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봄’ 올 때까지···이란 캠퍼스에 “하메네이에게 죽음을”

이란에서 새 학기 시작과 함께 대학생들이 반정부 시위에 나서며 정권에 대한 공개적 저항이 다시 표출되고 있다. 미국의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 위협이 고조되면서 지난달 수천명의 시위대를 살해한 이란 정권에 대한 분노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21일(현지시간) 새학기 첫날인 이날 이란 주요 대학 캠퍼스에서 시위 희생자를 추모하고 보안군을 규탄하는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이란의 명문 공대인 테헤란의 샤리프 공대에서는 이란 국기를 든 수백명의 시위대가 캠퍼스를 행진하며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겨냥해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시위는 캠퍼스 밖에서 사복 차림의 바시지 민병대와 충돌하며 폭력 사태로 번졌다. 바시지 민병대는 이란 혁명수비대의 준군사 조직으로 지난달 유혈 진압에 투입된 바 있다.
아미르카비르 공대에서는 희생된 시위대를 추모하기 위해 검은 옷을 입은 학생들이 “샤 만세”를 외치기도 했다. 이는 이란의 마지막 샤(국왕)의 장남으로 망명 중인 왕세자 레자 팔라비를 지칭하는 것이다. 아미르카비르 대학의 한 학생 단체는 텔레그램 게시물에서 시위대가 “우리의 목표는 전체 시스템이다”라고 외쳤으며 경찰이 대학 입구를 봉쇄하고 학생 일부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테헤란 의대 학생들은 수감된 학생 등 구금자들을 지지하는 행진과 연좌시위를 벌였다. 이란 북동부 마슈하드의 한 대학교와 테헤란의 샤히드 베헤슈티 대학에서도 학생들이 단체 시위를 벌였다.
계속되는 탄압에도 불구하고 이란인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정권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WSJ는 해 질 녘이 되면 많은 사람이 발코니에서 “하메네이에게 죽음을” “아동 살해 공화국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친다고 전했다.
보통 이란에서 사후 40일째 열리는 추도식은 이란 정권의 유혈 진압에 대한 저항과 분노를 표출하는 장이 되고 있다. 길란주 라프메잔 마을에서는 시위에서 희생된 청년을 기리기 위한 추도식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한 사람이 죽으면 천명이 그 뒤에 서겠다”고 외치기도 했다.
이란인들은 엄숙한 이슬람식 추도식을 거부하고 희생자 무덤 주변에서 춤을 추고 노래하며 정권에 대한 저항을 표출하고 있다. 때로는 추도식에서 “하메네이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가 외쳐지기도 한다.
고등학생들도 등교를 거부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란 교사노조협의회는 테헤란, 고르간, 반다르 압바스 등 여러 도시에서 학생과 교사들이 정권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등교를 거부하고 집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이들은 ‘빈 책상’이라는 이름의 집단행동이 “살해당한 수백명의 학생과 수십명 교사의 이름과 기억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말에 상인 주도로 발발한 이란 반정부 시위는 대학생들이 대거 가세하며 이란 전역의 대규모 시위로 확산됐다. 이란 정권의 유혈 진압으로 인한 희생자는 7000명에서 최대 3만6500명까지 추산된다. 미국에 본부를 둔 인권운동통신(HRANA)은 최소 7000명의 시위대가 사망했다고 집계했으며, 영국에 본부를 둔 이란인터내셔널은 3만65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반정부 시위로 “3만2000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602021655001
https://www.khan.co.kr/article/202601271639011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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