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사 "이스라엘, 중동 가져야"…아랍연맹은 반발

김제관 기자(reteq@mk.co.kr) 2026. 2. 2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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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갈등 일파만파
"모두 차지해도 괜찮을 것"
주이스라엘 美대사 발언
사우디·이집트·카타르 등
22國 아랍연맹 "용납불가"
이란선 한달 만에 시위재개
2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아미르카비르공대에서 학생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AFP연합뉴스

마이크 허커비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가 이스라엘이 중동 지역의 대부분을 차지할 권리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중동과 이슬람권이 집단 반발하며 갈등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한동안 소강상태였던 이란 내 대학가 반정부 시위도 한 달 만에 재점화되며 중동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허커비 대사는 전날 보수 논객 터커 칼슨과 인터뷰에서 구약 성경 속 '약속의 땅'에 대한 해석과 관련해 논쟁하면서 이 같은 발언을 내놨다. 허커비 대사는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하느님이 '그 땅'을 아브라함의 후손에게 주셨다"고 언급했다.

이에 칼슨은 "어떤 땅을 말하는 것이냐"며 "창세기에는 아브라함의 후손이 유프라테스에서 나일강에 이르기까지의 땅을 약속받았다고 나오고 그건 오늘날 이스라엘,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의 상당 부분도 포함된다"고 추궁했다. 이어 "이스라엘이 이 땅에 대한 권리가 있다는 말이냐"고 거듭 물었다.

이에 허커비 대사는 "그들이 모두 차지해도 괜찮을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그는 이스라엘이 실제로 영토 확장을 꾀하지는 않는다며 "현재 거주하며 합법적으로 소유한 땅에서 자국민을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커비 대사의 이런 발언에 이스라엘과 인접한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 등 중동 지역 국가들은 즉각 크게 반발했다.

사우디 외무부는 허커비 대사의 의견을 "극단주의적이며 용납할 수 없는 발언"이라고 비판하며 미국 국무부가 이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집트 외무부는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영토 점령지나 기타 아랍 영토에 대한 주권을 갖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중동·아프리카 22개국 연합체인 아랍연맹도 "이처럼 극단적이고 근거 없는 발언은 감정을 자극하고 종교적·민족적 정서를 부추길 뿐"이라고 지적했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 이집트, 요르단, 카타르 등 중동 주요국과 인도네시아·파키스탄 등 이슬람권 국가들도 공동 성명을 통해 허커비 대사 발언이 국제법을 위반하고 지역 안정을 위협한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영토 확장 움직임이 폭력과 갈등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선동적 발언 중단을 촉구했다.

이스라엘과 미국 정부는 현재까지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동 대부분에 대한 이스라엘 주권을 시사하는 발언은 미국 외교 역사에서도 전례가 드문 것으로, 기존 중동 정책과도 크게 어긋난다고 평가한다. 이번 발언은 가자전쟁과 중동 긴장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미국의 대이스라엘 정책 방향과 지역 외교에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허커비 대사는 대표적인 친이스라엘 강경 인사로,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정착촌 확대를 지지하고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수립을 전제로 한 '두 국가 해법'에도 반대해왔다.

한편 이란에서는 새 학기 시작과 함께 정부의 유혈 진압으로 위축됐던 대학생들의 반정부 시위가 재점화됐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의 새 학기 첫날인 21일 테헤란 주요 대학 캠퍼스에서는 반정부 시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보안군을 규탄하는 집회와 행진 등이 벌어졌다.

명문대인 샤리프공대에서는 대학생 시위대가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비난하는 구호를 외쳤다. 이 시위는 학생들이 캠퍼스 밖에서 바시지 민병대원들과 충돌하며 폭력 사태로 번졌다. 바시지 민병대는 이란 혁명수비대의 통제를 받는 준군사조직으로 지난달 반정부 시위 진압에 투입됐다.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은 양측의 몸싸움으로 부상자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아미르카비르공대에서는 학생들이 검은 옷을 입고 모여 "샤(국왕) 만세"를 외쳤다. 이란 마지막 국왕의 아들로 해외에서 활동 중인 리자 팔레비가 여전히 반정부 시위의 한 구심임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추도식에서도 반정부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다. 보통 사후 40일째에 열리는 이란의 추도식은 엄숙한 종교 행사로 치러지지만, 반정부 시위 희생자들을 찾은 조문객들은 무덤 주위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새로운 형태의 항의를 하고 있다. 일부 추도식에서는 "하메네이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가 나오고 있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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