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권력에 취한 정치, 무너지는 국격… 국민은 언제까지 인내해야 하는가

우리는 참으로 지지리도 대통령 복(福)이 없는 국민들이다.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퇴진했거나, 부하의 흉탄에 시해를 당했거나, 교도소를 다녀왔거나, 자식과 형제들이 구속되었거나,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례까지 겪어야 했다. 심지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전직 대통령이 존재하는 나라가 과연 세계에 또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는 특정 개인의 불운을 넘어 국가 시스템과 정치의 총체적 실패를 보여주는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지금의 정치 현실은 더욱 암담하다. 정치 지도자들과 정당은 사분오열돼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혼돈 속에 빠져 있고, 국민들은 허탈과 분노를 동시에 느끼고 있다. 경제는 끝없이 추락하고 가계소득은 급격히 줄어들며, 실직과 부도 위기는 일상화되고 있다. 민생은 벼랑 끝에 서 있는데, 정치권은 여전히 책임 공방과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으니 국민의 답답함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정치가 모든 것을 이끈다"는 말은 가나의 초대 대통령이었던 콰메 은크루마의 말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정치는 국가의 방향을 정하고 사회의 기강과 정의를 세우는 중심축이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개인적 이해관계와 특정 집단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인다면, 정치는 곧 불신과 분열의 근원이 되고 사회는 정의 없는 혼란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
현재의 정치 행태를 보면 여당이든 야당이든 차이를 찾기 어렵다. 끼리끼리 패거리 정치, 상대 진영을 적으로 규정하고 제거 대상으로 삼는 극단적 대립, 국민을 편 가르기 하며 비방으로 반사이익을 노리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이는 국정을 책임지는 지도자들의 모습이 아니라, 오만과 무능이 결합된 삼류 정치의 민낯이다. 정치가 경쟁이 아닌 싸움이 되고, 토론이 아닌 선동이 되는 순간 국가는 퇴행한다.
정치는 반드시 명확한 역사관과 책임 의식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정치인의 그릇된 선택은 개인의 불행으로 끝나지 않고, 고스란히 국민의 고통으로 돌아온다. 법의 정신과 법치의 의미를 말로만 외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법 앞에 겸손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법 규범이 선택적으로 적용되는 사회에서는 정의도, 신뢰도 설 자리가 없다.
이제 정치권은 근본적인 전환을 해야 한다. 첫째, 민생과 직결된 경제 회복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아야 한다. 정쟁을 멈추고 초당적 협력을 통해 일자리 창출, 중소상공인 회생, 가계부채 완화에 실질적인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둘째, 권력기관과 정치권의 유착을 끊기 위한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수사와 사법, 행정이 정치 도구로 악용되지 않도록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정치인의 책임성을 높이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 선거 때의 약속을 어겼을 경우 정치적·도덕적 책임을 묻는 장치, 중대한 비위에 연루된 정치인의 신속한 퇴출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잃은 권력은 더 이상 권력이 아니라 부담일 뿐이다.
그동안 차가운 눈빛으로 정치권을 바라보던 국민들은 이제 행동으로 요구해야 한다. 국익에 우선하는 가치는 없으며, 싸움을 하더라도 국익을 위한 싸움이어야 한다. 정치는 나라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개인과 집단의 이익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 이 단순한 진리를 외면하는 순간 국가는 망가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수없이 경험해왔다.
이제 질문을 던질 때다. 우리는 어떤 나라를 원하는가. 정의와 공의가 무시되지 않는 사회, 진실이 왜곡되지 않는 국가, 불만과 불신이 아닌 신뢰로 운영되는 공동체를 만들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 정치인만을 탓하며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국민이 깨어 있을 때 정치도 바로 선다.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구호가 아니라 실천이어야 한다. 법이 다수의 횡포나 대중 선동의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 되며, 입법·사법·행정이 어느 한쪽의 손아귀에 들어가서도 안 된다. 권력자에게 책임이 있다면 엄중히 문책해야 하고, 국민에게 책임이 있다면 국민 역시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이 나라는 '나라다운 나라'로 다시 설 수 있을 것이다.
김용식 (사)인천시 서구발전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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