하는 합리적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인천 시민들은 더 이상 일방적인 희생을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

송길호 인천 정치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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