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공직 성공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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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은 직급의 높고 낮음과 무관하게 그 자리에서만 할 수 있는 일과 그때만 맛볼 수 있는 보람과 재미가 있다.
흔히 높은 자리에 올라야 비로소 뜻을 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장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동료와 선후배를 만났고, 직장생활의 공통된 원칙을 배웠다.
첫째, 보직이 중요한 공직사회에서 조직 내 직급이 높아질수록 보직은 위에서 주어진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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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은 직급의 높고 낮음과 무관하게 그 자리에서만 할 수 있는 일과 그때만 맛볼 수 있는 보람과 재미가 있다. 흔히 높은 자리에 올라야 비로소 뜻을 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장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같은 자리라도 누군가에게는 가시방석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꽃길이 된다. 무엇이 그 차이를 만들까. 결국 태도와 관점이다.
필자는 내무부 시절 공직에 입문해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경기도와 경상북도, 대통령비서실과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에 이르기까지 35년간 여러 공공기관에서 근무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동료와 선후배를 만났고, 직장생활의 공통된 원칙을 배웠다. 돌이켜보면 이런 조언을 더 일찍 알았더라면 돌아가는 길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첫째, 보직이 중요한 공직사회에서 조직 내 직급이 높아질수록 보직은 위에서 주어진다는 사실이다. 행안부 국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예기치 않게 대통령비서실 비서관으로 발령될 예정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당시 장관께 가기 어려운 전후 사정을 말씀드렸더니 "보직은 위에서 주어지는 것"이라며 본인의 경험을 들려주셨다. 그 말씀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중간관리자가 된 이후부터는 개인의 희망보다 조직의 필요와 주변 상황에 따라 이 자리 저 자리로 옮겨 다녔다는 사실을 말이다. 어느 정도 이상의 직급에 이르면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운명에 가깝다.
둘째, 현안 해결의 출발점은 '팩트 파인딩(fact-finding)'이다. 우리는 종종 충분한 사실 확인 없이 직관에 의존해 대책부터 세우곤 한다. 그러나 팩트를 확인하는 일은 가장 힘들고 시간이 많이 든다. 수많은 자료를 뒤적이고, 현장을 찾고, 숫자를 다시 보는 수고로움이 따른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은 쉽지만 실천이 어렵다. 데이터와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정책은 현장에서 힘을 잃고 종종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셋째, 신뢰는 단기간에 쌓이지 않는다. 가까이 지내는, 실패 경험이 많은 사업가가 "한 사람을 제대로 알려면 최소 10년은 겪어봐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정치든 행정이든 사람의 일이다. 하루아침에 신뢰가 생기지는 않는다.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태도, 일관된 언행, 위기 때 드러나는 자세가 시간을 통해 축적될 뿐이다. 조직에서 고위직이 되고자 한다면 결국 사람의 마음과 신뢰를 얻어야 한다.
넷째,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직장에는 늘 화가 나 있거나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이들이 적지 않다. 우리는 일이 어긋나면 상대의 '고의'를 먼저 의심하는 데 익숙하다. 그러나 '핸런의 면도날(Hanlon's razor)'은 말한다. 악의로 설명할 수 있는 일이라도 무능이나 실수, 단순한 착오로 설명 가능하다면 굳이 악의를 가정하지 말라고. 공직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의도를 의심하기보다 상황과 역량의 문제로 보는 편이 대개 더 정확하다. 이 관점은 감정 소모를 줄이고 해결에 집중하게 한다.
직장생활은 긴 마라톤이다. 주어진 자리에서 의미를 찾고, 팩트를 존중하며, 사람과의 신뢰를 쌓고, 오해를 줄이려는 노력. 그 작은 선택의 누적이 곧 자신의 길을 만든다.
[윤종진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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