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숙사 사업, 예산 묶이고 숙소 그대로…주거난 방치
공공기숙사 사업, 첫 해만 반짝 그쳐
추가 참여 없어 축소 열악한 현장
道 “수요조사 거쳐 내년 예산 신청”

2020년 12월 포천 한 농가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숨진 캄보디아 국적 이주노동자 고(故) 속헹씨 사건을 계기로 경기도가 추진한 이주노동자 '공공기숙사' 사업이 지자체 참여 부진으로 확대 동력을 잃고 있다.
최근 대법원이 정부의 손해배상 책임을 확정한 데 이어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유족에게 사과 서한을 보내면서 제도 개선 논의가 다시 이어지고 있지만 현장에선 열악한 숙소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일보 2024년 4월1일자 1면, 2026년 2월19일자 6면 등>
22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는 강태형(민주당·안산5) 의원이 대표발의한 '경기도 농어업 외국인 근로자 인권 및 지원 조례(일명 속헹씨법)'를 근거로 2023년 도비 27억원을 투입해 안성·포천·양주·파주·연천 등 5개 시군에서 공공기숙사 신축·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했다.
현재 신축 공사 중인 안성을 제외한 4곳은 농업 종사 이주노동자 2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그러나 그 다음해에는 추가 참여 시군이 없어 사업은 사실상 첫해에 그쳤다. 도는 2024년 네 차례 수요조사를 실시했으나 신청 지자체가 없어 예산을 집행하지 못했다.
2025년에는 공공기숙사 대신 개별 농가 숙소를 리모델링하거나 신축 비용을 지원하는 '농가형' 방식으로 전환해 양주·포천 등 8개 농가를 지원했고 도비 1억5000만원을 투입했다.
속헹씨 사건 이후 6년여가 지났지만 열악한 실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2024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 노동부 등에 제기한 상담·진정 140건 중 48건이 숙소 문제와 관련된 것으로 집계됐다.
2024년 LH토지주택연구원이 안산 반월시화산업단지 근무 이주노동자 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개별 면접조사에서도 주거 환경의 취약성이 확인됐다. 조사 결과 E-9 비자 노동자 절반 이상이 회사 제공 숙소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고시원(42.4%), 조립식 패널(27.5%), 컨테이너(2.5%) 등에 살고 있었다.
지난해 경기이주평등연대 등이 주최한 '이주노동자 주거권 현주소를 묻다' 토론회에서도 속헹씨 사망 이후 여러 대책이 마련됐지만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기숙사가 여전히 확인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강 의원은 "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이고 규모 있게 공공형 기숙사 사업이 진행돼야 한다"며 "정부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예산이 부족한 경기도나 시군들도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고 했다.
도 관계자는 "농가별 숙소 지원으로 방향을 조정한 건 현장 여건을 고려한 방침이다. 올해 예산은 시군에서 수요가 없어 반영되지 않은 것"이라며 "시군 수요조사를 거쳐 추가 요구가 확인되면 내년도 예산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혜진 기자 trus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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