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없는 음악가는 소리꾼, 음악이 주는 위로의 힘 믿어”

이혜진 선임기자 2026. 2. 2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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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제게 음악이 없었다면 고통의 시간을 온전히 견뎌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위로와 치유의 힘은 제가 음악을 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는 "아내도 유학 시절 장학금과 후원에 힘입어 음악을 할 수 있었기에 후배 음악가에 되돌려 주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며 "그동안 피아노 전공 학생들에게 개인적으로 후원했는데 보다 체계적으로 아내의 유지를 이어가기 위해 재단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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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 교수
아내 떠나보낸 뒤 세번째 안면마비
내일 예당서 ‘겹의 미학’으로 복귀
주제는 사랑…“슬픔은 현재진행형”
김응수 바이올리니스트


“만약 제게 음악이 없었다면 고통의 시간을 온전히 견뎌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위로와 치유의 힘은 제가 음악을 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49)가 다시 활을 들었다. 지난해 세 번째로 찾아온 안면마비를 극복한 그는 24일 예술의전당에서 ‘겹의 미학’ 시리즈 공연으로 관객 앞에 선다. 턱과 어깨로 악기를 고정해 연주하는 바이올리니스트에게 안면 근육 이상은 치명적인 위기다. 지금까지 세 번이나 이 같은 위기를 넘겼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유학 시절에 찾아왔다. 콩쿠르 수상으로 후원받은 악기를 기한이 지나 돌려줄 때 겪은 심적 고통이 병이 됐다. 세 번째는 더 깊고 고통스러웠다. 부모님에 이어 평생 음악적·정신적 동반자였던 아내 피아니스트 채문영 씨마저 3년 전 암으로 떠나보낸 것이다. 당시 그가 아내를 대신해 연주회 무대에 섰던 일은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그는 “지난 십 년간 사랑하는 이들을 연이어 잃은 슬픔 때문인지 지난해 세 번째 안면마비가 왔다”며 “건강은 회복됐지만 슬픔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고 했다.

그래서일까. 그가 이번 무대를 위해 선택한 주제는‘사랑’이다. “‘겹의 미학’은 작곡가와 연주자가 오랜 시간 여러 겹을 쌓아 탄생한 곡들이 관객이라는 또 하나의 겹을 만나 아름다움을 완성하는 과정을 탐구하는 시리즈”라고 설명한다. 파토스가 응축된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1번, 에로스에서 이데아로 나아가는 플라톤의 ‘향연’에서 영감을 받은 번스타인의 세레나데를 선보인다. 그는 아내의 이름을 딴 장학재단 설립도 추진 중이다. 그는 “아내도 유학 시절 장학금과 후원에 힘입어 음악을 할 수 있었기에 후배 음악가에 되돌려 주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며 “그동안 피아노 전공 학생들에게 개인적으로 후원했는데 보다 체계적으로 아내의 유지를 이어가기 위해 재단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베토벤과 사르트르를 존경한다는 그는 음악에 대한 철학적·이론적 접근을 중요시한다. 그는 학생들에게 “철학 없는 음악가는 소리꾼에 불과하다”며 “예술의 위대한 가치를 전하기 위한 디딤돌 역할을 연주와 후학 양성을 통해 하고 싶다”고 말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김응수 바이올리니스트는 국립 빈 음대를 졸업했으며 티보르 바르가, 마리아 카날스 등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2012년~2019년 오스트리아 레히 클래식 페스티벌 예술감독을 역임하고 데카·유니버설 등 명문 레이블에서 음반을 성공적으로 발매하며 명성을 쌓았다.

이혜진 선임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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