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시인학교 '오늘부터 영원히 봄' 저렇게는… 늙지 말아야 할 텐데

경북도민일보 2026. 2. 2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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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산 蒼山 김용규

아직, 만추(晩秋)의 나이는 아니지만
70이 넘은 이 나이에도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에게 감사하고
남은 세월도 이렇게 글을 벗 삼아
아름답게 늙어가고 싶습니다.
김용규.

- 김용규

저렇게는… 늙지 말아야 할 텐데

한 길가 전봇대에 쓰러지듯 기댄 채 퍼져 앉아 
술에 취하여 곯아떨어진 한심한 노년을 보았다 
저렇게는 인사불성 추하게 되지 말아야 할 텐데.

내가 옳으니 네가 옳으니 삿대질을 해가면서 
욕을 하고 고함을 질러대는 광분한 노년을 보았다 
저렇게는 시시비비 추태 부리지 말아야 할 텐데.

경로당 뒷전에 밀려 앉아 잔심부름도 마다 않고 
술 한잔 얻어먹는 말발 없는 초라한 노년을 보았다 
저렇게는 비굴하게 서글픈 존재는 아니어야 할 텐데.

아직도 그 무엇이 모자라 자꾸만 퍼 담기만 하여
이웃도 친구도 흉을 보는 인심이 야박한 노년을 보았다
저렇게는 베풀 줄 모르는 졸부가 되지는 말아야 할 텐데.

이른 새벽 그 나이에도 돈을 벌러 나가야 하는 
허름한 작업복의 살아 가기가 고단한 노년을 보았다 
저렇게는 여유롭지 못한 노후는 아니어야 할 텐데. 

파자마 바람으로 온종일 대문 앞 의자에 걸터앉아 
멀거니 허공만 쳐다보는 하루 해가 무료한 노년을 보았다 
저렇게는 아까운 시간을 그냥 죽이지는 말아야 할 텐데.

젊은 시절 자기 속을 그렇게 썩였다고 늙으면 보자던
마누라 구박에 눈치를 봐야 하는 처량한 노년을 보았다 
저렇게는 미운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지 말아야 할 텐데. 

정이 그립고 말동무가 그립고 따뜻한 밥상이 그리운 
빈집 덩그러니 혼자된 홀아비의 고독한 노년을 보았다 
저렇게는 홀연히 아내를 먼저 보내지는 말아야 할 텐데. 

한쪽 팔을 구부리고 한쪽 다리를 끌듯이 절룩거리며 
말도 어둔한 반신불수의 거동이 불편한 노년을 보았다 
저렇게는 어느 날 갑자기 이 몸이 병들지 말아야 할 텐데.

자식들은 모두 제 살기 바빠 모시지 못한다는 핑계로 
이제는 요양원이 집이 되어 버린 적막한 노년을 보았다
저렇게는 내가 내발로 왔노라고 하지는 말아야 할 텐데.

무슨 말을 하는지 히죽이 웃는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자식들도 지쳐 힘들어하는 과거를 망각한 노년을 보았다 
저렇게는 저렇게는 죽음조차도 모르지는 말아야 할 텐데.

아~ 이제 많이 남지 않은 내 삶 
적어도 저렇게는 아닌 
아름답게 살다
자는 듯이 아름답게 생을 마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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