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과도 평평한 운동장서 싸워야”…관세 리셋에 韓기업 초긴장 [트럼프 늪 다시 빠진 세계경제]
펜타닐 관세 벗은 中반사익 전망
美는 관세 대체 무역법 꺼내들어
기업들 사업전략 재검토 등 나서
국내 증시는 변동성 확대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법원 판결로 무효가 된 상호관세를 대체하기 위해 각종 무역법을 꺼내들자 재계와 시장에 긴장감이 증폭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간 중국을 견제하던 펜타닐 관세까지 무력화돼 국내 기업들의 수출 환경이 더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미국 상호관세에 대한 대법원의 위법 판결 이후 국내 기업들은 초긴장 상태로 트럼프 정부의 대응과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 직후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24일부터 글로벌 관세 15%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국이 조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무역확장법 232조와 무역법 301조 등을 활용해 기존 상호관세를 대체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업계에서는 상호관세를 대체할 품목 조사 대상에 한국이 포함될 경우 지난해 한미 협상 타결 이후 진정 국면이던 관세 리스크가 재점화할 것으로 우려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입법 지연 등을 이유로 한국에 대한 관세율을 합의 이전으로 복원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만큼 기업들은 관련 영향 및 가능한 시나리오에 대한 면밀한 검토에 나섰다.
자동차 업계는 지난해 한미 협상 결과 25%에서 15%로 낮아진 품목관세가 이번 판결과 무관한 만큼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미측 조사가 진행 중인 품목과 관련된 업계에서는 사태 전개를 다각도로 분석 중이다. 트럼프 정부가 외국산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품목에는 반도체와 의약품, 태양광, 핵심 광물 등이 모두 포함된다.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를 추진하는 조선 업계 역시 이번 판결의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관세 협상의 결과로 대규모 미국 투자 및 사업 확장을 결정한 만큼 관련 계획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일부에서는 트럼프 정부의 핵심 타깃으로서 펜타닐 관세까지 적용받던 중국이 대법원의 무효화 판결로 반사이익을 얻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세계 각국에 적용되던 상호관세는 물론 중국·멕시코 등에 추가로 부과됐던 10~20%의 펜타닐 관세 역시 무효화됐다. 이에 업종을 막론하고 공급과잉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중국과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에 나서야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편 예측이 어려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과 아울러 미국·이란 갈등, 빅테크 실적 발표 등 증시를 흔들 수 있는 현안이 산재해 최근 급등한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20일(현지 시간) 1.0bp(bp=0.01%포인트) 오른 4.085%에 장을 마감했다. 2년물(1.8bp 상승), 3년물(1.1bp), 5년물(0.6bp), 20년물(1.9bp), 30년물(2.7bp) 등 단기물과 장기물 금리 역시 모두 상승했다.
대법원 판결 이후 미국 채권 가격이 일제히 떨어지고 달러인덱스도 약세를 보여 현지 시장에서 정책 안정성을 의심하는 불안 심리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금융시장의 불안은 국내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코스피지수가 올 들어 38% 오를 때 외국인투자가는 9조 1560억 원을 순매도해 증시에서 이탈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당장은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에 나섰다는 분석이 많지만 미국 시장이 흔들린다면 외국인 자금이 추가로 이탈할 수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법원 판결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쉽게 물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늘어난 변동성과 엔비디아·세일즈포스 등 주요 기업 실적 발표가 당분간 국내 증시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뉴욕 증시가 미 대법원 판결 이후 일제히 상승 마감한 만큼 단기적으로는 상승 동력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율을 높이려면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해 고관세정책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며 “이 경우 글로벌 제조업 경기 상승으로 수출 중심의 한국 증시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sunset@sedaily.com이덕연 기자 grav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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