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에 180억 쾌척…희귀난치질환 연구

이새봄 기자(lee.saebom@mk.co.kr) 2026. 2. 2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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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3대기업 포모사 샌디왕 회장 인터뷰
그룹내 병원·의대 데이터로
카이스트 AI 기술과 협업해
내달부터 본격 연구 돌입
명예박사 수여 위해 방한
"가난 대물림은 병에서 시작"
선친 왕융칭 회장 철학 공유
韓 배터리기업과도 협력 시사

"아버지는 '경영의 신'이라고 불리지만, 본인은 그 칭찬을 싫어하셨죠. 배고픔을 해소하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다 보니 여기까지 왔을 뿐 대단한 게 없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그 처절한 과정을 겪었기에 어려움에 처한 사회 구석구석을 누구보다 잘 아셨습니다. 이를 외면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수익을 냅니다. 그게 아버지와 나, 포모사의 경영 철학입니다."

대만 3대 기업이자 세계적인 석유화학 거인, 포모사그룹을 이끄는 샌디 왕 상무위원 겸 포모사바이오 회장의 말이다. 그는 대만 경제의 핵심 산업을 주도해온 포모사 창업주 고(故) 왕융칭 회장의 둘째 딸이다.

지난 20일 한국을 찾은 그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업은 분명 이윤을 추구하는 본성에 충실하되 바른 행위와 정상적인 사업을 통해 이윤을 추구해야 한다고 믿는다"며 "수익 창출 없이는 사회 환원이라는 이야기도 공염불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왕 회장은 이 같은 기업 철학과 생명과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날 대전 KAIST 본원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받았다.

그는 "아버지는 가난의 대물림이 병으로 인한 고통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이 의료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병원을 설립했다"며 "나도 그 뜻을 이어받아 KAIST와 함께 난치병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손잡은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포모사그룹은 현재 산하에 1만2000병상 규모의 창겅기념병원과 창겅대학 의과대학을 두고 있다. 포모사가 약 180억원을 투자해 지난해 10월 KAIST 내부에 세운 'KAIST·포모사 바이오·의료 연구센터'는 오는 3월부터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방식으로 희귀·난치성 질환 연구 과제를 본격 모집한다. 퇴행성 뇌 질환 환자의 조직으로 '뇌 오가노이드(인공 뇌)' 뱅크를 구축해 2030년까지 10종 이상의 신약을 발굴한다는 목표다.

왕 회장은 "창겅기념병원과 의대에는 방대한 임상 데이터가 축적돼 있고, KAIST는 뛰어난 인재와 인공지능(AI) 기술이 모여 있지만 자체 의대와 임상 데이터가 부족하다"며 "하지만 세상을 돕겠다는 가치로 묶여 두 기관이 완벽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 확신했다"고 밝혔다.

사회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지만, 그의 경영 행보는 철저히 기업의 안정적인 운영과 수익 창출을 바탕으로 한다. 확실한 수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회 환원이나 미래를 위한 다음 단계의 비전도 불가능하다는 냉철한 현실 감각이다. 왕 회장은 "환경 변화를 핑계로 수익을 내지 못했다는 변명거리를 찾기보다 어떻게든 수익을 창출해내는 것이 기업이 잊지 말아야 할 본분"이라며 "정상적인 사업을 통해 이윤을 내야만 사회 환원도 가능해진다"고 단언했다.

재벌가 둘째 딸로 성장했지만 그는 탄탄한 '현장파'로 꼽힌다. 왕 회장은 "1984년 미국 유학을 마치고 대만에 귀국했을 당시 창업주의 딸이었는데도 예외가 없을 만큼 산업계에는 여성 근로자에 대한 편견이 팽배했다"고 떠올렸다. 이후 그는 성과와 능력 평가에서 남녀가 평등하게 대우받을 수 있는 사내 제도를 구축하는 데 공들였다. 왕 회장은 "여성도 충분히 회사 간부로서 능력이 있음을 증명해낸 것이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이번 명예박사 학위를 통해 한국과 동맹을 맺은 포모사그룹의 다음 시선은 산업계 전반을 향해 있다. 현재 포모사는 주력인 석유화학을 넘어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자원 순환 등 미래 친환경 에너지 분야로 체질을 전환하고 있다. 왕 회장은 향후 한국 주요 기업과 에너지 분야에서 추가 협력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처럼 이번 KAIST와의 협력이 첫 단추라면 두 번째, 세 번째 단추도 끼워가야 하지 않겠느냐"며 글로벌 파트너십을 다방면으로 확대할 의사를 내비쳤다.

[대전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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